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뮤비 찍었어?, 대형트럭 담합 백태

  • 입력 2013.07.30 09:4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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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 뮤직비디오에 이어 DJ DOC 뮤비에도 출연(촬영완료)". 29일 공정위가 공개한 국내 7개 대형 트럭 판매사들의 담합 실태는 충격적이다.

2010년 7월 작성된 '경쟁사별 동향' 자료에는 임원 승진 내역에서 전보, 판매 조건은 물론이고 사은품 제공 내역까지 주고 받은 정황들이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공정위가 적발한 현대차와 스카니아, 다임러(벤츠), 볼보, 만, 타타대우 등 7개 대형 트럭 판매사들이 매월 정기적으로 주고 받으며 공유한 자료들이다.

이 자료에는 당월 예상되는 판매수량과 함께 손실율과 할부금리, 재고 내역 등 가격 결정에 중요한 내용들까지 모두 포함돼있다.

이런 내용들은 경쟁사의 동향에 따라 결정되는 판매 조건을 미리 조율함으로써 금리나 조건 등을 내리거나 완화해 손실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판매사들의 이익을 높이게 된다.

반면 소비자들은 이들의 담합으로 좋은 금리 조건이나 판매 조건이 차단되면서 불리한 조건에서 차량을 구매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공정위가 제재에 나서고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까지 한 이유다.

업체들이 교환한 자료는 이 뿐만이 아니다. 각 모델별 상세 판매 가격도 주고 받았고 가격 인상계획도 포함이 됐다.

일례로 볼보는 유로5 모델의 가격을 3% 정도 인상할 예정이며 주유상품권을 차량 가격의 5% 이내에 지급하고 영업사원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얼마나 주겠다는 내용까지 공유했다.

유명 가수를 뮤직비디오에 출연시키겠다고 밝힌 곳은 벤츠 트럭을 팔고 있는 다임러였다.  벤츠는 지난 2010년 4월 가수 이효리의 뮤직비디오에 악트로스가 등장해 주목을 받았었다.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현대차도 예외가 아니었다. 현대차는 유로5 모델의 가격을 700만원에서 900만원까지 인상할 계획이며 런칭 행사시기까지 자세하게 밝히고 있다.

또한 특정 모델의 판매 부진이 후레임이 약하기 때문이며 유로5 엔진의 경우 기본 엔진을 베이스로 출력만 높였을 뿐이라며 대외비에 해당되는 비밀스러운 내용까지 경쟁사 동향 자료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런 얘기들이 어느 자리에서 어떤 경로로 전달됐는지는 회사 입장에서도 밝힐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들의 담합이 시작됐던 2002년 이후부터는 환율하락 등 가격 인하 요인에도 불구하고 국산 및 수입 트럭의 가격이 지속적 상승했던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들 7개 업체가 국내 대형 화물차 시장을 100%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담합행위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영세 사업자들인 화물차주들이 매년 큰 폭으로 인상되는 차량 가격에 허덕이면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이유다.

한편 공정위는 관계자는 "대형화물차 판매사들이 꽤 오랜동안 은밀하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서로의 정보를 공유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가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들을 공하는 담합행위는 시장의 경쟁질서를 흐트리고 소비자 부담을 높이는 대표적인 불공정 행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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