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팔색조', CR-Z에 숨겨진 3ㆍ3모드

스포츠카와 하이브리드의 결합...착한가격도 매력

  • 입력 2011.10.11 23:5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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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평] 정형화된 자동차의 디자인에 익숙해져 있던 소비자들은 최근 사치와 혼란스러움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국산차 최초의 박스카 기아차 쏘울, 그리고 대칭과 균형을 무시하고도 그렇게 멋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현대차 벨로스터, 볼수록 작은 미소가 떠나지 않는 닛산 큐브까지 그야말로 형식과 상식을 파괴한 기이한 모습의 자동차들이 거리를 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혼다는 이런 파격적인 디자인의 자동차들을 예전과 달리 특별한 거부감없이 받아 들이고 있는 국내 소비자들의 변화를 간파한 듯 하다.

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이 "한국 소비자들도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디자인, 자신에게 맞는 라이프 스타일에 적합한 자동차로 자신의 가치를 표현하고 싶어하는 선진형 기호로 변하고 있다"고 말한 것처럼 뚜렷하지는 않지만 우리의 시선과 눈 높이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 챈 것이다.

무모할 것으로 보이는 CR-Z를 과감하게 한국 시장에 출시한 것 만 봐도 그렇다.

스포츠 쿠페 디자인에 하이브리드 카, 그리고 배기량은 고작 1497cc, 도저히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요소들을 깍두기 버무리듯 만들어 낸 이 당돌한 모델은 처음 봤을때 상당한 거부감이 앞섰다.

그러나 직접 운전을 하고 나면 의외로 각각의 특징이 묘하게 어울려 전혀 색다른 감칠 맛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앙팡지고 간결한 디자인=전체적인 모습은 보닛의 끝 부분과 앞 범퍼의 하단까지 이어지는 곡선, 차체의 천장에서 뒷 범퍼까지 급격하게 이어지는 매끈한 선의 연결로 스포츠 쿠페 특유의 감각을 살리고 철저하게 공력 저항을 최소화하는 실용적 가치에 더 중점을 둔 듯하다.

앞 모습은 특별한 기교보다 작은 차체로 보여 줄 수 있는 역동적인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최대한 크기를 늘린 헤드램프와 안개등, 범퍼의 하부까지 파고 든 큼직한 라디에이터 그릴이 적용됐다.

앞 모습과 달리 뒷 모습은 꽤 성깔이 있는 10대의 반항적 기질이 묻어난다.

날카롭게 마무리된 램프와 분명하게 처리된 선, 차량 높이의 80%까지 치켜 올라간 뒷문과 창문으로 도도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잘 정돈되고 심플한 앞 모습과 옆 모습의 단아한 느낌이 뒷쪽으로 오면서 다소 혼란스럽게 느껴지는 점은 아쉽다.

 

#입체감이 뚜렷한 계기판, 시트 만족감 최고=실내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합쳐진 '디지로그'로 표현할 수 있겠다.

복잡한 버튼으로 가득한 센터페시아가 없는 대신 운전대의 좌우에 공조장치와 안개등, 그리고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버튼들이 깔끔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이러한 구조가 생소하기는 하지만 버튼을 다루는 편의성과 정돈감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입체감을 살린 계기판은 주행 모드에 따라 파랑색의 주 색상에 빨강색과 연두색으로 변하는 색다른 볼거리를 주고 디지털 방식의 큼직한 속도 표시와 함께 순간연비와 같은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해 준다.

스포츠 쿠페의 맛을 살리기 위해 운전대의 크기를 조금 작게해 손에 쥐어지는 감각을 살리고 특히 시트의 등부위와 아래 양쪽을 두툼하게 만들어 흔들림이 없는 운전자세를 유지하게 한 것은 CR-Z가 스포츠 카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2인승이지만 앞 좌석의 무릎공간에는 여유가 있고 운전석에서 바라보이는 조수석 공간도 꽤 넓어 보인다.

 

반면 앞이나 옆쪽으로 바라보이는 시야는 충분하지만 실내 거울로 보이는 뒷 쪽 시야가 분리되면서 간혹 거슬렸고 외부기기와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단자 연결선이 기어박스 앞 쪽에 그대로 노출돼 있어 깔끔하고 세련된 마무리가 아쉬웠다.

특히 미국형 모델이 승객석으로 적용한 뒷 열 공간을 화물칸으로 전락된 것은 두고 두고 원성을 들을 것 같다.

한국형 네비게이션, 속도를 감지해 운전대의 조작 반응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속도감응형 파워 스티어링 휠, 알루미늄 페달 등 꼭 필요한 사양들도 갖춰져 있다.

화물칸은 뒷 시트를 접으면 최대 700리터가 넘는 적재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간단한 조작으로 3개의 각기 다른 공간으로 꾸밀 수 있다는 점도 색다르다.

 

#원하는 모든 것, 다 보여주는 주행성능=CR-Z는 일반적인 하이브리드 차량과 달리 시동을 걸고 출발할 때의 감이 전혀 다르다.

출발, 가속 또는 언덕길을 오를 때 전기모터로 움직이는 하이브리드 차량과 달리 CR-Z의 배터리와 모터는 낮은 회전 구간과 언덕길에서 엔진의 구동력을 보조해주는 역할만 한다.

이 때문에 차가 정지했을 때 엔진이 멈추는 것 말고는 뚜렷하게 이 차가 하이브리드 차량이라는 점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CR-Z는 일반 주행과 스포츠 주행, 그리고 연료를 절약할 수 있는 에코 주행이 가능한 각각의 주행 모드를 운전대 좌측에 배치된 버튼 하나로 간단하게 선택할 수 있다.

달리는 중에 버튼을 조작하면 분명한 차이를 느낄 정도로 선택된 유형의 특색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일반운전을 하다가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가속페달의 응답성이 분명해지고 엔진회전수도 급박하게 상승하며 가속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최고 속도에 특별한 제한을 두지는 않았고 시승차는 185km, 일부 시승자는 190km까지 속력을 냈다고 한다.

1500cc의 배기량에 114마력(6000rpm), 14.8토크(4800rpm)의 평범한 동력성능이지만 동급의 소형차 제원에서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뛰어난 성능이며 20.6km의 연비도 이만한 동력 성능을 감안하면 만족한 수준이다.

특히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고 운전대의 패들 쉬프트의 수동 기어를 적절하게 응용하면 순간 가속의 아찔한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맥퍼슨 스트럿, 토션빔 서스펜션을 앞 뒤에 적용했고 벤틸에이티드 디스크에서 발휘되는 안정성과 제동능력도 만족스럽다.

그러나 경사각이 심한 오르막길에서는 토크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차를 세우고 다시 출발할 때 뒤로 밀리는 정도도 꽤 심한 편이다.

안전장치로는 후방카메라와 주차를 돕는 리어 코너센서, 액티브 헤드레스트, EBD-ABS, 6 에어백이 적용됐다. 

혼다코리아는 CR-Z의 국내 판매 목표를 연간 1000대로 잡았다. 일본과 미국에서는 꽤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달라진 기호에도 불구하고 CR-Z를 어떻게 받아 들일지 아직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누구보다 빨리 한국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를 간파한 만큼, 3490만원(내비게이션 모델)의 착한 가격에 출시된 CR-Z는 적어도 새로운 변화를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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