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신품종 잔디 개발' 어디에 쓰려고?

  • 입력 2013.05.22 00:3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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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의 숲

[일본 나고야] 5월 하순 나고야는 30도에 달하는 기온에 전 날 내린 비로 습도까지 높아져 조금 과장하면 숨이 막힐 만큼 무더웠다.

한국 못지 않은 이상 고온은 나고야 중부국제공항에서 아이치현 도요타시 도요타쵸 '도요타 숲'에 도착하는 여정의 창 밖 풍경에서도 끓임없이 이어졌다.

간간이 보이는 논에는 벌써 모내기가 끝났고 기력을 다한 꽃들이 막바지 선홍빛을 지탱하려는 듯 아슬하게 매달려 이미 깊은 여름처럼 짙은 녹색으로 변한 숲과 묘한 대조를 보이고 있었다.

도요타가 조성한 숲, 그리고 바이오 연료와 녹화 연구소를 둘러보는 '도요타 하이브리드 스페셜리스트 아카데미'의 첫 도착지 나고야의 첫 인상은 이 때문에 도요타가 의도한 것과 달리 신선하다는 느낌없이 시작이 됐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회사가 조성한 숲도 막상 기대한 것과 달리 평범했다. 조금 울창한 숲 정도였고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른 것이 있다면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가 보전하고 관리하고 있는 숲이라는 점이다.

 

일본은 전 국토의 70%가 숲이다. 우리나라가 60%이고 세계 평균이 30% 정도니까 그 만큼 숲이 잘 보존됐고 애정도 깊다는 것이 키리모토 케이스케 도요타 홍보구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실장의 설명이다.

그런데도 도요타가 세계 최초의 양산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의 출시 시점인 1997년 축구장 40개 넓이(45헥타르)의 숲을 이곳에 조성한 이유는 숲의 순기능이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현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도요타는 지난 2011년부터 오는 2016년까지를 '제5차 도요타 환경대응 플랜' 기간으로 정하고 ' 저탄소 사회와 순환형 사회, 그리고 환경보전과 자연공생 사회 구축' 등 환경 대응 3대 축을 설정해 추진하고 있다.

'도요타의 숲'은 3대 축 가운데 환경을 보전하고 자연과 공생하는 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핵심 사업으로 추진한 결과로 이와 유사한 사업에 기존의 숲을 활용한 것은 도요타가 최초이고 또 유일하다는 설명이다.

도요타의 숲은 직원들의 휴식공간으로도 활용 될 뿐아니라 매년 일본 전역과 지역 주민 1만2000명이 찾아와 숲의 중요성을 직접 체험하면서 환경과 자연의 소중함을 배우는 명소가 됐다.

'숲 해설사'가 6명이나 상주하고 있고 누적 방문객이 10만명을 넘어서면서 기업의 사회공헌이 반드시 많은 돈을 투자하고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충족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주목할 것은 도요타의 숲이 거창하다거나 특별한 시설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나무의 결, 자람의 속도, 작은 연못 등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지극히 일반적인 숲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만지며 또 보는 것만으로도 환경, 자연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충분하게 알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어 방문한 도요타 바이오ㆍ녹화연구소는 석유자원의 고갈에 대비해 새로운 대체 에너지를 연구 개발하고 바이오 농업을 통한 식량문제 해결과 새로운 사업 발굴을 목적으로 1999년 5월 설립이 됐다.

미국발 금융위기 등 세계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차 이외의 분야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지금은 바이오 연료 개발이 주력 연구 사업이 됐다.

중국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 나무나 작물을 심는 식림 사업을 주도하고 가솔린 대체 연료로 주목을 받고 있는 셀룰로오스 에탄올도 이 곳에서 연구되고 있다.

이 곳에서 개발하고 있는 셀룰로오스 에탄올은 네피아 그래스 등 비 식용 식물체를 이용해 에탄올을 추출하는 기술로 가장 효율적인 생산 방식을 이미 보유했다는 것이 도요타의 설명이다.

 

더욱 특별한 것은 이 연구소에서 관리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인 새로운 품종의 잔디는 물론 히트 아일랜드(열섬)를 완화시켜 줄 수 있는 새로운 식물 품종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연구소에는 주차장과 벽면, 옥상, 실내 등의 특수 녹화 기술로 온도를 저감하는 실험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으며 이미 적지 않은 양의 식물 품종 등록과 바이오 에탄올 관련 특허를 다양 보유하고 있었다.

나카타 도요타 바이오 녹화연구소 부장은 "와이어식 벽면 녹화 시스템을 통해 벽면 온도를 10도 이상 낮출 수 있다"면서 "도요타가 새 품종의 잔디를 개발하고 열 내림 효과가 큰 식물 재배에 노력하는 것은 자동차와 환경이라는 큰 틀에서 책임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도요타의 숲과 바이오 녹화 연구소 방문은 환경을 보전하는 일이 그리고 기업의 환경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공헌이 아주 사소한 것에서 더 많은 것을 느끼게 하고 더 큰 효과를 얻게 한다는 것을 알게 해준 값진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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