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 세녹스, 나도 기름이고 싶었다

기아차ㆍ지엠대우 경차 범위 놓고 격돌

  • 입력 2013.04.01 10:29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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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前 4월은 홍콩의 유명 배우이자 가수였던 장국영의 만우절 자살 사건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영웅본색과 아비정전 등의 영화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았던 그가 거짓말 같이 자살을 하면서 많은 팬들을 충격 속에 빠트렸죠.

우리나라 자동차도 어수선하게 시작을 했습니다. 유사 휘발유로 맹위를 떨쳤던 ‘세녹스’ 논란이 다시 점화가 됐고 기아자동차와 당시 지엠대우가 경차 범위를 놓고 논쟁을 벌였기 때문입니다.

 

세녹스, 나도 연료이고 싶다=가솔린 가격이 1000원대를 돌파하면서 때 맞춰 유사휘발유가 등장해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정부가 제재가 나섰고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움츠려 드는가 했지만 적법한지를 둘러싼 소송전이 벌어지기까지 했는데요.

당시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200원이었던 반면에 유사 휘발유는 990원의 싼 가격을 앞 세워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고 급기야 전용 주유소까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세녹스라는 제품은 주변 주유소의 매출을 절반 이하로 떨어트릴 정도로 인기가 많았는데요. 정부 규제에 반발해 당시 유사 휘발유를 제조하던 지오에너지는 세녹스에 이어 쏠렉스라는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쏠렉스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석탄을 가공한 액화연료이기 때문에 대체연료라는 해석도 가능했지만 통관조차 되지 못했는데요.

“세녹스나 쏠렉스가 연료가 아닌 첨가제”라는 주장과 대체연료다 유사연료다를 놓고 정부 부처간의 해석도 따라 혼란을 겪기도 했습니다.

경차, 배기량 확대에 연비기준까지 논란=10년 전 경차는 현대차 아토스와 기아차 비스토, 그리고 당시 지엠대우 마티즈 3종이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아토스와 비스토가 단종이 되고 마티즈와 모닝이 남아 경차 시장을 지키고 있지만 10년 전 경차는 완성차 업체간 덩치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발단은 정부가 배기량 800cc 이하, 전폭 1.5m 이하였던 경차의 기준을 배기량 1000cc이하, 전폭1.6m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시작이 됐습니다.

 

당시 기아차가 개발 중이었던 1000cc급 SA(지금의 모닝)를 의식한 듯한 새로운 경차 기준이 나오자 여전히 800cc급 경차 M-200 개발에 매달렸던 지엠대우는 반발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지엠대우는 “800cc, 1000cc급을 모두 경차로 인정하고 같은 혜택을 준다면 누가 배기량이 낮은 차를 사겠느냐”며 “이는 기아차에 대한 특혜”라며 반발을 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경차 판매 비중이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고 수출 시장에서의 경쟁력까지 운운하며 강행을 했습니다.

경차 기준에 대한 논란이 시작되면서 자동차 관련 단체들도 다양한 의견을 내 놨는데요. 한 단체는 워크숍에서 경차 혜택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배기량이나 크기가 아닌 연비를 기준으로 하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승용차 등록 대수가 1000만대를 돌파했다는 뉴스인데요. 전달인 3월을 기준으로 전체 자동차 등록 대수 1400여만 대 가운데 승용차는 995만대로 4월 1000만대를 돌파하게 됩니다.

 

자동차 1000만 시대, 아반떼 200만대=이런 저런 잡음으로 시작을 했지만 10년 전 4월은 우리 자동차 산업에 의미 있는 지표들이 나온 때이기도 합니다.

등록 차량을 연료별로 살펴보면 가솔린이 773만 여대, 경유는 476만 여대였는데요. 경유차는 LPG와 함께 가장 빠르게 증가를 했습니다.

1995년 3월 출시된 현대차 아반떼의 총 누적 생산대수가 200만대를 돌파했다는 소식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쏘나타가 바로 전 달에 세운 기록을 이어 받은 건데요. 국내 자동차 역사상 최단 기록이기도 합니다.

현대차는 여성을 위한 쏘나타 뉴 EF 엘레강스 스페셜을 내놨고 기아차는 자사의 새로운 플래그십 오피러스는 3월 말 출시하고 본격 판매에 돌입했습니다.

오피러스의 출 시 첫 달 판매 실적은 415대로 초라했지만 4월에는 3000대 이상을 기록하면서 당시 최고급 세단이었던 현대차 에쿠스, 쌍용차 체어맨을 밀어내고 국산 최고급 세단의 왕좌에 오르게 됩니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아우디가 드라마 협찬을 위해 뉴 아우디 A8을 공수하고 BMW의 력셔리 세단 760Li, 포르쉐의 첫 SUV 카이엔S가 국내 시장에 선을 보였네요.

 

지엠대우 내수 3위 탈환, 혼다 진출 선언=2012년 9월 이후 쌍용차에게 내수 3위 자리를 빼았기며 절치부심했던 지엠대우(현 한국지엠)가 역전에 성공을 합니다.

3월 한 달 동안 1만3902대를 팔아 1만2468대에 그친 쌍용차를 제친 겁니다. 지엠대우와 쌍용차는 이 때만해도 3위 자리를 놓고 혼전을 벌였지만 르노삼성차의 돌풍으로 꼴찌 경쟁을 벌이는 처지가 곧 온다는 것은 아마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일본 브랜드인 혼다의 한국 진출 선언도 있었습니다. 전 달인 3월 25일 혼다코리아 출범이 공식 선언됐고 2004년부터 판매를 시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정우영 혼다 코리아 사장은 “목표는 판매대수와 점유율이 아닌 고객 만족도 1위”라고 공언을 했는데요. 요즘 처지로 보면 그 때 공언이 맞는 것도 같습니다.

 

이로써 혼다는 도요타에 이어 국내에 진출한 두 번째 일본 브랜드가 됐는데요. 한국 진출 초기에는 CR-V가 대박을 치면서 수입차 업계를 평정하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10년 前 2003년 4월에는 수입자동차모터쇼가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서 개최가 됐고 2005년 시장 점유율을 3%로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힙니다

당시 수입차모터쇼에는 렉서스와 링컨, 마쎄라티 등 17개의 완성차 업체가 100여 종의 차량을 선보였습니다. 기아차가 대당 수출단가에서 현대차를 추월했다는 소식도 주목을 받았네요.  

오토헤럴드는 매월, 10년 전 자동차 분야에서 관심을 끌었던 뉴스를 정리해 소개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첨단의 시대에서 10년 동안 묵은 얘기들이 어떤 가치가 있냐고 하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세계 5위 자동차 강국으로 성장하게 된 배경과 과정을 통해 보다 나은 미래로 도약할 수 있기를 바라는 소박한 마음에서 출발을 합니다. 오늘은 2003년 4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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