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天馬) 에쿠스, 스포츠 모드로 달려보니

  • 입력 2013.07.22 00:3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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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생이니까 올해로 14년째다. 에쿠스(Equus)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함으로 지나온 시간이기도 하다.

에쿠스는 라틴어로 개선장군, 천마(天馬), 그리고 세계 유일의 독창적인 명품(Excellent, Quality, Unique, Universal, Supreme automotive)까지, 그 의미가 거창하다.

그런 의미답게 에쿠스는 점잖고 균형 잡힌 각진 스타일에 5m(5065mm)가 넘는 전장을 내세워 이전까지 부동의 회장님 차로 군림했던 쌍용차 체어맨을 따 돌리고 출시 첫해 가장 많이 팔린 대형 세단이 됐다.

2009년 2월, 구동 방식을 전륜(FF)에서 후륜(FR)으로 변경하고 각이 분명했던 기존 스타일을 버리고 곡선을 강조한 2세대 에쿠스가 출시됐고 지금까지 그 컨셉이 이어져 오고 있다.

에쿠스를 시승한 이유는 이 차의 역동적인 맛을 느껴보고 싶어서다. BMW 7시리즈, 혹은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와 같은 동급의 수입차와 달리 에쿠스는 점잖고 중후하고 그래서 뒷좌석에 누군가를 모시는 차로만 인식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풍부하면서도 간결한 디자인=시승차는 V6 람다 3.8 GDi엔진을 탑재한 8950만원짜리 익스클루시브(EXCLUSIVE)다.

심플하면서도 보석의 느낌이 강한 어댑티브 LED 헤드램프와 버티컬 라디에이터 그릴 말고는 외관에서 눈에 띄게 강조할 만한 요소는 없다.

그러나 깔끔하고 적절하게 배분된 측면, A필러에서 C필러로 이어지는 루프라인의 경사, 넉넉하게 빠져 나온 보닛과 짧은 오버항은 이만한 세그먼트의 세단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내의 구성도 적당히 고급스럽다. 그리고 기능적 측면을 많이 강조하고 있다. 대시보드와 도어는 리얼 우드로 감싸 고급스러움을 살렸고 센터페시아와 변속기 패널, 센터콘솔은 수입 럭셔리 세단과 비슷하게 크고 직관적이다.

가죽과 우드로 감싼 스티어링 휠과 기어 노브의 그립감도 무난하다. 8개의 방향으로 움직이며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등을 조작할 수 있는 조그 다이얼 타입의 통합 조작키는 터치스크린 방식보다 번잡하지만 익숙해지면 큰 무리가 없다.

전석 시트의 기능 못지 않게 후석에도 다양한 편의 사양들이 적용됐다. 냉난방 통풍시트와 함께 4방향으로 조절이 가능한 전동식 허리지지대, 그리고 오디오와 공조장치를 조절할 수 있는 통합조작키와 버튼들이 센터에 적용이 됐다.

좀 더 화려해도 괜찮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디오와 공조장치의 버튼류는 단언 하는데 요즘 가장 뜨고 있는 메탈소재가 더 어울릴 것 같다.

 

2way의 메모리 시트도 조금은 부족해 보이고 센터페시아 중앙에 자리를 잡은 아날로그 타입의 시계도 좀 더 세련되거나 고급스러울 필요가 있다.

에쿠스에 적용된 편의 사양은 일일이 열거하기가 쉽지 않다. 수입 고급 대형세단은 몰라도 국산차에 적용되고 대부분의 편의사양이 모두 적용돼 있기 때문이다.

시승차인 익스클루시브만 해도 냉난방 통풍시트와 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AVM), 어드밴스드 스마크 크루즈 컨트롤, 고스트 도어 클로징 등 화려한 사양들이 적용됐다.

차선이탈경보장치와 급제동경보시스템(ESS),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TPMS), 액티브 헤드레스트, 후석 센터 3점식 시트벨트 등 첨단 안전사양도 가득하다.

공간의 넉넉함은 더 없이 만족스럽다. 5160mm의 국내 최장 길이와 3045mm의 휠 베이스로 전석과 후석 모두에서 여유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대형 세단의 역동적인 질주란=시승차 에쿠스 익스클루시브는 V6 람다 3.8GDi엔진을 탑재, 최고출력 334마력(6400rpm), 최대토크 40.3kg.m(5100rpm)의 성능을 갖고 있다.

3778cc급 배기량 치고는 출력과 토크의 최대치가 발휘되는 rpm의 수치가 비교적 낮기 때문에 복합연비는 8.9km/l로 동급 세단 가운데 가장 높다.

정지시의 아이들링이나 소음은 다른 수입 대형차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아주 정숙함을 선호한다면 만족감이 더 클 정도로 뛰어나다.

시승은 대부분의 과정을 스포츠 모드로 진행을 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이만한 차도 충분히 역동적인 주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체험해 보고 싶어서다.

에쿠스는 기본 모드와 스노우 모드, 그리고 스포츠 모드의 설정이 가능하다. 스포츠 모드는 커다란 차체가 주는 위압감과 달리 가속페달의 반응과 서스펜션의 강성, 스티어링 휠의 조향력을 높여준다.

때문에 가속페달을 밟으면 일반모드와 확실하게 다른 배기음을 내며 엄청난 괴력으로 슬립과 함께 큰 차체가 튕기듯 뛰쳐나간다.

아주 빠른 반응에 놀라기도 하지만 에쿠스보다 작은 체구의 차급과 유사한 민첩함, 그리고 의외로 쉬운 차체 제어 능력에도 놀라게 된다.

에쿠스가 발휘할 수 있는 속도의 끝까지 도달하지 못했지만 낮은 속력에서 고속으로 다다르는 순간에 거침이 없고 연결도 매끄럽다.

진폭감응형 댐퍼가 주는 승차감도 별미다. 도로 여건에 맞춰 전후 멀티링크 서스펜션 댐퍼의 감쇄력을 적절하게 조절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적한 도로에서 도전한 과격한 운전을 받아 들이는 능력도 탁월하다. 도로를 움켜지듯 강한 접지력이 주는 믿음, 커다란 차체에도 불안하지 않게 급격한 경사로를 빠져나가는 안정감도 뛰어났다.

 

충분히 역동적인, 그래서 오너드라이버=에쿠스는 VS380과 VS500, 그리고 리무진 버전인 VL 380과 VL500 4개의 라인업으로 구성돼 있다.

리무진 또는 5.0리터급 대 배기량의 세단을 오너드라이버가 몰기는 부담이 있어 보이지만 시승차인 VS380은 최근 직접 차를 몰고 싶은 오너 드라이버들에게 수입 대형 세단의 대안이 되고 있다.

1억 원 대를 훌쩍 뛰어넘는 동급 수입 대형 세단의 절반 정도인 가격으로 최상급 럭셔리 세단의 모든 것을 느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도로에서는 직접 에쿠스를 모는 오너 드라이버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에쿠스에 대한 이런 반응과 평가가 우연이나 과장된 것이 아니라는 증거도 있다.

JD 파워 2011년 상품성 만족도 조사에서 BMW 7 시리즈와 아우디 A8, 메르세데스-벤츠 S 클래스 그리고 렉서스 LS까지 제치고 대형 고급차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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