여전한 찬밥, 국산 디젤의 절대고수 'i40'

  • 입력 2013.10.09 23:2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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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차가 득세를 하는 세상이다. 수입차를 중심으로 시작이 됐지만 최근 국산 디젤차가 연이어 출시되면서 전장의 범위가 더 넓어지고 또 치열해지고 있다.

디젤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수입차, 독일산 브랜드의 위세는 가히 하늘을 찌를 듯 하다. 올 1월부터 9월까지 수입차 판매 누적 현황을 보면 이런 현상은 더욱 뚜렷하다.

수입 디젤차의 시장 점유율은 작년(1월~9월)49.7%에서 올해 61.3%로 급상승했다. 같은 기간 베스트셀러 톱 10 가운데 디젤차는 8개 모델이나 된다. 도요타 캠리, 그리고 메르세데스 벤츠 E300만이 유일한 가솔린 모델이다.

국내 브랜드들이 고전을 하고 있는 것도 수입 디젤차의 이런 위세에 눌린 탓이 크다. 현대차와 기아차, 그리고 쉐보레 브랜드를 합쳐 적지않은 디젤 라인업을 갖고 있으면서도 맥을 추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수입차와 국산 디젤차를 번갈아 타보면 이렇게 부진한 이유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 등 프리미엄 브랜드와의 감성적인 가치까지는 아니어도 폭스바겐, 푸조 등 대중적인 브랜드와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유럽 디젤 승용차를 견제하고 또 유럽의 D 세그먼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개발한 i40는 이런 의문점을 더 크게 갖게 한다. 실제 주행을 해 보면 독일산 못지 않은, 충분히 만족할 만큼의 감각적이고 분명한 드라이빙 퍼포먼스 능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i40는 세단과 왜건, 그리고 2.0 GDI 및 1.7 VGT 엔진 라인업을 갖고 있다. 이번 시승차에는 1.7 VGT 엔진이 탑재됐다. 실용적이고 경제적인 차를 선호하는 유럽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춰 개발된 모델이다.

현대차는 '크로스오버 세단'이라는 애매한 구분을 하고 있지만 i40는 유독 한국시장에서 큰 재미를 못 본 왜건이고 승차감에 대한 불신이 큰 디젤차이기도 하다.

 

정숙성, 드라이빙 능력 무난=최고출력은 140마력(4000rpm), 최대토크는 33.0kg.m(2000~2500rom)으로 그 만한 수입 디젤모델과 별 차이가 없다. 폭스바겐 7세대 2.0TDI의 최고출력은 150마력, 토크는 32.6kg.m이다.

복합연비는 15.1km/ℓ(도심 : 13.1km/ℓ, 고속도로 : 18.5km/ℓ)다. 디젤 모델의 최대 장점이 되어야 할 연비 성능은 수입 모델에 비해 열세다. 이런 점은 18.9km/ℓ(폭스바겐 1.6 TDI), 16.7km/ℓ(2.0 TDI)의 고효율성을 가진 수입 디젤차 옹호론자들에게 공격의 빌미가 되고 있다. 연비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 시급한 이유다.

반면 시동을 걸고 내친 걸음을 시작하면 의외로 많은 부분에서 운전자를 놀라게 하는 것이 i40다. 놀랍도록 고르고 규칙적인 시동음의 특성은 BMW나 메르세데스 벤츠의 디젤 모델보다 더 뛰어나다고 해도 과분하지가 않다.

 

출발은 부드럽고 속도와 상관없이 유지되는 정숙함도 i40의 기본기가 꽤 탄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또한 핸들링과 코너링 성능도 평균이상이다. 속도 감응형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과 진폭 감응형 댐퍼, 그리고 단단하게 세팅된 서스펜션, 충분한 차체 강성까지 i40는 달리는 내내 특별한 불만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미 알고 있는 얘기지만 현대차는 i40를 개발하면서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과 아우토반에서 하드타입 서스펜션이 적용된 D스펙을 철저하게 테스트했다. 이런 가혹한 테스트를 거친 덕분에 차체의 급격한 변화를 받아 들이는 능력에서 발휘되는 드라이빙 느낌 역시 더 없이 삼삼하다.

반면 운전의 재미를 높여주는 패들 시프트의 위치는 불만스럽다. 가장 안정적인 팔의 위치로 스타어링 휠을 잡았을 때 쉽게 조작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조금은 위로 올려 배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초반 가속력, 고속에서의 다소 불안정한 자세, 240여km를 달려 14.4km/l에 머문 연비도 아쉬운 부분이다.

 

철저한 유럽지향형 왜건=i40는 전장 4740mm, 전폭 1815mm, 전고 1470mm, 그리고 2770mm의 휠베이스로 풍부한 차체와 넉넉한 공간을 갖고 있다. 모던 플로우와 프리미엄 윙을 계승한 유러피안 스타일은 국내보다 유럽에서 더 호평을 받고 있지만 우리에게도 점점 익숙한 모습이 돼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스타일의 장점보다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실내의 구성과 활용성이다. 인테리어는 좌우 수평 구조의 크래쉬패드와 센터페시아, 블루 컬러의 조명으로 안정감을 강조했다.

후석은 별도의 탑승공간으로 배려해 별개의 에어벤트를 적용했고 시트의 소재에도 각별한 신경을 썼다. 특히 왜건의 특성에 맞춰 동급 최대의 러기지 공간을 확보해 SUV 이상의 화물 적재가 가능하고 러기지 레일 시스템과 파워 테일게이트로 사용 편의성도 뛰어나다.

i40가 철저하게 유럽지향형 차라는 점도 숨기지 않고 있다. 헤드 램프를 스티어링 휠 레버 타입이 아닌 스위치 타입으로 그것도 왼쪽에 적용을 했다. 유럽의 고급 세단들과 같은 타입이다.

 

한편, 완벽한 자동차를 꿈꾸고 요구하는 것은 자동차를 만들고 이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늘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늘 이렇게 만들어진 자동차에 만족해 하지 못하고 있다.

i40도 이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현대차가 조금은 앞선 시각에서 유럽산 디젤차를 견제하고 또 현지 공략을 위해 공을 들여 만들었지만 i40는 2011년 9월 출시된 이후 아직까지 그런 기대에 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i40, 특히 디젤 모델이 갖고 있는 상품성으로 보면 이런 평가는 늘 아쉬움으로 남는다. 따라서 국산 디젤차에 대해 아주 오랜 동안 자리를 잡고 있는 부정적인 인식을 벗어버리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 되 돌아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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