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발론" 전혀 낯설지 않은 도요타의 플래그십

  • 입력 2013.10.02 01:2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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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의 플래그십 아발론(Avalon)이 1일 출시됐다. 3456cc 배기량의 2GR-FE 3.5리터 엔진을 올렸고 277마력(6200rpm)의 출력과 35.3kg.m(4700rpm)의 토크를 발휘하는 가솔린 세단이다.

가격은 4940만원, 국산 경쟁 모델 그랜저(3993만원)는 물론이고 이날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도요타 사장이 거명한 포드 토러스보다도 500만원 가량 비싸다.

제원상 덩치와 힘 모두 열세라는 점에서 이런 가격이 거슬리기는 하지만 아발론의 등장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 대형 세단의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는데 일조를 할 것으로 보인다.

아발론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94년이다. 북미 대형 세그먼트를 노렸고 프리미엄 브랜드의 비싼 가격대신 저렴하게 그만한 가치와 품질을 제공한다는 전략이 통하면서 도요타를 대표하는 플래그십의 역할을 제법 단단하게 유지했다.

미국 경기의 불황으로 한 때 고전을 하기는 했지만 작년 11월 4세대 출시로 아발론은 월 평균 5000대 이상 판매되며 다시 회복세를 타고 있다.

미국에서는 4도어 세단과 투어링, 그리고 하이브리드까지 6개 트림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국내에는 3.5ℓ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최고급 ‘리미티드’ 트림이 들어왔다.

리미티드 트림의 미국 판매가격은 3만 9650달러, 우리 돈으로 4256만원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국내 가격이 꽤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몇 개의 고가 사양이 제외됐기 때문에 비싸다는 지적이 많다.

 

낯설지 않은 스타일=아발론의 첫 인상은 묘하다. 캠리에서 이어진 라디에이터 그릴의 패밀리 룩이 보이는가 하면 포드 퓨전과 유사한 인테이크 그릴, 그리고 뒷 모습에서는 현대차 그랜저의 실루엣까지 겹쳐 보인다.

때문에 아발론의 스타일은 전혀 낯설지가 않다. 매우 익숙한 듯하고 거부감도 없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것을 찾아보기도 힘들다. 일본 브랜드의 특성이기도 하겠지만 대형 세단의 위압감을 느낄만한 차체의 풍부함도 부족했다. 그러나 역시 일본 브랜드의 특성답게 디테일한 부분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외관은 세계 최초로 2개의 사각형 렌즈로 구성된 ‘더블 아이 스퀘어 라이팅’ 헤드 라이트, 도요타 최초의 LED 주간주행등으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전고는 25mm, 전면 오버항 15mm, 후면 오버항 45mm를 줄이고 차체와 타이어의 간격도 7mm 좁혀 전체적으로 이전보다 타이트한 스타일로 꿰 맞췄다.

도요타는 작아진 차체의 크기 만큼 0.28의 낮은 마찰계수를 실현했고 차체 중량이 415g 줄어 들면서 그만큼의 연료 효율성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실내 디자인도 아발론이 도요타의 혈통임을 의심치 않게 하는 일관성을 보여준다. 큼직한 버튼류, 소박한 패널류, 단순하고 간결한 센터페시아, 촌스러운 대형 텍스트들까지 도요타가 예전부터 보여줘 왔던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들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쟁업체들이 메탈, 하이그로시, 우드 그레인 등의 반짝이 소품으로 실내를 화려하게 꾸미는 것과 대조가 되지만 만지고 조작하는데는 큰 불편이 없다는데 만족을 해야 한다. 아무리 그래도 70년대 라디오 버튼과 같이 크고 돌출된 조수석 도어버튼, 실내 곳곳을 휘감고 있는 크롬라인도 세련미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조작과 운영이 편리한 한국형 내비게이션과 정전기를 이용한 정전식 터치 키 시스템이 대단히 편리하고 정확했다는 점이다. 정전식 터치 키 시스템은 센터페시아의 오디오와 공조장치 버튼에 모두 적용이 됐으며 가벼운 터치에도 정확하게 반응을 한다. 

