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판매 통계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

  • 입력 2013.04.08 12:5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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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내수 판매는 11만8217대, 작년 같은 달을 기준으로 보면 1.6%가 줄었다. 내수감소세는 지난 해 연말부터 계속되고 있다. 

업체 관계자들은 사석과 공석을 가리지 않고 내수 부진 현상이 오랫동안 지속되는데 따른 위기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매월 발표되고 있는 완성차 업체 실적 자료에는 판매 감소에 따른 위기감을 쉽게 찾아 볼 수가 없다. '연속 상승세', '전월 대비 00% 신장' 등 잘 나간다는 제목과 내용들로 대부분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팔아야 하는 입장에서 스스로 위기감을 부각시킬 필요는 없겠지만 전혀 딴 세상 얘기 같은 뉴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통계 자료가 명확한 기준없이 각 사의 유리한 입장으로 해석되고 가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판매와 등록의 아슬아슬한 경계=매월 자동차 업체들이 발표하는 내수 통계는 소비자가 차량을 인도 받아 등록을 마친 수치가 아니다.

이 통계는 세금계산서 발급을 기준으로 집계된 수치다. 내수 판매는 소비자와 계약이 되면 배정요청을 하고 해당 모델의 재고가 있을 경우 즉시 출고를 하면서 세금계산서를 발급한다. 재고가 없을 경우에는 생산 일정에 맞춰 출고가 되고 세금계산서 발급도 그 때로 늦춰지게 된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세금계산서가 발급됐다고 해도 고객의 변심이나 문제 제기로 등록이 미뤄지거나 반품이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도 세금계산서가 발급됐다면 판매 통계에는 포함이 되고 있다.

일부 업체는 대리점 등의 전시장에 진열이 되는 차량까지 세금계산서 발급을 이유로 실적에 포함을 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가 매월 발표하는 내수 판매 통계 상당수에는 이런 허수(虛數)가 숨어있다.

최근 줄어들기는 했지만 각 판매점들이 목표를 채우기 위해 영업사원의 친인척은 물론 유령 고객을 내 세워 계약을 하고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후 실적으로 보고하는 이른 바 '밀어내기'가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본사가 실적을 올리기 위해 대리점 등에 밀어내기나 떠 안기기와 같은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는 것도 신규등록이 아닌 세금계산서 발급 기준으로 실적을 집계하는 현재의 방식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등록 대수를 실적으로 집계하면 각 사의 정확한 실제 판매 대수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지점이나 대리점들의 피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수입차는 국토교통부의 전산에 등록을 마친 차량만 실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따라서 보다 정확한 판매 실적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신규 등록 대수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월과 전년, 그때 그때 다르다=최근 내수 시장이 위축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내 놓은 실적 중에는 말 장난으로 볼 수 있는 표현들이 적지않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전월대비 판매 증가'다. 통상적으로 기업의 성과는 기준달의 전달이 아닌 전년도의 같은 기간과 대비해야 한다.

계절적 요인, 경기상황, 영업일수 등 각종 변수에 따라 판매에 많은 영향이 있기 때문에 이런 조건들이 부합하는 전년도 같은 시점의 실적과 비교를 하는 것이 증감 요인을 분석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자료가 된다.

그런데도 일부 완성차 업체는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춰 유리한 통계치를 내 놓기 일쑤다. 전년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 판매가 줄었어도 전월보다 증가를 했다면 제목과 내용은 '전월대비 대폭 증가'로 변신을 한다.

지난 3월 실적에서 내수 판매는 현대차와 쌍용차를 제외하고 나머지 업체들은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르노삼성차는 전월대비 15.5% 증가했다는 점을 집중 홍보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소비자들이 좀 더 깐깐하게 실적을 살펴 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CKD까지 실적에 포함하는 꼼수=쌍용차는 지난 3월 총 1만761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실적에는 432개의 CKD(Complete Knock Down), 즉 반조립된 부품의 수출 실적이 포함됐다.

CKD는 부품을 수출하면 현지에서 조립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엄격하지 않아도 CKD는 부품이지 완성차 수출이 아니다.

쌍용차는 매번 CKD를 완성차 판매 실적에 포함을 해서 발표하고 있다. 반면 한국지엠 등 다른 업체들은 CKD를 완성차가 아닌 별도의 실적으로 표시한다.

올해 1월에서 3월까지의 쌍용차 CKD 수출은 1548대에 달한다. 따라서 쌍용차의 같은 기간 완성차 누적판매는 1만7972대가 아닌 1만6424대가 올바른 정보다.

자동차 실적은 산업과 시장,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정보다. 산업의 분석, 예측과 전망의 기초자료가 될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결정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완성차의 판매 통계치가 명확한 기준없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기준으로 가공되고 제공이 되는 현 실태를 바로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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