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색(色)의 조건을 갖춘 미니밴 혼다 ‘오딧세이’

  • 입력 2013.01.20 22:46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요타 시에나와 함께 미국 시장에서 가장 성공적인 패밀리카로 명성을 얻고 있는 혼다 ‘오딧세이’의 4세대 모델이 지난 해 11월 한국 시장에 출시됐다.

기아차 카니발과 도요타 시에나를 다 합쳐 연간 3만5000대 밖에 되지 않는 작은 한국의 미니밴 시장이 그렇게 폭 넓지 않다고 봤을 때 혼다코리아가 굳이 ‘Made in USA' 오딧세이를 들여 온 이유는 뭘까.

혼다코리아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한국의 아웃도어 시장을 노렸다고 말한다. 레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가장 적합한 활용성을 발휘하는 미니밴의 수요도 어느 정도 늘어 날 것이라는 계산이다.

오딧세이는 미국 시장에서만 연간 11만대 이상 판매되는 ‘베스트 패밀리카’다. 만약 혼다가 예상한대로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과 맞물려 미니밴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어느 정도의 가능성이 기대되는 이유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오딧세이의 기본기가 어느 수준까지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아야만 가능한 얘기다. 그걸 확인하기 위해 오딧세이를 시승했다.

 

날렵한 거구(巨軀), 적당한 근육 돋보여

어코드 왜건을 베이스로 개발돼 1994년 처음 등장한 오딧세이는 이후 몇 차례의 페이스 리프트를 거쳐 기존의 미니밴 대개와 같은 박스 타입에서 점차 날렵하게 변신을 했다.

5180×2010×1735mm(전장, 전폭, 전고)의 차체 사이즈는 경쟁 모델인 도요타의 시에나보다 전장과 전폭은 크고 전고는 낮은 수치다. 휠베이스도 3000mm나 되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차체가 주는 위압감이 큰 반면 스포티함을 강조한 디자인적 요소로 엄청난 덩치에도 꽤 날렵한 인상을 준다.

이러한 사이즈 구성은 미니밴들도 점차 세단의 비율에 맞춰 개발되고 있는 추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높은 지상고를 빼면 대형 세단의 감각과 비슷한 쪽으로 가고 있고 오딧세이도 마찬가지다.

혼다의 라인업을 통해 익숙해진 패밀리 룩이 오딧세이에도 적용이 됐다. 그리고 라디에이터 그릴과 HID헤드램프의 연결감을 살려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전면부의 개성과 안정감이 돋보이도록 했다.

측면은 특별한 캐릭터가 없는 대신 3열 글라스 라인을 번개가 연상되도록 과감하게 비틀어 독특한 실루엣을 만들어 냈다.

대형 콤비네이션 램프가 적용된 후면부는 심플하면서도 아래로 내려 올수록 더 넓은 면적을 배치해 전체적인 차체의 안정감이 살아나도록 했다.

 

탱크의 빈틈없는 공간처럼 세심한 배려

미니밴의 특성상 실내 공간의 구성은 가장 중요한 포인트, 따라서 세심하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시트의 구성, 운전석에 앉으면 무릎의 적당한 부위가 시트의 끝과 만나고 등 부분이 닿는 감촉까지 뛰어나다는 것을 금세 느끼게 한다. 시트의 무르기도 적당한 편이다.

이런 기분은 운전석 옆의 동승자석과 2열, 3열이 거의 다르지 않다. 기분 좋은 시트의 감촉과 함께 실내 공간을 효율적으로 꾸미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탁월하다.

적재공간은 탈착식 2열 시트와 원모션 폴딩 3열 매직시트로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고 탈착식 센터콘솔을 적용해 실내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독특하고 유용하다.

또 하나 눈여겨 볼 점은, 다양하고 유용한 수납공간이다. 오딧세이의 실내에는 12개의 컵 홀더가 있고 휴대폰이나 게임기, 핸드백 등을 수납할 수 있는 다용도 수납공간이 설치됐다.

기능성을 고려한 듯 이 수납공간들은 깊고 넉넉하게 만들어졌고 센터페시아 하단에는 쿨링 박스도 배치가 됐다.

오토 슬라이딩 도어와 테일 게이트는 통합 리모컨과 내부 스위치를 사용해 좁은 공간에서도 손쉽게 작동이 가능하도록 했다.

내비게이션은 다소 불만스럽다. 대시보드 패널에 생뚱맞게 튀어 올라온 버튼을 터치하면 작동 되는 불편까지는 감수할 수 있지만 시동을 끄고 다시 켜면 설정된 경로를 다시 확인해야 하고 적지 않은 동선까지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4 스포크 타입의 스티어링 휠에는 틸팅&텔레스코픽 기능이 포함됐고 계기반의 기능과 컬러는 무난한 편이다. 온 보드 컴퓨터 디스플레이의 차량 운행 정보(순간연비, 주행거리 등)의 텍스트가 꽤 세련됐다는 점도 기억에 남는 부분이다.

 

세단과 다르지 않은 승차감과 연비

오딧세이는 3471cc V6 SOHC i-VTEC+VCM 엔진을 탑재했다. 최고출력 253ps/5700rpm, 최대토크 35.0kg.m/4800rpm을 발휘하고 트랜스미션은 5단 자동변속기를 기본으로 탑재했다.

7인승에 앞 바퀴굴림 방식이며 상시사륜을 포함한 4륜 기능을 옵션으로도 선택 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

큰 덩치에 고배기량의 미니밴인 만큼, 고속운전이나 헤어핀 구간에서의 과감하고 멋진 자세는 보여주지 못한다. 그러나 실용영역대의 적당한 속도에서 발휘되는 주행 능력은 동급의 대형 세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실내에서 느끼는 정숙성은 애매한 세단보다 낮다고 느껴질 정도의 수준이다. 바닥의 타이어 구름 소리, 엔진의 아이들링이나 부밍을 가장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ANC(Active Noise Cancellation)가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전륜에 맥퍼슨 스트럿,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적용했고 무거운 차체를 받아들이고 노면의 거친 순간에 반응하는 무르기도 적당해 장시간 운전에도 큰 피로감이나 자세를 고쳐 잡는 일이 많지 않아도 될 만큼 부드러운 주행 능력을 발휘하는 것도 오딧세이의 또 다른 장점이다.

낮은 지상고와 시야가 좋은 시트 포지션, 그리고 운전자의 의도에 반응하는 차체의 응답성이 워낙 좋아 여성 운전에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오딧세이의 또 다른 장점은 연비다. 표시 연비는 8.8km/l이었지만 약간의 공을 들인 경제운전 덕분에 140km여를 주행한 후 온보드 컴퓨터에는 9.3km/l가 표시됐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동급의 대형 세단이나 경쟁 모델인 도요타 시에나보다도 뛰어난 수치다. 안전사양으로는 3열 사이드 커튼 에어백을 포함한 6개의 에어백과 ESC, EBD ABS, BAS 등이 적용됐다. 또한 미국 교통안전국(NHTSA)에서 최고 등급의 점수를 받기도 했다. 가격은 4790만원이다.

총평을 하자면 혼다 오딧세이는 미니밴이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조건을 비교적 충분하게 갖추고 있다. 운전자와 탑승자에게 제공되는 완벽한 공간과 누구에게나 쉽게 허락되는 쉽고 편한 운전, 그리고 동급 모델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경제성 등 3색(色)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