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됐고, 여심(女心) 노린 현대차 '최종병기'

  • 입력 2013.02.18 22:43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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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미에서 첨단 장비와 서비스 전문 인력이 여성 고객이 맡긴 차량을 진단하고 있다.

여성 운전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오는 25일에는 헌정 사상 처음, 여성 대통령이 집권한 정부가 들어선다.

자동차가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은 이미 오래전 사라졌고 어떤 차를 살 것인지에 대한 선택에도 여성들의 입김이 더 거세졌다. 자동차 산업과 문화에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시대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 업체들은 분주해졌다. 앞 다퉈 여성의 감성을 공략하기 위한 차를 만들고 마케팅을 벌이는가 하면 차별화된 서비스까지 선을 보이고 있다.

발 빠른 현대차는 여성 전용서비스를 내놨다. 지난 10일 문을 연 현대차 '블루미(blueme)'는 국내 최초로 도입된 오직 여성만을 위한 서비스 거점이다.

18일, 서울 도곡동에 있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갤러리에 숍앤숍(Shop&Shop) 형태로 자리를 잡은 여성전용 서비스 거점 블루미를 찾았다. 그리고 블루미의 시스템과 이 곳을 찾은 여성 운전자의 반응을 살펴봤다.

▲ 여성 고객 전용 라운지에는 최고급 음료와 커피, 잡지 등이 비치돼있다.

특급호텔 부럽지 않은 시설과 서비스

현대 힐스테이트 갤러리의 서쪽 주차장 블루미 센터 주차장 입구에 여성 운전자가 들어서자 말쑥한 차림의 직원이 다가간다.

여성도 쉽게 주차가 가능할 정도로 공간에 여유가 있지만 블루미는 누구에게나 발렛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은 차량을 맡긴 후 1층 상담실에서 예약 상황을 확인하고 간단한 상담을 마치면 더 이상 할 일이 없다.

전담 서비스 매니저가 점검과 수리해야 될 사항을 체크하고 고객이 가장 편하게 정비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 업소를 알선하는 한편, 수리가 끝난 차를 원하는 장소까지 배송해 주는 원스톱 서비스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 곳 시설도 수준급이다. 1층에는 주차장과 함께 첨단 장비로 차량 점검을 할 수 있는 시설과  고객들이 접수를 하고 상담을 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 자리를 잡고 있다.

2층에는 널찍하게 자리를 잡은 개방형 라운지와 함께 최고급 커피와 각종 여성잡지들이 비치된 블루라운지, 그리고 동반 자녀를 위한 '키즈존'이 마련됐다. 모두 초특급 호텔이 부럽지 않은 고급스러운 공간들이다.

이와 함께 여성 운전자들의 선호도에 따라 네일아트와 문화강좌 등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힐링라운지도 앞으로 운영이 될 예정이다.

모든 시설과 인테리어는 여성 스스로가 우월감을 가져도 좋을 만큼 고급스럽고 세련됐다. 또한, 상담 직원과 서비스 매니저는 물론 발렛 서비스를 하는 직원들의 응대도 여성의 눈높이에 맞춰 잘 훈련돼 있다.

▲ 여성고객과 상담을 하고 있는 조용진 블루미 운영팀장

아토스도 여성운전자면 'OK'...차량 대여도 무상

놀라운 점은 이 모든 서비스가 여성 운전자가 몰고 온 현대차라면 연식과 차종을 불문하고 모두 무상으로 제공된다는 사실이다.

조용진 블루미 운영팀 팀장은 "경차 아토스처럼 수십 년 전 단종이 된 모델도 여성 운전자라면 동일한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차량의 이상 증세에 대한 확인과 일상적인 점검 뿐 아니라 총 49개 항목에 대한 무상 점검 서비스까지 모두 공짜다.

블루미의 서비스 매니저는 고객이 의뢰한 차량의 점검을 통해 정비가 필요하다고 확인이 되면 여성 고객이 원하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서비스 거점을 소개하고 안내한다.

여성 고객이 차량 수리에 소요되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하는 배려도 남다르다. 차량 수리에 필요한 시간이나 기간 동안 사용 할 수 있도록 고객이 원하면 무상으로 차량 대여를 해 주고 수리가 끝나면 원하는 장소까지 직접 가져다 주는 무료 배송 서비스가 제공된다.

2층에 마련된 테마별 라운지에서 점검이나 수리가 진행되는 동안 무료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참고로 블루미는 직접 방문을 해도 모든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지만 가능한 예약 후 이용을 하는 것이 좋다. 방문객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김종현 고객서비스팀 과장은 “블루미는 여성운전자들분이 직접 하기 어려운 타이어공기압이나 오일체크 등 단순한 점검에서 하이테크 점검까지 무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쉽게 말해서 여성이 자동차만 몰고 오면 모든 서비스를 불편없이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 2층에 마련된 개방형 라운지

과잉정비 'NO', 현대차 여성운전자 모두가 ‘VIP'

조용진 센터장은 최근 미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여성운전자가 블루미의 시설과 서비스 수준, 그리고 여성만을 위한 특별한 공간에서 자동차를 살펴보고 수리를 할 수 있다는 점에 연신 놀라움과 고마움을 표시했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자가 정비가 일상화된 미국이나 유럽에서 블루미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독특한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블루미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 거주 경험자에게까지 생소하지만 기분 좋은 서비스로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아반떼 차량을 몰고 점검을 받기 위해 블루미를 방문한 김선수(49세 서울시 송파구)씨도 "영업사원 소개로 블루미를 찾았는데 시설이나 발렛 서비스, 직원 안내 등 모든 서비스가 매우 흡족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특히 "그 동안 차량 수리를 맡기면 여자라는 이유로 덤터기를 씌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블루미는 점검과 정비까지 모두 믿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그녀는 특히 “다른 건 몰라도 자동차와 관련해서는 이유없이 푸대접을 받거나 김여사라는 핀잔만 들었는데 블루미는 딴 세상 같다”며 “주변 친구들에게도 꼭 알리고 싶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블루미 이용에는 회원 가입 등의 까다로운 절차도 필요가 없다. 현대차를 몰고 온 여성운전자라면 누구가 VIP 대우를 해주기 때문이다.

▲ 어린이 동반 고객을 위한 '키즈존'

여성운전자 타깃 마케팅의 시작이 될 듯

여성전용 서비스센터 '블루미'의 가장 큰 특징은 여성 운전자를 대상으로 차량 상담에서 점검, 그리고 정비와 출고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원스톱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여성 운전자의 경우, 차량의 관리 및 점검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잉정비나 바가지요금의 우려를 덜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뿐만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젊은 주부 또는 직장 여성들이 차량 수리를 위해 긴 시간을 할애하기 쉽지 않은 만큼, 수리를 맡기면 다른 차량을 빌려주고 배송서비스까지 무상으로 제공된다는 점도 블루미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비결이다.

한편 현대차는 블루미를 이용하는 여성운전자들의 반응을 면밀하게 분석해 향후 센터 운영에 적극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조 센터장은 "여성 운전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향후 문화강좌와 네일아트 등의 프로그램을 힐링 라운지를 통해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 최초로 시도된 여성전용 정비 서비스 거점 블루미가 갈수록 구매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여성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최종병기'가 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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