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만남, 긴 여운...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

  • 입력 2013.03.21 09:2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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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처음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 뛰어든 것은 1998년으로 BMW, 도요타 등 세계 유수의 메이커보다 10년 이상 늦었다. 하지만 수소연료전지차 생산을 위한 전용 설비를 갖추고 양산을 시작한 것은 현대차가 세계 최초이자 가장 앞선 기술을 자랑하고 있다.

이제 막 상용화의 걸음마를 뗀 수소연료전지차는 현재 기술을 선점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3세대(2012~2014년)를 거쳐 오는 2015년 5세대에 접어들면 글로벌 메이커간 경쟁이 치열해 질 것으로 전망되는 시장이다.

따라서 현대차가 누구보다 앞서 수소연료전지차의 대량 생산이 가능한 설비를 갖추고 판매를 시작했다는 것은 후발업체라는 이미지를 털고 세계에서 가장 앞선 첨단 차량을 먼저 개발하고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지난 20일, 경기도 용인에 있는 현대기아차 환경기술연구소에서 직접 타 본 세계 최고의 양산형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는 이와 같은 여러가지 의미와 함께 자동차라는 본질에도 큰 차이가 없을 만큼 완벽한 기능을 보여줬다. 덕분에 짧은 체험이었지만 강한 인상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감도 안 잡히는 시동 'READY'로 확인해야=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의 외관은 일반 모델과 동일하지만 차체의 90% 이상이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다르다.

일반 차량보다 200kg 가량 무거운 중량을 견디기 위해 프레임과 서스펜션 등도 수소연료전지차 전용으로 새로 개발이 됐다. 최대한 중량을 줄이기 위해 가벼운 첨단 소재들이 대거 적용이 됐다.

실내의 구성에도 큰 차이는 없지만 계기반은 일반차와 다르다. 속도와 수소의 잔량을 보여주는 게이지는 동일하지만 왼쪽에는 배터리의 충전상태와 액셀 조작에 따른 가속 정도가 나타나는 게이지가 자리를 잡고 있다.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는 내연기관을 사용하지 않고 연료전지 스택과 구동모터로 움직이기 때문에 변속기의 구성도 전진과 후진, 그리고 에코 드라이브 모드만 선택이 가능하다.

운전석에 자리를 잡고 스타트 버튼을 눌러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일반 차량과 같은 엔진의 소음이 전혀 들리지 않기 때문에 시동이 걸려 있는지의 여부는 계기반에 표시된 'READY'로 구분해야 한다.

일체의 소음, 진동조차 느낄 수 없고 따라서 출발을 할 때는 타이어가 구르는 소리만 약하게 들릴 정도로 정숙하다.

최고 속도는 160km/h 낼 수 있다고 한다. 시승에서는 100km/h 이상에서도 무리없는 성능을 보여줬다.
일반 차량과 다른 점은 정숙하다는 것 외에 차량의 강성이 강화된 탓에 서스펜션이 다소 강하게 세팅됐다는 점이다.

파워도 일반 차량과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중속까지는 빠르게 도달하는 반면, 고속까지는 다소 느리게 반응을 한다.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는 100kW급 연료전지스택과 구동모터, 700기압의 수소탱크(5.6kg), 24kW급 리툼이온 폴리머 배터리를 탑재, 한 번 충전에 최대 594km를 달릴 수 있으며 이를 가솔린 연비로 환산하면 27.8km/l 수준이 된다.

연구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일반 차량과 실내 인테리어의 구성은 같지만 수소연료전지차의 특성상 중량과 부피가 큰 스택모듈과 배터리를 탑재해야 되기 때문에 더 강한 골격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 그리고 안전에 대한 기우=수소연료전지차는 수소를 직접 태우지 않고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해 발생하는 전기로 모터를 돌려 구동력을 얻는다. 때문에 '수소폭탄'이라는 다소 과장된 걱정을 하는 사람도 없지가 않다.

연구소 측은 그러나 안전에 대한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아도 된다고 거듭 강조를 했다. 일반적인 충돌 시험뿐만 아니라 차량을 통째로 태우는 화재실험과 압력차에 따른 안전성 검증을 위한 고지 실험 등을 통해 안전성을 검증했다는 설명이다.

심지어 군 부대의 협조를 받아 실탄 관통 실험까지 했지만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수소연료를 저장하는 탱크는 700기압과 영하 25도의 혹한을 견딜 수 있는 완벽한 내구성을 갖추고 있으며 충돌이나 화재 등 위험한 상황에서는 연료를 분산시켜 폭발 등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안전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가격은 일반인은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아직은 비싸다. 유럽 지역 수출 가격을 기준으로 1억5000만원이나 되기 때문이다.

 

방관하는 정부, 관련 법규 미비로 속 앓이=연구소 관계자들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세계 최고의 양산형 수소연료전지차가 국내보다 해외에 먼저 출시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역력했다.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가 수출에 먼저 나선 이유는 덴마크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한 제반 규정을 마련하고 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는 반면 국내에는 아직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 연료전지차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2020년까지 무려 1000기의 충전소가 세워질 예정이지만 우리나라는 고작 43기만 계획이 돼 있다. 제작, 안전 관련 기준조차 아직 제대로 정립이 되지 않았다.

현재 전국에 있는 15기의 충전소를 감안하면 고작 28기만 추가도 설치가 되는 셈이다. 정부의 지원 규모도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세계 최초의 우수한 연료전지차를 우리 손으로 만들었지만 정작 그 수혜는 해외 소비자들이 먼저 누리는 꼴이 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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