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발에서 포니, 한국의 자동차 브랜드 변천사

  • 입력 2012.12.24 14:58
  • 수정 2020.08.05 11:29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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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는 전 세계에 몇 개나 될까?

세계자동차공업협회(OCIA)의 37개 회원국,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한 자동차 브랜드는 대략 60여개 정도 된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말고도 우리나라에 스포츠카 스피라를 만드는 어울림모터스와 기아자동차 경차를 생산해 OEM으로 납품하는 동희오토, 그리고 레오모터스와 같이 전기차를 만드는 제조사가 더 있듯이 전 세계에 알려지지 않은 곳을 모두 합치면 1000여곳이 넘는다.

특이한 것은 수 없이 많은 자동차 브랜드가 존재해있지만 1769년 증기기관을 이용한 최초의 전기차가 인류에게 소개된데 이어 가솔린을 사용하는 내연기관이 처음 발명된지 100여년 이상이 지났어도 자동차 역사의 시작이 됐던 브랜드들이 아직도 건재하다는 점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 포드, 폭스바겐, 시트로엥과 같이 세계 자동차 산업을 좌지우지하는 세계적 자동차 회사 대부분이 100년 이상의 기업 역사를 같고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 자동차 회사들의 탄생과정이다. 창업주의 이름을 그대로 따거나 계열사의 하나로 시작하면서 모기업의 사명이 그대로 불리기도 하고 정치적 상황에 맞춰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지만 수십억달러의 가치로 평가 받고 있는 자동차 회사들의 브랜드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한다.

시발에서 포니, 한국의 자동차 브랜드 변천사

외국에서 만들어진 자동차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언제일까? 1903년 고종황제가 즉위 40주년을 맞아 미국 공관을 통해 들여온 포드의 A형 리무진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역사의 시작이자 최초로 알려져 있지만 당시 조선을 강점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던 일본인들이 이보다 앞서 자동차를 타고 다녔다는 기록도 남아있어 자동차가 처음 소개된 시점은 명확하지가 않다.

해방이되고 6.25를 겪으면서 미군들이 사용하던 군용차를 개조한 시발(始發)자동차가 나오기까지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전적으로 수입차에 의존을 해왔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시작은 따라서 1962년 기아자동차의 전신인 기아산업이 최초의 3륜 화물차인 K-360을 생산한 데서 시작됐고 1967년 현대자동차가 설립되고 최초의 국산차 포니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시대가 열렸다고 볼 수 있다.

아시아 최고의 기술을 의미하는 기아(起亞)자동차는 해방직전인 1944년 설립된 경성정공에서 자전거 제조를 시작으로 자동차 산업에 진출한 기아산업으로 시작했다. 당시 창업주인 김철호(1905년생)가 1922년 일본 오사카에서 삼화제작소를 설립, 자동차와 자전거 부품을 생산하면서 얻은 자본과 기술로 만들어졌다.

한국에 돌아온 김철호는 일본을 능가하는 아시아 최고의 기술로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1950년 사명을 기아산업으로 바꿨고 마침내 1962년 삼륜차로 유명한 최초의 화물차 K-360을 만들어냈다. 1999년 외환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현대자동차그룹에 흡수가 되기는 했지만 한국 자동차 산업의 모든 시작은 기아자동차라고 볼 수 있다.

1967년 12월 미국 포드자동차와 합작 회사로 출발한 현대자동차는 창업자인 고(故) 정주영 회장이 1940년대 초 서울에서 시작한 정비공장 아트서비스에서 시작했다. 정주영 회장은 1967년 12월 자본금 1억 원으로 현대자동차를 설립했고 1968년 5월 울산에 연간 3500대를 만들 수 있는 공장을 세웠다. 포니에 앞서 국산화율 21%의 코티나 1600D를 처음 생산했고

