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업체 돈벌이로 전락한 전동 킥보드 '불법 구역으로 자리 옮겨 신고하고 견인'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학교 교수

  • 입력 2023.02.26 07:03
  • 수정 2023.02.26 07:09
  • 기자명 김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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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 이하 PM) 사용자 증가로 안전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PM 관련 사고는 15배 증가했다. 안전사고가 워낙 잦아지면서 PM 이용자를 '킥라니’로 부르기도 하고 지자체는 조례 제정 등을 통해 안전 대책을 세우고 있다.

PM을 매우 위험한 이동 수단으로 보고 있지만 데이터를 보면 다른 이동 수단에 비해 안전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교통사고분석시스템 TAAS에 따르면 PM은 사고시 중상률이 28.5%로, 33.9%의 자전거보다 낮다. 32%대 중상률을 보이는 이륜차와 비교해도 낮다. 치사율도 유사 이동 수단 가운데 PM이 가장 낮다. 

시민 이동성을 제고하면서도 안전을 담보하는 규제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런 구체적 통계에 근거해야 한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데이터보다 PM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근거로 삼아 보여주기식 행정에 집중하고 있다. 새롭게 등장한 이동 수단에 대한 이해 없이 새로운 정책 틀을 짜려는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 

최근에는 목표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황당한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이용자와 PM 업계는 혼란에 빠지고 있다. 대구시는 안전모 보관함을 공유 PM에 부착하는 것을 의무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전모 보관함을 부착하지 않은 PM은 전량 수거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구에서 개발한 안전모 보관함은 운행 실증을 거치지 않아 그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대구 지역 공유 PM 운영사들은 강제 수거를 피하려고 검증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제품을 많은 비용을 들여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또한 무조건적인 안전모 착용이 무리라고 보고 제도를 개선하는 일이 진행 중인데도 불구하고 도리어 안전모 보관함을 의무화하는 것은 시대에 뒤진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안전모 착용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면 업계에 자체적으로 안전모 비치와 보관함 부착을 유도하면서 하나의 선택지로 자체 개발했다는 보관함을 제시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강제 수거 기준이 안전모가 아니라 보관함이라는 것도 모순이다. 정책의 목표가 시민 안전인지 보관함을 판매하기 위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지난해 서울시 행정감사에서 도시교통 실장은 안전모 착용 의무 정책이 실효성이 없다고 밝혔다. 안전모를 비치해도 대부분은 파손·분실됐고 착용률은 3%에 그쳤다. 이러한 경험적 근거를 토대로 정책을 입안했다면 강제 수거라는 페널티가 아니라 안전모 부착 업체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구상했을  것이다. 이전에도 안전모 착용을 의무화했다가 유명무실해진 사례는 많았다. 따라서 안전모는 성인은 권고 사항, 청소년은 의무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서울시는 견인 구역에 세워져 있는 PM을 발견하면 즉시 견인할 수 있도록 해 사설 견인업체의 돈줄이 됐다. 공무원이 아닌데도 행정처분을 민간인이 집행할 수 있다. 신고 시스템에 접수된 신고 건만 견인을 한다고 하지만 견인업체가 스스로 신고하고 견인을 집행하고 있다. 정상 주차한 PM을 견인 구역으로 옮겨 놓은 후 신고를 하고 견인하는 불법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견인업자의 돈벌이에 서울시가 이용 당하고 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불법 행위와 관련한 정보와 데이터를 확보하고도 모른 체 하고 있다. PM 견인으로 이익을 얻는 자가 견인 관련 행정권을 휘두를 수 있는 모순적인 정책이 만들어낸 촌극이다. 서울시는 모르고 있는지 아니면 모른 척하고 있는지 확실한 입장을 밝히고 개선해야 한다.

지자체의 해괴한 정책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PM 이용 시민에게 돌아간다. 경기도 구리시는 거리에 있는 모든 PM을 아예 전량 수거하고 결국 공유 PM을 아예 막아 버렸다. 과도한 정책으로 시민이 편리한 이동 수단 기회를 박탈당했지만 구리시 교통안전 지수는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중국의 한 도시가 이륜차의 무분별한 운행을 막는다고 도심 내 운행을 정지시켰다가 행정이 마비되고 시민들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전격 철회했던 일이 떠오른다. 문제점을 개선하기보다 아예 사업을 막아 이용 기회를 박탈하는 구시대로 회귀한 셈이다.

3년 넘게 잠들어 있는 PM 법이 지난 2월 15일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었다. 법령 부재 상황에서 지자체가 민원과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정책을 펴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 지향점이 상생이 아닌 일방적인 탄압으로 보이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PM 법이 통과하면 상당한 권한이 지자체에 쥐어진다. 앞서 열거한 무리한 규제보다 업계와 협력해 시민의 안전과 교통 편익을 동시에 제고할 것을 기대한다.

우리나라 퍼스널 모빌리티 산업은 현재 갈림길에 서 있다. 외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우버와 같은 플랫폼을 왜 우리나라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지, 택시의 대안으로 주목받았던 타다가 눈물을 머금고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할 때다. PM이 또 다른 피해자가 되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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