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율스럽고 섹시한 妖婦 '시로코R'

  • 입력 2013.06.27 12:49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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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0mm에 불과한 전장이지만 잘록한 허리, 살찐 엉덩이 쪽으로 이어지는 바디 라인, 그래서 요부(妖婦) 같은 車로 불리는 '시로코R'을 시승했다.

시승 전, 인제 스피디움 서킷에서 동승을 했던 전문 레이서가 기억났다. 그는 어떤 차를 좋아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무려 10여분 동안 '시로코' 이야기를 했었다.

비슷한 고성능 소형차로 서킷을 달릴 때였지만 그는 "시로코는 레이싱을 하기 위해서 전문적인 튜닝을 거치지 않은 차 가운데 공로나 서킷을 가리지 않고 가장 만족스러운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차"라고 극찬을 했다.

이전에 경험했던 시로코(2.0 TDI)의 잔상도 그의 호평에 공감을 하는 쪽으로 많이 남아있다. 그런 만큼 배기량 2.0리터 급 가솔린(I4 2.0 TSI) 엔진을 탑재한 시로코R은 또 다른 매력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잘록한 허리에 살찐 엉덩이=폭스바겐이 모터스포츠의 DNA를 이식, R GmbH가 고성능 모델로 개발한 시로코R은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콤팩트 스포츠 쿠페다.

차체는 일반적인 소형 해치백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낮은 전고(1395mm)에 수평을 강조한 디자인으로 외관은 적당한 볼륨에 안정적인 실루엣을 갖추고 있다.

시로코R 외관의 가장 큰 매력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잘록한 허리와 살찐 엉덩이다. 바람의 저항을 최대한 줄여주는 효과까지 노린 이 라인은 시로코가 불량스러운 10대 청소년의 반항, 그리고 더없이 섹시한 여성의 성숙미를 동시에 보여주는 포인트가 되고 있다.

정면과 후면이 안정과 정돈을 강조했다면 측면은 선이 굵은 휠과 19인치 타이어로 육중하면서도 날렵함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얼굴값 한다고 섹시한 미모답게 시로코R은 쉽게 자신의 속을 허락하지 않는다. 운전석이고 조수석이고 또는 뒤 자리에 타는 것까지 모두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버킷 타입의 스포츠 시트 포지션이 높은 반면에 루프가 낮아 덩치가 있는 운전자는 자리에 앉는 것이 쉽지 않다. 후석에 자리를 잡는 것도 앞자리 시트의 전후 이동 거리가 워낙 짧아 여간 불편하지가 않다.

운전석에 앉는 것이 허락된다고 해도 등받이의 각을 잡는데도 한 참의 시간이 걸린다. 레버나 전동식이 아니고 다이얼 식으로 된 조절기를 한참 돌려야만 어느 정도 원하는 포지션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포지션을 잡고 자리에 앉으면 다른 불편은 없다. 시트의 등쪽과 엉덩이를 단단하게 잡아주는 버킷의 사이즈가 제법 커서 마치 레이싱 카에 올라탄 기분이 든다.

인테리어의 구성은 단순하다. 특별한 기교 없이 심플하고 단정하며 수평구조로 설계됐고 조금 낮다 싶은 지붕 덕분에 주변의 간섭 없이 운전에만 집중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스티어링 휠은 원형이 아닌 완만한 다이아몬드 타입이다. 아래쪽은 직선에 가깝고 림의 위 쪽도 완만한 각도를 줘 고속주행 시 빠른 핸들링에 유용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림 전체는 가죽노브로 둘러싸 그립감을 고려했고 오디오와 핸즈프리, 그리고 패들 시프트가 함께 자리를 잡고 있다.

시동을 걸면 작은 진동과 함께 깊고 풍부한 배기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사운드 튜닝으로 설정된 것이라고는 하지만 사타구니에 힘이 들어갈 정도로 충분히 전율스럽다.

 

놀라운 반응, 완벽한 핸들링=2.0 가솔린 터보 엔진에서 뿜어내는 출력은 최고 265마력, 토크는 35.7kgm까지 발휘된다. 엑셀레이터를 힘껏 밟으면 rpm은 빠르게 레드존까지 치솟는다. 거칠게 시작을 하면서도 일단 출발을 하면 시로코 R은 자신의 특성과 능력을 100% 발휘한다.

저속에서 중속과 고속으로 넘어가는 매 순간마다 발휘되는 놀라운 응답력, 빠른 속도로 달리는 코너에서 의도한 차선을 벗어나지 않고 곧게 유지되는 선회능력까지 그야말로 완벽하다.

콤팩트 한 크기지만 하체가 단단하고 높은 출력의 엔진, 스포츠 서스펜션, 스포츠 시트가 어우러져 웬만한 속도, 커브에서도 차체나 몸은 좀처럼 흔들리는 법이 없다. 가속, 고속에서 들리는 엔진 사운드는 가슴이 멍할 정도로 깊은 울림을 준다.

빠르게 가속을 하면 레드존(7000rpm)에 도달하기 이전인 6000rpm에서 떨어지고 다시 오르기를 반복하고 제로백은 어설픈 측정에도 5초대를 넘지 않았다.

 

최적의 연비를 기대할 수 있는 2000rpm 이하에서 시속 80km를 넘어 달릴 수는 없었다. 100km/h 이상을 달리려면 2400rpm이 유지되고 계기판의 평균 연비 수치는 줄어들기 시작한다.

엔진의 능력이 완벽하게 발휘되는 데는 폭스바겐이 자랑하는 6단 듀얼 클러치 DSG가 큰 몫을 한다. DSG는 두 개의 클러치가 변속이 필요한 시점에 번갈아 가며 대응함으로써 연비와 성능을 모두 높이는 기술이다.

시로코R의 공인연비는 11.2km/l, 그러나 워낙 험한 시승으로 계기판에 찍힌 평균 연비는 9.3km/l에 그쳤다. 가격은 4960만원으로 처음 출시됐을 때보다 조금 올랐다.

수입차 브랜드의 차종이 다양해지면서 시로코R의 경쟁모델도 그만큼 많아지고 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시로코R은 가장 무난한 가격에 수퍼카 못지 않은 스포츠 쿠페의 참 맛을 느끼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고 있는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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