했다 하면 2배? '수퍼연비'에 숨어있는 꼼수

  • 입력 2013.09.30 22:53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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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슬러 코리아가 지난 달 28일, ‘300C 에코 드라이빙 시즌2’를 진행했다. 놀라운 것은 이날 이벤트에 참가한 운전자들이 기록한 연비다.

가솔린과 디젤 부문으로 나눠 시행된 이날 대회에서 가솔린 모델 우승자는 18.34km/ℓ, 디젤은 28.14km/ℓ의 연비를 각각 기록했다. 가솔린은 경차인 모닝(수동 17.0km/ℓ)보다 높았고 디젤차는 수입 모델 가운데 최고로 평가되는 푸조 208(자동 18.8km/ℓ, 1.6 e-Hdi)을 가뿐하게 넘어섰다.

디젤 300C의 연비는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모델인 프리우스(CVT 21.0km/ℓ)보다도 높았다. 300C 가솔린 9.5km/ℓ, 디젤모델 13.8km/ℓ의 공인 복합연비를 생각하면 모두 2배에 해당되는 경이적인 기록이다. 배기량이 3604cc(가솔린), 2987cc(디젤)이나 되는 대형 세단의 연비라고는 쉽게 납득이 되지도, 상식적으로도 수긍이 되지 않는다.

만약 경제운전으로 이런 연비가 가능하다면 75.5ℓ 탱크 용량을 가진 가솔린 300C는 1300여km, 디젤은 무려 2100여km를 달릴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이날 대회는 여의도 63시티를 출발해 올림픽대로를 거쳐 인천국제공항 주유소까지 약 100Km 코스에서 진행이 됐다.

지난 6월 중고차 매매업체인 SK엔카의 연비왕 대회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당시 우승을 한 운전자는 공인연비가 ℓ당 8km인 차를 몰고 18.6㎞의 실 주행연비를 기록했다. 공인연비 대비 상승률이 무려 132%나 됐다.

반면 올해 들어 열린 한 연비왕 대회에서는 공인연비 15.3km/L의 경차를 타고 21.9km/L의 연비를 기록한 운전자가 우승을 했다. 공인연비보다 69%가 개선된 수치다. 지난 6월 환경부 주관으로 열린 친환경운전왕 선발대회에서 참가자들의 연비 상승폭은 평균 35%에 불과했다.

일정 거리를 주행하는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 연비왕 선발대회에서 크라이슬러와 SK 엔카, 그리고 경차와 환경부의 연비왕 우승자 기록이 이렇게 달랐던 이유는 무엇일까. 크라이슬러와 SK엔카는 연료를 가득 채우고 출발해 일정 거리를 주행 한 후 보충한 연료의 양을 주행거리로 나눠 연비를 산출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됐다. 믿기 힘든 엄청난 연비가 나올 수 있었던 꼼수는 바로 여기에 숨어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연료탱크는 차량의 기울기에 따라서 주유량에 약간의 차이가 발생한다. 연료탱크가 클수록, 주행거리가 짧을수록 차이는 더 크다. 만약 차량의 기울기가 주유구 쪽이라면 연료는 덜 들어가고 반대의 경우라면 더 들어가는 식이다.

주유소의 바닥 상태에 따른 차량의 기울기, 육안으로 확인해야 하는 주유량의 차이는 실제 연비에도 엄청난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90km를 달린 후 1차량이 10ℓ, 2차량이 10.5ℓ의 연료를 보충했다고 가정했을 때 1차량의 연비는 9km/ℓ, 2차량은 8.5km/ℓ가 되는 식이다. 

실제로 수 년전 한 수입차 업체가 이런 연비왕 대회를 열고 우승자가 49.07km/의 연비를 기록했다고 홍보한 적이 있었다. 이에 당시 참가 차량을 다시 섭외해 동일 코스에서 같은 방식으로 측정을 해 본적이 있었다.

업체는 연료 보충방식으로 한 반면 우리는 전문 계측장비로 실험을 했다. 결과는 황당했다. 업체가 주장하는 연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크라이슬러 코리아는 차량에 설치된 트립 컴퓨터로 비교적 정확하게 산출할 수 있는 연비 정보를 참고하는 대신 굳이 이런 원시적인 방법을 썼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납득이 어려운 결과를 냈고 홍보에 활용을 했다.

이에 대해 크라이슬러 코리아 관계자는 "트립컴퓨터의 연비 표시가 소숫점 한 자리만 표시해 변별력이 없을 것 같아 연료 보충 방식을 썼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식의 연비왕 대회는 소비자들에게 허위 정보를 제공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당장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임기상 자동차 시민연합대표는 "완성차 업체가 표시하는 연비에 대한 불신과 관심이 큰 상황에서 신뢰할 수 없는 수치를 내 놓고 홍보하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이라며 "검증되지 않은 연비를 홍보하거나 부정확한 방식의 연비를 함부로 공개하고 홍보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재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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