1976년 국내 최초의 자체 모델로 개발된 ‘포니’는 국내 판매는 물론 수출까지 하면서 세계에 현대자동차의 존재를 알리는 역할을 했고 오늘날 세계 4위 자동차기업으로 성장하는 기틀이 됐다. 당시 대당 229만원에 판매된 포니는 1238cc 4기통 미쓰비시 새턴엔진을 탑재하고 최대출력은 80마력에 불과했지만 국내는 물론 시장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기업 역사에 유난히 부침이 심했던 쌍용자동차는 비운의 브랜드 역사를 갖고 있다. 1954년 1월 하동환 자동차 제작소로 출발한 쌍용자동차는 1967년 5월 신진자동차와 업무제휴를 시작해 1974년 4월 신진지프자동차공업을 합작 설립했다. 그 해 5월 AMC(American Motors Corporation)와 기술 계약을 체결하고 10월 하드탑, 소프트탑, 픽업 등 다양한 신진지프 모델을 선보였다. 신진지프는 훗날 코란도의 전신으로 정통 오프로더의 초석이 된다. 1977년 하동환자동차는 동아자동차로, 1981년 신진자동차는 거화로 상호를 변경한다.

거화는 1983년 3월 자체 생산한 지프에 ‘코란도’라는 새 이름을 붙였다. 코란도는 ‘한국인은 할 수 있다(Korean can do)’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또 다른 의미로는 ‘한국인의 의지와 힘으로 개발한 차(Korean do it)’, '한국땅을 뒤덮는 차(Korean land over)', '한국을 지배하는 차(Korean land dominator)' 등 여러개의 뜻을 갖고 있다. 1984년 12월 동아자동차가 거화를 인수하고 1986년 11월 다시 쌍용그룹이 동아자동차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지금까지 쌍용자동차로 불리고 있다.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차를 인수하고 코란도와 무쏘라는 모델명을 액티언, 카이런으로 바꿨지만 다시 인도 마힌드라 마힌드라 그룹으로 주인이 바뀌면서 코란도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코란도는 1990년대 대학생들이 마음껏 타보고 싶어서 쌍용자동차에 입사를 했다고 했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으며 현재 한국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모델 가운데 가장 긴 브랜드 역사를 갖고 있다.

옛 대우그룹이 1983년 경영난을 겪고 있던 GM코리아가 상호를 변경한 새한자동차를 인수해 출범한 대우자동차는 프린스와 르망, 티코 등 수 많은 명작들을 만들어 냈다. 한 때 국내 자동차 회사에서 현대자동차를 위협하는 브랜드로 성장하면서 GM과의 합작관계를 청산하는 등 승승장구했지만 2001년 다시 경영권을 넘기게 된다.

2002년 GM대우오토테크롤로지로 다시 출발한 이후, 주로 경소형차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의욕적으로 출시한 준중형, 중형급 신차가 시장에서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면서 새로운 변화가 절실했던 GM대우는 세계적인 브랜드 ‘쉐보레’를 도입하고 사명에서 ‘대우’를 완전히 빼 버리고 ‘한국GM'으로 회사 이름을 바꾸게 된다.

1955년 부산에서 미군 차량을 수리하던 신진공업사로 출발해 가장 왕성하게 세계시장을 누볐던 대우자동차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오랜 숙원에 따라 1995년 출발한 삼성자동차는 일본 닛산과 기술제휴로 시작했다. 닛산의 설비와 부품을 수입해 조립하는 수준에서 출발했지만 1998년 출시한 모델 SM5는 차별화된 디자인과 삼성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현대자동차 쏘나타를 위협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결국 닛산과 제휴관계에 있는 프랑스 르노사에 매각되고 만다.

지금은 삼성과 전혀 관계가 없지만 삼성그룹에 매년 적지 않은 로열티를 지급하는 것도 결국은 브랜드에 대한 가치면에서 효율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만약 르노삼성자동차에서 삼성을 뺀다면 지금과 같은 브랜드 효과를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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