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격렬하게 한계령 오른 '코나 일렉트릭' 내연기관 뼈대의 특별한 맛

  • 입력 2023.05.26 08:4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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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전 이맘때 한계령은 오싹했던 기억이 있다. 함께 길을 나선 이들이 한계령을 타고 도착지 속초로 가자고 했을 때 머뭇머뭇한 것도 추위에 질색하는 체질 때문이다. 맘대로 될 일도 아니고 내린천 휴게소에서 억지로 끌리다시피 한계령으로 방향을 잡았다.

기억과 다르게 한계령은 칠형제봉이 눈에 잡히는 꼭대기에 올랐는 데도 한여름 녹음처럼 숲이 거먹했고 바람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온화한 기운으로 맞아줬다.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기후 변화, 때 이른 더위, 평균 기온 상승 따위의 말들이 떠 올랐다. 

내연기관 플랫폼=한계령을 타고 오른 건 2세대 '코나 일렉트릭'이다. 지난해 11월 내연기관이 먼저 나왔고 해를 넘겨 올 3월 데뷔한 순수 전기차다. 현대차가 요즘 내놓는 전기 전용 플랫폼 전기차와 다르게 코나 일렉트릭은 현대차 i30 전륜구동 플랫폼을 뼈대로 한다.

그 맛이 기가 막힐 정도로 감탄스럽다. 대부분 모듈로 조립한 전기차 플랫폼과 다르게 내연기관 것은 진동을 버티기 위해 조임새 그리고 견고함에서 차이가 있다. 눈으로 봐도 두 플랫폼은 묵직함에서 차이가 난다.

이런 차이가 한계령 타는 와인딩에서 특별한 맛을 낸다. 거칠게 잡아 돌려도 흐트러짐이 전혀 없다. 코너에 진입하고 빠져나올 때까지 19인치 금호 마제스티 타이어가 노면을 꽉 붙들며 짜릿한 마찰음을 내고 시선이 잡히면 금새 바른 자세로 돌아온다.

맥퍼슨 스트럿, 멀티링크로 조합한 서스펜션도 거친 조건에도 최선을 다해 준다. 적당한 무르기로 쇼크를 튕겨내기 때문에 차체 거동이 더 쫄깃해진다. 무엇보다 이런 와인딩에서 꼭 필요한 '감속과 가속'의 타이밍과 연결이 전기차가 아니면 경험하기 힘든 재미를 준다.

운전대 너머에 있는 패들로 빠르게 회생제동 강도를 제어하면 코너에 진입하면서 제동을 하지 않아도 안전한 회전에 충분한 감속이 되고 다시 빠르게 속도를 상승시킬 수 있다. 기분 좋게 달려 도착한 한계령 정상 휴게소는 다행스럽게 온화했다.

전기차 먼저=다 아는 얘기지만 5년 만에 나온 풀 체인지 코나는 일렉트릭 버전을 먼저 디자인했다. 그만큼 코나 일렉트릭에 공을 들였다는 얘기다. 2세대 코나 일렉트릭은 그래서 충전구 위치만 빼고 외관, 실내, 전기 동력계 전부 확 바꿨다.

전면부는 보닛에 포지셔닝 램프하고 주간주행등을 하나로 연결한 수평형 램프, 인테이크 홀을 품은 범퍼의 감각적인 패턴으로 전혀 다른 감성을 준다. ​측면은 캐릭터라인, 벨트라인이 투싼이나 아반떼보다 간결하게 하고 하이그로시로 적당히 고급스러운 감성을 표현한다.

헤드라이트에서 시작해 굵고 선명하게 측면을 가로지른 캐릭터 라인이 인상적이다. 후면에도 수평형 램프가 들어갔다. 헤드라이트와 같은 삼각형 모양의  테일램프, 과감하게 볼륨을 살려 세그먼트에 어울리는 당돌한 모습을 하고 있다.

사이즈가 좀 커지면서 전체 비율에 균형이 더해졌다. 신형 코나는 전작에 비해 전장이 145mm 늘어난 4355mm, 휠 베이스가 60mm 늘어난 1825mm 제원을 갖고 있다.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실내는 전기차나 내연기관차나 다르지 않다. 12.3인치 클러스터, 같은 크기의 내비게이션을 통합한 파노라믹 디스플레이, 스티어링 컬럼 전자식 변속 레버 그리고 회생제동 강도를 조절하는 패들이 운전대 뒤쪽에 자리를 잡았다.

덕분에 콘솔 부에 여유가 더해졌고 깔끔해졌다. 배터리가 차 바닥에 놓이면서 시트 위치가 내연기관보다 높아졌다. 충분한 시야를 갖는 데 도움이 됐고 무중력 자세로 편하게 쉴 수 있는 릴렉션 컴포트 시트의 안락감도 만족스러웠다.

​개인 설정 또 주행모드에 따라서 색깔이 바뀌는 엠비언트 라이트, 반듯한 라인으로 가득한 대시보드가 주는 편안함도 있다. ​디지털 사양도 풍부했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가능하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자유롭게 설정하고 개인화할 수 있는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CCNC), 실물 카드 없이 하이패스 사용이 가능한 이 하이패스도 탑재했다.

​첨단안전운전 보조시스템 ADAS를 죄다 탑재했는데 이 중 가장 인상적인 건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이다. 실시간으로 전방 영상을 담아 가야 할 방향을 표시해 준다.

폭스바겐 ID.4=전기 동력계는 폭스바겐 ID.4, 벤츠 EQA를 압도한다. 단적인 예가 배터리 성능이다. 64.8kWh 배터리를 탑재한 롱레인지 트림을 기준으로 했을 때, 80kWh대 배터리를 탑재한 경쟁 차보다 더 긴 거리, 더 빠르게 달린다.

코나 일렉트릭 최고 출력은 204마력, 최대 토크는 255Nm 성능을 발휘한다. 최대 주행가능 거리는 417km, 복합 전비는 타이어 규격에 따라서 4.8~5.5km/kWh, 반면 ID.4는 82kWh 배터리를 탑재하고 주행 거리는 405km에 그친다.

배터리 용량에서 20kWh 정도 차이가 나는데 주행거리는 오히려 코나가 더 길다. 배터리만으로는 전기차의 상품성을 비교하기 힘들다는 것을 코나 일렉트릭이 보여준다. 전기차는 배터리 이상으로 모터와 인버터, 그리고 감속기 등 주변 연관 시스템의 메커니즘으로 효율성이 결정된다.

코나 일렉트릭은 실제 도로 주행에서 제원 이상의 효율성을 보여줬다. 고속도로를 주로 탔고 한계령에서 거칠게 몰아붙였는데도 170km 남짓을 달린 전비가 6km/kWh를 가볍게  넘겼다. 19인치 타이어를 장착한 코나 일렉트릭 롱레인지의 고속도로 인증 전비는 4.4km/kWh다.

[총평] 전기차는 그동안 도심에서 차분하게 몰아보기만 했다. 하지만 한계령에서 미진한 역량에 맞춰 한계점까지 몰아 붙이는 짜릿한 경험을 하고 난 후 순수 전기차도 충분히 재미있는 운전을 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내연기관의 견고한 뼈대를 가진 전기차만의 특별한 장점일 수 있겠다. 코나 일렉트릭 시작 가격은 4653만원(스탠다드 프리미엄)이다. 롱레인지는 4968만원~5323만원, 이런저런 보조금을 챙기면 3000만원대 중반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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