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심 쓴 기아차, 열 받은 르노삼성 '초록동색'

  • 입력 2013.06.21 12:5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사진 왼쪽이 기아차 서춘관 상무, 오른쪽은 정선교 팀장이다

싸움은 기아차가 걸었다. 20일, 뉴 K5 미디어 시승 행사에서 서춘관 상무(마케팅 실장), 그리고 정선교 국내 상품팀장은 작심을 한 듯 르노삼성의 SM5 TCE를 콕 찍어 깍아 내렸다.

요지는 이랬다. SM5 TCE의 성능이 K5 터보보다 한참 떨어지는데 가격은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것이다. 덧 붙여 K5가 출시되면서 르노삼성이 앞으로 더 힘들어 질 것이라는 돌직구도 날렸다.

자사의 차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경쟁차량을 깍아내리고 폄훼하는 것은 당연하고 또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기아차가 업계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르노삼성을 걸고 넘어지는 모습은 격(格)에 맞지 않아 보였다.

그러면서도 서춘관 상무가 현대차 쏘나타를 추켜 세운 것은 이날 행사의 최대 반전이자 조롱거리가 됐다. 서 상무는 "쏘나타는 K5에 시장을 뺏길 정도로 호락호락한 차가 아니다. 더 없이 훌륭한 차다"라고 호평을 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한 지붕을 쓰고 있는 관계라 해도 기아차의 최대 내수 경쟁자는 현대차가 분명하다. 그런데도 기아차 국내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최고 임원이 경쟁 모델을 '감히 넘볼 수 없는 훌륭한 차'로 추켜세웠다면 소속감을 상실한 것으로 의심이 될 수 밖에 없다.

쫓아가야 할 상대(현대차 쏘나타)를 그대로 놔두고 아직은 쫓아올 기력조차 없어보이는 상대(르노삼성 SM5)에게 온 힘을 다해 헛심을 쏟고 있는 꼴이다. 속으로 참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에 반응하는 르노삼성의 대응방식도 기아차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이야기를 전해 들은 직후 공식입장이라는 제목으로 자료를 배포하고 역시 같은 어조와 수위로 기아차를 비난했기 때문이다.

제품의 가치는 고객들이 평가 하는 것이며, 메이커는 그 가치를 전달하는데 충실해야 한다는 충고도 빼트리지 않았다. 오만, 유감, 행태, 폄하 등 수위로 따지면 기아차보다 선방을 맞은 르노삼성의 반격이 더 쎘다. 

그러면서도 르노삼성차는 "자사의 기준으로 경쟁사의 제품을 판단하는 것은 고객들을 자기 기준에 맞추는 오만", "SM5 TCE를 3년간 실제 운영 시 K5 대비 차량 가격, 유지 비용에서의 절대 우위" 등을 주장하고 구체적인 표까지 만들어 경쟁력을 과시했다.

이러면 두 회사의 치고 받기 행태는 뭐가 다른 것인지 구분이 어렵다. 풀색과 녹색이 같은 '초록동색'처럼, 누가 잘 하고 잘 못했다는 소리도 들을 처지가 아니라고 본다.

보릿고개와 다름없는 어려운 시기라고는 하지만 공개적인 자리에서 또는 회사의 공식 입장에서 서로를 헐 뜯고 비난하는 추잡한 경쟁이 잘 만든 뉴 K5와 SM5 TCE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할 때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