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 장근석은 가해자다

  • 입력 2013.03.22 15:2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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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 자동차가 앞 서가는 버스를 들이 받았다. 가해 차량은 폐차를 해야 할 정도로 심하게 부서졌다.

그런데 이상하다. 사고 소식을 전하는 뉴스 내용을 아무리 찾아봐도 피해차량인 버스, 그리고 승객들에 대한 언급은 찾아 보기가 힘들다. 얼마나 부서졌는지, 누가 다쳤는지 자세한 내용은 찾아 볼 수가 없다.

매체들은 한 결 같이 가해 차량이 고가의 스포츠카인 포르쉐 911 카레라S고 이 차를 운전한 사람이 연예인 장근석이라는 사실만 보도하고 있다.

그리고 911의 어디가 어떻게 파손됐고 차량 가격은 얼마며 장근석은 멀쩡하다는 내용으로 도배가 되고 있다. 억대의 차량 가격과 수 백만원짜리 타이어에서 왜 펑크가 났는지에 대해서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고를 낸 가해 차량의 상태로 봤을 때 버스 승객들은 적지 않게 놀랐을 것이고 차체에도 일반적인 수준 이상의 파손이 있을 것이 뻔하다.

이러다 보니 마치 버스가 가해차량인 듯한 착각이 든다. 심지어 한 네티즌은 "천천히 가는 버스가 왜 빨리 가는 차 앞에서 얼쩡거리다가 사고가 났냐"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과연 포르쉐, 국산차가 저 정도 부서졌으면 최소 사망, 억대를 주고 살 만하다"는 댓글도 눈에 띈다. 

피해자인 버스 승객들의 연락처를 다 받아놨다는 가해자 장근석을 두고 개념있는 사람이라는 칭찬도 나오고 있다. 어떤 이유로든 장근석은 교통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다.

이런 경우 일반적인 사례로 보면 피해차량에 초점이 맞춰지게 되지만 포르쉐라는 브랜드와 장근석이라는 연예인은 가해자가 아닌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다행이 버스나 승객의 피해는 미미하다고 하지만 이런 행태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가 끼어있는 교통사고 소식에서 늘 반복되고 있는 일이다. 관심을 끌만한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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