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여전히 전기차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토요타의 CO2 배출 총량 계산법

  • 입력 2023.02.01 09:5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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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 손주로 지난 14년간 세계 최대 완성차 토요타를 이끌고 최근 자리에서 물러난 토요타 아키오 사장은 '전기차(BEV)'를 탐탁지 않아했다. 배터리, 부품, 인프라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기차 단일 옵션에 올인하는 걸 매우 위험스럽게 봤다. 

환경단체 입김과 정치적 논리로 각국 정부가 '전기차'를 대세로 만들면서 수많은 자동차 산업 종사자들이 입을 다물고 있으며 자신도 이런 '다수의 침묵자'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도 했다. 할 말은 많지만 워낙 추세가 강한 전기차 대세에 토를 달았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본 모양이다. 

전기차에 늘 부정적이었던 그가 경영에서 손을 떼자 "토요타가 전기차 개발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사실 아키오 사장도 수십조 원을 투자해 2030년 전기차 몇 종을 생산하고 몇 대를 팔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출시 직후 바퀴가 빠지는 망신을 당한 'bZ4X'를 전량 회수한 이후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 일정은 추가로 나오지 않아 그의 생각에 변화가 없다는 것을 짐작게 했다. 

대신 하이브리드카 효율성, 경제성을 갖춘 수소전기차 연구와 개발 얘기가 더 많이 들렸다. 이런 가운데 토요타 연구 개발을 총괄하는 길 프랫(Gill Pratt) CEO가 "전기차가 오히려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언급해 아키오 사장의 퇴진 후에도 토요타 친환경차 전략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그는 "하이브리드, 수소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동력으로 사용하는 자동차가 전기차보다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전기차는 주행 중 배출가스가 나오지 않지만 배터리에 필요한 리튬 등 수많은 광물을 채굴하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과 자원의 한계 그리고 충전 인프라 부족으로 곧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지적도 했다.

그의 주장 핵심은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하는 핵심 광물을 같은 양으로 하이브리드카를 생산했을 때 CO2 등 배출가스 총량의 저감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다. 같은 양의 리튬으로 전기차보다 더 많은 하이브리드카를 만들 수 있어 생애 전주기 CO2 총량 배출량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논리다.  

예를 들어 km당 250g의 CO2를 배출하는 100대의 차량 가운데 100kWh의 리튬으로는 한 대의 전기차를 만들 수 있다. 나머지 99대의 내연기관차는 여전히 같은 양의 CO2를 배출한다. 따라서 100kWh의 리튬으로 전기차를 만든다고 해도 차량 100대의 CO2 평균 배출량은 248.5g/km으로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같은 양의 리튬으로는 90대의 하이브리드카를 만들 수 있다. 하이브리드카는 통상 1~1.5kWh급 배터리를 탑재한다. 토요타를 대표하는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의 CO2 배출량 104g/km를 기준으로 했을 때 같은 양의 리튬으로 66대의 차량 생산이 가능하다. 100대의 차량에서 배출하는 평균 CO2는 153kg이 된다. 엄청난 차이다.

100kWh의 리튬으로 전기차 1대를 만드는 것보다 90대의 하이브리드카 생산이 환경에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주장이 처음 나온 것은 아니지만 토요타를 중심으로 한 일본 완성차뿐만 아니라 가장 엄격한 환경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 유럽에서도 전기차 올인 정책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나오고 있다.

이런 경고에도 상당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내연기관 생산을 전면 중단하는 수준으로 전동화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내연기관 기반 하이브리드카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친환경차가 필요하다는 토요타, 묻지마 식으로 전동화를 위해 달려가고 있는 여러 완성차 가운데 하나는 쓴맛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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