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마케터 ‘레드 아뜰리에’ 세상의 편견에 도전

  • 입력 2013.02.19 21:54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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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자동차 여성마케터 '레드 아뜰리에' 1기 조은영 씨

지난 1세기 동안 자동차는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남성의 취향과 편의에 맞춰 자동차가 만들어졌고 문화적 트렌드도 그랬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선바이저의 화장 거울, 쇼핑백을 걸 수 있는 호크 그리고 다양한 수납공간 등 여성을 위한 사양들이 자동차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하이힐을 보관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 여성이 아니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핑크색 자동차도 등장을 했다.

모두가 여성 운전자를 위한 배려다. 자동차 업체들이 여성의 시각에 주목을 하는 이유는 특유의 감성, 세심함, 그리고 독특하고 기발한 아이디어 때문이다.

지난 해 6월, 기아차가 업계 최초로 도입한 '레드 아뜰리에'도 여성만이 느낄 수 있는 감성적 가치와 그녀들의 아이디어를 자동차에 담기 위해서 마련된 프로젝트다. 여성 마케터 레드 아뜰리에는 지난 해 1기에 이어 올해 2월 모집된 2기생이 곧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 당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작년 1기 여성 마케터 레드 아뜰리에로 선발돼 6개월 동안 활동한 조은영(36세. 경기도 수원시. 사진)씨를 만나 들어봤다.

혹시 김 여사? 운전 경력은 얼마나되나=김 여사는 아니다. 그건 성격 문제다. 소심하다면 남자나 여자나 운전을 하는 형태가 다 똑 같다. 내가 봐도 막무가내 운전을 하는 사람 중에는 남자가 더 많다.

장롱면허 빼고 진짜 운전을 한 것은 7년 정도 된다. 운전에 자신이 있다고 말 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남에게 민폐를 주지는 않는다.

1기 레드 아뜰리에 중 레이서급 실력을 가진 동기들이 있었다. 이들은 웬만한 남자들도 기겁을 할 정도의 수준급 운전 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레드 아뜰리에는 어떻게 알게 됐고 지원하게 된 동기는 뭔가=결혼을 하고 얼마 안 돼 바로 전업주부가 됐다.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정신없이 살았는데 매일 꼼꼼하게 읽는 일간지 경제면에서 기아차가 여성 마케터 레드 아뜰리에를 모집한다는 기사를 봤다.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하는데 어떤 동기나 전환점이 필요한 이유도 있었다. 운전을 즐기고 평소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것도 작용을 했다.

차 한 번 타보고 행사장에 가는 것이 다는 아니었을 테고 주로 어떤 활동을 했나=처음에는 기아차가 시키는 대로 적당히 하면 될 줄 알았는데 큰 오산이었다. 매월 특별한 미션들이 각 조별로 내려졌고 조원끼리 역할을 나눠 과제를 수행하는 일만 해도 제법 빡빡했다.

모닝, 레이, 프라이드, 쏘울, K3 등을 타보고 난생 처음 시승기를 쓰기도 했고 여수 엑스포와 부산국제영화제, 신차 출시 등 다양한 행사에도 참여를 했다.

영업점이나 서비스센터를 직접 방문해 모니터링을 하기도 했다. 성과물을 보고하고 토의하는 월 미팅과 조별 모임까지 매우 바쁜 시간들을 보냈다. 6개월이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라는 것도 새삼 알게 됐다. 가사일이 아닌 다른 일로 그렇게 바쁜 시간을 보냈다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 작년 10월에 열린 'K시스터즈 데이'

그런 활동들을 통해서 얻어진 결과물이 있다면 소개를 해 달라=기아차 미션 가운데 영업장 전시장을 살펴보고 여성의 시선에서 개선을 해야 할 점이나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모니터링 하는 과제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각 전시장을 둘러보고 대체적으로 인테리어의 수준이 다른 곳에 비해 고급감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럭셔리한 조명과 인테리어로 전시된 모델들이 부각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건의를 했는데 조만간 반영이 된다고 들었다.

스포티지R의 시야가 너무 좁다는 의견도 제품 개발에 반영이 됐고 예비부부를 위한 마케팅 제안까지 다양한 의견들도 내놨다.

여러 활동들이 기억에 남지만 가장 보람이 있었던 일은 작년 10월에 열린 'K시스터즈 데이'다. 레드 아뜰리에가 여성 고객만을 위한 특별한 행사로 건의를 했고 참가자 선발 방식과 행사 진행 등 모두 우리가 원하는 대로 기아차가 준비를 했다. 그리고 이 행사는 대 성황을 이룬 것으로 평가를 받았다.

이런 저런 건의 사항이나 아이디어를 기아차가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보기 좋았다. 레드 아뜰리에가 여성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기아차가 진짜 여성의 시선에서 뭔가를 하고 있다는 믿음과 확신이 생긴 것도 이 때다.

여러 모델을 시승했다고 하던데 가장 마음에 들었던 차는=프라이드와 쏘울이다. 지금 카렌스를 타고 있어서 처음에는 실내공간이나 시야가 답답할 줄 알았는데 그런 불편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쏘울은 감각적인 디자인, 넓은 공간에 많은 호감이 갔다.

공간의 크기나 아기자기하고 꼼꼼하게 마무리된 인테리어와 조명까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지금 타고 있는 카렌스의 대체 모델 가운데 가장 강력한 후보들이기도 하다.

레이도 마음에 들었다. 아이들이 서서 타고 내리는 걸 보고 세상에 이런 차가 다 있나 싶었다. 아이들이 크지 않다면 레이는 가장 적절한 세컨드 카로 모든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을 하고 싶다.

 

곧 2기 레드 아뜰리에가 출발을 한다. 조언을 한다면=자동차에는 여전히 여성에 대한 편견이 존재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나 주변의 인식, 자동차를 만드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개선이 되고는 있지만 운전을 할 때나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이는 것, 그리고 감성적인 부분에서도 여성들이 불편해 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자동차에는 여전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자동차를 만들고 개선하는 과정, 홍보와 마케팅 전략에 여성의 입장을 전달하고 반영할 수 있는 레드 아뜰리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과정들이 있어야만 여성들의 자동차 생활이 더 편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거창한 얘기 같지만 대한민국 1000만 여성 운전자들을 위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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