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차, "그 돈 주고 골프냐 이 돈 주고 아반떼냐"

  • 입력 2013.09.13 00:34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8월 출시된 5세대 아반떼의 페이스 리프트 모델에 대한 관심은 뭐가 얼마나 바뀌었나가 아니었다.

전장을 늘리고 외관의 멋스러움이 한층 개선되기는 했지만 그 보다는 새로 가세한 '디젤엔진'에 더 주목을 했다.

독일산 모델이 점령한 디젤 시장에서 아반떼가 어떤 역할을 할지, 무엇보다 제대로 만들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디테일한 변화로 더 고급스럽게=더 뉴 아반떼는 가볍게 스쳐보면 특별한 변화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세심한 부분에서 꽤 많은 변화가 읽힌다.

범퍼에는 볼륨감이 더해졌고 안개등 주변부가 날카로워졌다. 헤드램프에는 LED 라이트 가이드와 프로젝션 램프가 추가되면서 이전보다 세련미가 향상됐다.

측면부 벨트라인 크롬 몰딩, 다이아몬드 커팅 타입의 17인치 투톤 알로이 휠도 이전에는 없던 스타일이다. 후면부는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와 노출형 싱글팁 머플러로 고급스럽게 마무리했다.

무엇보다 차체 길이를 20mm 늘려 전체 자세의 안정감이 예전보다 뛰어나도록 한 것은 돋 보이는 개선사항이다.

실내에서는 거주 편의성을 향상시켜주기 위한 노력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센터의 에어벤트 위치가 조금 높아졌고 뒷 좌석에도 에어벤트가 적용됐다.

콘솔 암레스트의 위치를 높여 오른 팔을 걸치고 있기가 수월해졌다 썬 바이저도 커졌고 글로브 박스에는 쿨링 기능이 추가됐다. 계기판에는 고화질 OLED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시인성이 좋아졌다.

어드밴스드 주차보향 보조 시스템을 이용한 평행주차와 직각주차는 정확하고 정교해 몇 번씩 작동을 해 보게 된다.

 

디젤의 한계를 극복하다=시승차는 1.6 VGT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다. 엔진형식은 U2 1.6 VGT, 1582cc의 배기량에 최고출력은 128마력(4000rpm), 최대토크는 28.5kg.m(4850rpm)의 동력성능을 갖고 있다.

최고급 트림인 모던(2090만원)에 스마트 내비게이션과 선루프, 하이패스 시스템, LED 리어 콤비 램프와 시트패키지 등 모든 사양이 적용된 풀 옵션 모델이다.

이쯤에서 비교해야 할 모델이 있다. 폭스바겐 골프 1.6 TDI다. 골프는 105마력, 25.5kg.m의 엔진 성능을 갖고 있다.

제원상으로 보면 출력과 토크에서 아반떼가 우세하다. 연비는 18.9km.l의 골프가 16,2km/l의 아반떼를 크게 앞선다

엎치락 뒤치락 하는 출력과 토크의 차이는 실제 주행에서는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어떤 도로에서 어떤 운전을 하느냐에 따라서 그 때 그 때 필요로 하는 효율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골프(1410kg)와 아반떼(1335kg)의 체중을 감안하면 마력당 중량비의 차이에서 오는 힘의 세기는 아반떼가 약간 우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동을 걸면 디젤엔진 특유의 진동과 다소 거친 엔진음이 시작된다. 예상했던 것보다는 조용하지만 태생적 한계까지 감추지는 못했다. 오히려 가속을 하고 어느 정도의 속력이 붙었을 때 더 정제된 소리를 들려준다.

 

부드러운 가속력에 빠르고 민첩한 반응, 그리고 일정하게 상승하는 엔진 사운드는 잘 다듬어진 그 만한 크기의 독일산 디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맛이다.

6단 자동변속기와 조화를 이룬 엔진은 풀 악셀을 했을 때 4400rpm 부근에서 토크의 정점을 보여준다. rpm 게이지는 그러나 레드존인 4800까지 다다르지 못했다.

정속주행을 하면 100km/h에서의 rpm은 2000 이하에서 머뭇거리고 120km/h는 2400rpm 근방을 오르내린다. 기어비가 촘촘하다고는 해도 그 만큼 중속에서 고속, 고속에서 고속으로 이어지는 상승곡선이 더디게 느껴지는 이유다.

경제속도는 70~80km/h다. 이 범위안에서 트립 컴퓨터의 순간연비가 최고치를 이어가기 때문이다. 전륜과 후륜에 각각 맥퍼슨 스트럿과 토션빔 서스펜션을 적용했다.

요즘 나오는 대개의 신차와 크게 다르지 않은 구성이지만 서스펜션의 튜닝과 차체의 무게 배분으로 고속주행, 코너, 와인딩도 불안하지가 않다. 컴포트, 스포츠, 노멀로 운전 모드를 바꿔가며 즐기는 달리는 맛도 삼삼하다.

 

표시연비와 실연비 차이 커=100km가 조금 넘는 거리를 시승한 후 트립 컴퓨터에 표시된 아반떼 VGT의 평균 연비는 13.8km/l다.

표시연비인 16.2km/l에는 한참을 미치지 못한 수치다. 도심 14.8km/ℓ, 고속도로 18.5km/ℓ로 나눠 표시된 연비에도 좀처럼 다가갈 수가 없었다.

고속도로에서 가장 높게 기록된 연비는 15.8km/l, 일반 국도를 달릴 때는 13km/l 이하에 머물렀다. 에코모드로 달린 결과라 더욱 실망스러운 연비였다.

디젤차를 선택하는 이유는 경제성이다. 같은 모델, 같은 트림이어도 가솔린 엔진보다 200만원이나 비싼 디젤엔진을 사는 소비자들이 좀 더 저렴한 유지비를 우선 고려하는 이유다.

따라서 연비는 좀 더 확실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그럼에도 아반떼 디젤에 마음이 가는 이유는 경쟁모델인 골프 1.6TDI보다 900만원이나 저렴한 가격이다.

해치백과 세단이라는 차이, 여기에다 아반떼에 적용된 화려한 사양까지 감안하면 실제 가치의 격차는 상당하다.

선택의 폭이 좁았던 디젤 시장에 꽤 쓸만한 국산 디젤차가 등장하면서 '그 돈과 이 돈'의 차이를 소비자들이 어떻게 판단하고 어떤 선택을 할 지 궁금하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