11개의 스피커로 구성된 JBL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도 제법 빵빵한 음질을 발휘하고 스마트 폰과 같은 외부기기를 사용하기 편하게 스마트 폰 전용 트레이가 적용된 것도 돋 보인다.

이 밖에도 아발론에는 운전석과 조수석의 어드밴스드 에어백을 포함한 10 SRS 에어백과 파킹 어시스트, 전자식 TPMS, 앞좌석 경추골절 방지 시트 등의 첨단 안전사양을 갖췄다.

 

응답성은 양호, 승차감은?=아발론의 시승은 영종도에서 인천 송도의 경제자유구역을 오가는 코스에서 이뤄졌다. 대부분 성능 위주의 테스트가 가능한 고속주행 코스다. 아발론은 3456cc의 배기량에 277마력, 그리고 6단 자동변속기의 매커니즘으로 동력성능 발휘한다.

여기에다 몸무게를 줄이고 마찰계수까지 낮춘 만큼 달리는 맛에 조금은 색다른 것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시승을 했다. 시동을 걸고 출발을 하고 중속까지의 감은 매우 우수하다. 파워는 넘치고 차체의 진동과 소음은 놀랄 정도로 차분하고 정숙하다.

엑셀레이터의 응답성도 뛰어나다. 가벼운 압박에도 엑셀레이터의 페달이 받아들이는 반응은 조금씩 넘칠 정도로 강한 힘을 보여준다. 하지만 고속으로 접어들면 이런 장점들이 빠르게 사라진다. 엔진룸에서 유입되는 소리보다는 노면의 소음, 차창에 부닥치는 풍절음이 특히 심해 중저속에서 보여줬던 산뜻했던 기분들이 다소 무뎌진다.

토크의 정점이 4700rpm에서 발휘되고 최대 출력(277마력)은 레드존에 가까운 6200rpm이 필요한 만큼 실제 아발론의 파워를 한계치까지 체험해보는 것은 불가능했다. 반면, 도로를 움켜지는 타이어의 접지력, 서스펜션(前 맥퍼슨 스트럿/後 듀얼 링크 스트럿)의 무르기는 적절하고 적당해서 승차감은 뛰어났다.

아발론의 복합공인연비가 9.8㎞/ℓ(4등급)로 표시됐지만 이날 험하게 달린 탓인지 실제로는 이 보다 낮았다. 운전을 하는데 딱히 불편한 점이 없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을만하다.

비대칭으로 구성된 센터페시아와 스티어링 휠 리모컨, 패들 시프트, 네비게이션의 방향 정보를 옮겨 제공하는 센터페시아의 트립까지 운전을 할 때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장치들이 별다른 자세의 변형없이 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후석 탑승자를 위한 에어벤트는 별도로 조절이 가능하고 컵 홀더도 따로 마련이 됐다.

 

월 30대, 이 소박한 꿈의 실현 가능성은=나카바야시 히사오 사장은 이날 시승에 앞서 판매목표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월 30대, 그리고 국산차 고객 한 두사람이라도 아발론을 생각해 줬으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가의 초대형 럭셔리 세단을 내 놓는 업체들도 다소 과장된 수치를 말하는게 보통이지만 그는 지나치게 소박하고 위축된 목표를 내놨다. 하지만 이런 소박한 목표도 만만치가 않아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다. 아발론의 가격이 렉서스 ES300h(4990만원)과 포지션이 겹치고 국내 준대형 모델인 그랜저, K7, 알페온과도 워낙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개 트림이라는 약점도 극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 북미 시장에서 아발론 라인업 판매의 20%를 점유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모델과 판매 비중이 가장 큰 2.5리터급 4도어 세단 또는 투어링이 가세했다면 얘기는 크게 달라졌을 것 같다.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그럼에도 도요타는 아발론이 미국에서 대박을 쳤고 따라서 한국에서 대박도 확신을 하고 있다. 대박의 수준이 월 30대 판매인지는 알 수 없지만 대박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뭔가 특별하고 결정적인 한 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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