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팩트 해치백의 진수, 폭스바겐 '뉴 폴로' 시승기

  • 입력 2013.04.25 11:46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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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차와 해치백, 유럽의 자동차 문화는 이렇게 작고 실용적인 모델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르노, BMW 등 경쟁사보다 늦게 출발한 폭스바겐이 독일을 포함한 유럽 시장에서 맹위를 떨친 것도 '작고 강한 국민차'를 요구한 히틀러의 명령으로 탄생한 태생적 장점과 이러한 문화적 특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1938년 비틀(Beetle)로 시작된 폭스바겐의 자동차 역사는 이후 폴로와 골프 등 작지만 강한, 그래서 유럽 대중들이 가장 친숙하게 생각하는 명차들로 이어져 오고 있다. 유럽의 거리에 작고 실용적인 소형차와 해치백이 넘쳐나게 한 데는 이처럼 폭스바겐의 역할도 컸다.

폴로(POLO)가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75년이다. 이후 폴로는 골프, 비틀 등과 함께 폭스바겐이 수 없이 많은 난관을 헤쳐 나오는 큰 버팀목이 됐다.

폴로는 이후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유럽 정형의 디자인은 좀 더 글로벌 하게 다듬어졌고 동력 계통에도 변화를 주면서 현재의 5세대에 이르게 됐다.

폭스바겐코리아는 2013 서울모터쇼를 통해 5세대 뉴 폴로를 처음 공개했다. 그리고 처음 가진 미디어 시승회를 독특한 컨셉으로 준비했다.

서울 탄천에 있는 카트 체험장, 그리고 경기도 남양주 조안면을 오가는 왕복 87km의 구간에서 폭스바겐의 5세대 폴로 1.6 TDI R Line를 시승했다.

 

모닝, 엑센트, 그리고 폴로=수입차라는 선입견이 없었다면 폴로는 아주 평범한, 그리고 이전에 수없이 도전을 했다가 번번이 패배를 맛 봤던 국산 해치백의 잔영들이 떠 오를 만큼 단순한 디자인을 갖고 있다.
좋은 표현을 하자면 야무지다거나 일반적으로 표현하자면 무난하다는 정도다.

경차인 모닝보다 조금 크고 소형차인 엑센트보다 작은 차체, 해치백 특유의 후측 단절감까지 지금까지 봐 왔던 그런 모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매력적으로 볼 수 있는 요소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앙팡지게 입술을 꽉 다물고 있는 듯한 그릴과 와이드 타입 헤드램프의 수평 구조가 주는 안정감, 특별한 기교 없이 간결한 측면이 시각적으로 꽤 길다는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쓸데없이 과도한 치장으로 기교를 부리지 않은 뉴 폴로가 더 기특해 보인다. 실내는 요즘 추세로 보면 '꽝'이다. 시트와 도어 안쪽 트림은 직물 소재로 마감이 돼있고 센터페시아와 클러스터에도 특별하게 소개 할 만한 특징들이 없다.

스티어링 휠 리모컨, 패들 시프트도 없고 센터콘솔도 눈에 띄지 않는다. 암 레스트는 허접하고 손이 닿는 실내 곳곳의 촉감도 감성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뉴 폴로는 소형 해치백 다운, 그리고 걸 맞는 기본기로 무장을 했다. 후석 시트의 공간이 넉넉하고 실내 인테리어의 배치와 배열, 소박한 꾸밈은 이 차가 유럽 소비자들의 실용적 소비 패턴에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게 했다.

무턱대고, 무조건 고급스러워야 하고 모든 것을 다 갖춰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우리 문화에는 어색할 지 몰라도 자동차는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기본적인 기능에서도 부족한 것은 없다. MP3 재생이 가능한 CD플레이어, AUX단자, 후방 주차 파일럿 표시 정치인 RCD310, ECM 룸미러와 전자식 폴딩 아웃사이드 미러 등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전율스러운 운전능력, 이래서 폴로=폭스바겐코리아는 뉴 폴로의 본격 시승에 앞서 작은 이벤트를 마련했다. 서울 잠실 탄천의 카트 체험장에 고난이도(?)의 코스를 만들어 놓고 시승 참가자들이 랩타임 경쟁을 벌이게 한 것.

짧은 코스지만 급격한 코너링을 통해 폴로의 강인한 하체와 서스펜션의 튜닝, 가속력, 핸들링 등 모든 성능을 직접 경험 할 수 있도록 했다.

폭스바겐은 5세대 폴로를 설계하면서 펀 투 드라이브(Fun to Drive)의 감성적인 주행감각에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를 해왔다. 이 같은 장담은 2013 FIA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 출전한 R GmbH가 특별 제작한 랠리카가 각종 대회를 휩쓸면서 증명이 됐다.

랠리카의 베이스 모델인 5세대 폴로 역시 그에 못지 않은 성능을 보여준다. 랩타임 경쟁에 과욕을 부인 참가자들의 과감한 핸들링을 완벽하게 받아들이고 급격한 헤어핀을 빠져 나가는 솜씨까지 소형 해치백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날렵하고 안정적인 순간 주행 능력을 과시했다.

컴팩트한 차체가 주는 운전의 즐거움은 경춘가도를 타고 달리는 고속 주행과 46번 국도를 타고 돌아오는 구간에서 발휘된 놀라운 핸들링으로 전달이 됐다.

4기통 1.6리터 TDI엔진을 탑재하고도 90마력이라는 낮은 출력에 대한 불안감도 실제 주행에서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출력은 낮지만 1225kg에 불과한 차체 중량으로 마력당 중량비가 낮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반면에 넉넉한 토크(23.5kg.m)와 7단 DSG가 선사하는 경쾌하고 빠른 반응은 기대한 것보다 더 큰 만족감을 준다.

폭스바겐이 자랑하는 7단 DSG 변속기는 홀수와 짝수 기어를 따로 관장하는 2개의 건식 클러치를 적용해 변속 시점 이전에 변환 기어를 미리 대기시켜 필요한 순간 바로 추진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이 때문에 급격한 엑셀레이터의 압박이나 빠른 속도 증가에도 폴로는 알아채기 힘든 변속감을 보여준다.
이제는 생소해진 직물시트도 운전자의 신체 고정 능력이 뛰어나 굽은 도로에서도 안정적인 포지션을 유지시켜줘 시승 내내 편안하고 안정감있는 운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가격, 연비 뛰어난 경제성의 장점=뉴 폴로의 가격은 2490만원, 독일산 자동차 가운데 가장 저렴한 가격이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폴로 한대를 팔면 100만원이 채 안 남는다"고 말했다. 이런 저런 비용을 감안하면 남는 게 없다는 얘기다.

박동훈 사장은 "마진을 줄여서라도 판매를 늘려나가겠다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올해 2000대, 내년에는 3000대 이상을 판매하겠다"고 자신했다.

독일산 모델을 2000만원대에 살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지만 뉴 폴로의 또 다른 장점은 연비다. 공인연비 1등급의 폴로는 복합연비가 18.3km/l(도심연비 16.4km/l, 고속도로 21.3km/l)에 달한다. 하지만 이날 과격한 시승에서 기록한 뉴 폴로의 연비는 19.1km/l였다.

가격과 연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지만 뉴 폴로의 성패는 해치백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이 어떻게 변화하느냐에 달려있다.

누구나 자신을 갖고 뛰어들었지만 해치백이 성공한 사례는 국산차나 수입차나 찾아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국산 소형차와의 경쟁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고만한 국산 소형차들이 사양, 성능, 사이즈, 가격에서 우세한 만큼 수입차라는 프리미엄으로 얼마나 극복을 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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