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는 벤츠, 멀어진 렉서스… 토종 고급세단 약진

K7•E350•E300, 럭셔리 세단 격돌…승자는

  • 입력 2011.09.22 21:3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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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대형 이상의 대형차는 한 동안 수입차 브랜드가 지배해왔다.

외국의 중저가 브랜드가 수입차라는 프리미엄을 내 세워 철이 지나고 한 물간 디자인의 평범한 모델을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팔아도 통했다.

허세 또는 과시적인 소비 심리를 이용한 마케팅이라고 위안을 삼기는 했지만 솔직히 국산차 가운데 마땅히 대응할 만한 모델도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높은 수준의 상품성을 갖춘 국산 대항마들이 수입차 브랜드를 위협하고 있다.

시나브로 상황이 달라졌지만 순수 국산 토종 대형세단은 완성도 높은 디자인, 수입 모델과 대등한 성능, 그리고 국내 정서에 맞는 여러 종류의 사양을 갖춘 꽤 우수한 품질에도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오토헤럴드는 따라서 자동차의 핵심 세그먼트로 성장한 고급 준대형 시장에서 순수 국산차의 수준이 어느 정도일까를 점검해보기로 했다.

대상 모델은 가장 최근 출시된 기아차 K7 3.3GDI, 상대는 독일을 대표하는 벤츠 E300, 일본의 럭셔리 브랜드 렉서스 ES350 두 개 모델이다.

국산 준대형 모델의 글로벌 경쟁력을 점검해보고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기 위한 시도, 그 결과를 공개한다.

K7, 쿠페 보다 더 날렵한 루프라인=E300, ES350, K7의 비교 평가는 삼복더위를 무색하게 했던 지난 16일, 인천 영종도 일대에서 진행됐다.

4명의 자동차 전문기자와 전문 카 레이서(알스타즈 최윤례) 등 5명이 각 차량을 번갈아 주행 하고 디자인과 인테리어, 퍼포먼스와 안전 및 편의사양 등 90개에 달하는 평가항목에 일일이 매긴 점수를 모두 더한 총점으로 각 부문별 최종 성적을 부여했다.

디자인 평가는 기아차 K7이 E300과 ES350을 압도적으로 제치고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K7은 전, 측, 후면부와 라디에이터 그릴, 전•후 램프류와 휠 등의 디자인 만족도 평가에서 총점 176점을 받아 172점을 받은 E300과 147점에 그친 ES350보다 앞섰다.

K7은 날렵한 루프라인이 전면부와 후면부로 이어지면서 BMW와 같은 유수의 브랜드들이 추구하는 쿠페 혹은 스포츠카의 역동적인 스타일 트랜드에 충실했다.

E300은 심플함과 다이내믹한 성능을 강조한 측면 디자인이 높은 점수를 받았고 특히 후면부의 절제된 스타일이 호평을 받았다.

반면 ES350은 세단의 기본적인 디자인을 기준으로 보면 무난하겠지만 수 년 동안 고집스럽게 이어지며 변화를 찾기 힘든 진부함이 혹평을 받았고 낮은 벨트라인과 각 필라부의 정교함도 K7이나 E300보다 부족했다.

수려한 K7, 모범생 E300...복학생 ES350=개인적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익스테리어 디자인과 달리 실내 인테리어와 디자인은 ‘운전을 하는 공간'이라는 특성으로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한 분야다.

공간을 비롯해 시트, 클러스터와 센터페시아,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다양한 편의사양을 평가하는 25개의 항목 점수에서 K7과 E300은 각각 557점과 535점으로 비슷했고 ES350은 489점에 그쳤다.

