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만든 혼다의 히든카드 '시빅 유로'

  • 입력 2013.05.27 20:4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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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V와 어코드를 앞 세워 한 때 수입차 시장 맹주로 군림을 했던 혼다의 요즘 주가는 두 말 할 것도 없이 바닥이다. 작년 연말에 무려 5개의 신차를 내 놓는 초 강수까지 뒀지만 부진을 털어내는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당시 혼다코리아는 라인업을 늘리고 수입선을 다변화하는데 주력을 했다. 그러나 반전을 노렸던 혼다의 기대와 달리 아직까지 뚜렷한 변화는 감지가 되지 않고 있다.

오딧세이, 크로스 투어 등 아웃도어에 적합한 모델과 함께 아주 특별하게 영국을 원산지로 한 시빅 유로도 이 때 들어왔다. 시빅유로는 1972년 처음 소개돼 40년 넘게 이어져 오면서 무려 9세대로 접어든 시빅의 5도어 해치백 버전으로 유럽에서는 제법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컴팩트한 차체, 시빅의 대중적 인기, 그리고 해치백의 실용성까지 그 지역 시장의 특성에 맞는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밀라노 레드의 시빅 유로를 다시 만났을 때 조금의 자람도 없이 작지만 예의 탄탄한 근육질 몸매가 보여주는 실루엣은 여전히 강렬했다.

 

4300mm에 불과한 차체의 길이와 1470mm의 낮은 높이가 아주 작은 사이즈의 소형차급 골격에 불과하지만 시각적으로는 전혀 다른 볼륨감을 주는 이유는 따로 있다. 프런트 앤드가 폭포수와 같이 강하게 내리꽂듯이 설계가 됐고 여기서 시작해 루프와 뒷쪽의 도어까지 이어지는 라인을 단절없이 연결해 일체감을 강조한 덕분이다.

2열 도어의 그립을 글라스 프레임에 감춰 측면에서 보면 루프 라인과 더불어 쿠페의 인상이 더 강한 것도 시빅 유로의 디자인 특성이다. 후면은 좌우 리어램프를 길게 이어 색다른 감각을 과시했다. 아주 심플함을 추구하는 최근의 트렌드와 분명 다르게 아주 복잡한 디자인의 시빅 유로는 따라서 호불호가 분명한 모델이기도 하다.

실내는 입는데만 꽤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본의 전통 복장처럼 혼란스러울 정도로 복잡하게 구성이 됐다. 수퍼 비전 클러스터 이외에 멀티 플렉스 미터가 따로 적용이 됐고 오른쪽에는 주행거리와 연비 등의 차량 정보를 보여주는 모니터까지 배치가 됐다.

분명하고 볼륨이 뚜렷한 인스트루 패널과 달리 센타페시아의 구성은 심플하고 단정하다. 또한 자동변속기의 패널, 암레스트의 구성도 단순하다. 실내 인테리어에 우드 등의 다른 소재가 없는 탓에 빨간색 시동버튼과 비상경고등 버튼, 그리고 진한 녹색의 ECON 버튼이 유독 눈에 띄는 것도 특별하다.

 

실내 구성의 가장 큰 특징은 1열과 2열의 공간이 생각했던 것보다 크고 여유롭다는 것이다. 확실한 패키징을 통해 특히 2열의 무릎 공간은 대형 세단보다 넉넉해 보이고 실제로도 그렇다.

2열 시트를 앞으로 접으면 트렁크를 포함한 적재 공간은 어마어마하게 커진다. 자전거 한대가 들어가고도 남을 만해 보이고 비교가 쉬운 골프백도 4개는 거뜬하게 실을 수 있을 정도다.

가솔린 세단의 특성답게 시동을 걸 때의 감(感), 그리고 아이들링이나 엔진음의 정도는 조용하고 정숙한 다른 차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빅 유로는 직렬 4기통 1.8 SOHC i-VTEC 가솔린 엔진과 5단 자동 변속기를 탑재했다. 최고출력 141마력, 최대 토크는 17.7kg.m의 엔진 성능은 만족한 수준이지만 변속기의 한계는 6단이 일반적인 동급의 요즘 추세로보면 조금 답답해 보인다.

그럼에도 제법 속도를 내며 달리는 시빅 유로의 운동성능은 꽤 큰 만족감을 준다. 스티어링 휠의 기분 좋은 그립감과 함께 빠르고 분명하게 반응하는 조향능력도 뛰어나다. 무엇보다 'S' 모드를 선택하고 패들시프트를 올리고 내리며 빠르게 치고 달리는 주행 능력은 기대한 것 이상의 만족감을 준다.

 

가속을 받아들이는 능력도 만족스럽다. 100km/h 이상의 속력을 내는 시간도 짧았고 그 이상에서도 시빅유로는 안정적인 주행 능력을 유지한다. 다소 거친 핸들링을 받아 들이는 능력도 무난하다. 시승을 마치고도 아주 좋은 차라는 느낌이 계속 여운으로 남는 이유다.

하지만 시빅 유로는 시장에서 아직 별다른 호응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해치백에 대한 인식이 아직 성숙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배기량이 낮기는 하지만 요즘 대세인 디젤 경쟁 모델의 벽도 높아 보인다.

2490만원짜리 폭스바겐 폴로나 2630만원의 푸조 208과 비교해 3150만원이라는 가격에 대한 저항감이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을 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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