K7은 버튼류의 배치와 조작편의성, 인테리어 재질과 촉감 등에서 E300보다 다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전반적인 공간 만족도, 시트의 촥좌감과 베리에이션, 안락감과 기능에서는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한 클러스터의 디자인과 시인성이 좋은 평가를 받았고 특히 오디오 등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외부기기와의 연동성과 활용성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ECU 룸미러에 적용된 하이패스 기능과 한국형 내비게이션의 작동 편의성도 세 모델 가운데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K7은 시트의 무르기가 적당해서 다소 험한 운전에도 자세 유지가 쉬웠고 장시간 운전에도 피로도가 적었던 반면, E300은 촥좌감이 떨어지는데다 대시보드가 너무 높고 폭이 좁아 심리적인 안정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면 ES350은 공간에 대한 것을 빼면 딱히 좋게 평가할 수 있는 장점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멀미 나는 ES350, 고속주행 승차감은 K7=정지 및 주행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은 세 개 모델 모두 비슷한 수준을 보여줬다.

전반적으로 K7이 모든 부문에서 뛰어난 정숙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됐으나 E300의 경우 특유의 엔진 사운드와 달리는 성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

저속에서 중속을 거쳐 고속으로 연결되는 부드러운 가속성능은 E300이 이름값을 했다.

코너링에서의 긴박함을 받아들이는 조향성능과 스트레스가 전혀없는 변속능력, 조기 발진 성능에 대한 만족도 역시 E300이 가장 높았다.

그러나 K7이 이에 못지않은 동력성능을 보여 준 것은 기대하지 않은 결과였다.

부드럽게 연결되는 가속성능과 차분한 조향성능,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제동성능은 E300에 버금갔고 일반적인 승차감은 E300의 딱딱한 서스펜션과 무른 듯 성격이 분명하지 않은 ES350의 중간 수준이다.

최윤례(카 레이서 알 스타즈)씨는 “급커브가 많은 코스를 반복적으로 주행하면서 렉서스 ES350은 멀미를 할 정도로 차체 흔들림이 심했고 벤츠 E300은 묵직하고 믿음직스러웠지만 다소 투박했다.

반면, K7은 도심 주행에 맞도록 세팅 된 탓에 포장도로에서 가장 정숙하게 달렸다”고 말했다.

특히 “제원표를 보면 K7의 배기량이 가장 낮은데도 출력과 토크가 높다”면서 “중량도 낮아 K7이 운전자, 특히 차량 제어가 쉽지 않은 여성들이 운전하기에는 최적의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퍼포먼스 부문의 종합 평점은 K7이 358점, E300 348점, ES350은 300점을 받아 세 모델 가운데 가장 낮았다.

ES350 전국노래자랑, E300 가요무대, K7은?=각 모델에 적용된 안전 및 편의사양과 차량 가격, 그리고 비교 평가를 통해 부여된 총점을 토대로 내린 종합 평가 결과에 따르면 K7과 E300의 상품성이 대등해졌고 아쉽지만 ES350은 이제 딱히 장점을 찾기 어려운 평범한 모델이 됐다.

가격 역시 4070만원의 K7이 저렴하지만 안전 및 편의사양은 비교 모델 가운데 가장 다양하고 풍부했다.
K7은 에어백과 VDC(차체자세제어장치), MDPS(속도감응형파워스티어링)와 같은 기본적인 안전시스템과 함께 LDWS(차선이탈경보), TPMS(타어어공기압경보), 액티브헤드레스트, 어뎁티브 헤드램프 등의 첨단 안전 시스템을 기본으로 제공하지만 E300과 ES350은 선택적으로 제공하는 옵션이다.

한국과 독일, 일본을 대표하는 준대형 세단의 비교 평가는 의외의 결과로 나타났다. 그 동안 “고급차는 수입차”라는 선입견이 정형화된 상황에서 K7이 벤츠 E300, 렉서스 ES350과 같은 유수의 명차와 대등하고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벤츠 E300과 렉서스 ES350이 오래된 가요 프로처럼 우리에게 익숙하고 친근한 명차임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요즘 가요 프로는 세련된 무대, 화려한 의상, 폭발적인 사운드를 보여줘야만 뜬다. K7이 그걸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나는 K7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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