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규(和牛)', 르노삼성차가 안되는 진짜 이유

  • 입력 2012.10.08 14:3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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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내수 판매가 극도로 부진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를 보면 올해 1월에서 8월까지의 누적 판매 대수는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8.0% 감소한 90만3317대에 그치고 있다.

업체별 사정도 비슷하다. 현대차는 같은 기간 7.0%, 기아차도 4.3%가 줄었다. 한국지엠 역시 소폭이지만 0.2% 감소했다.

하지만 쌍용차는 약진을 하고 있다. 5개 완성차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9.3%의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올 실적에서도 뚜렷하고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연초 대비 9월말을 기준으로 판매가 증가한 곳 역시 쌍용차뿐이다.

지난 1월 2804대로 출발한 쌍용차는 지난 9월 4036대를 내수 시장에서 팔아 치웠다. 43.94%의 급증세다. 산업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쌍용차는 소위 '잘 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 그리고 한국지엠도 너무도 긴 춘궁기(春窮期)를 비교적 잘 버티고 있다.

반면 지난 1월 6207대의 실적을 올리면서 무난하게 출발했던 르노삼성차는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 르노삼성차는 9월, 신차급 부분변경모델인 뉴 SM3까지 출시하고도 4005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1월보다 무려 35.48%가 줄어든 수치다. 쌍용차보다도 31대가 적었다.

모기업을 따로 두고 있는 비슷한 경영환경, 불과 1년전만 해도 전혀 다른 처지였던 두 회사가 '되는 집과 안되는 집'으로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이유는 뭘까.

국내 유일의 자동차전문리서치 회사 관계자는 르노삼성차의 처지를 일본의 전통소인 '와규(和牛)'와 빗대 설명했다. "일본 소인 와규 전문 식당을 차려 놓고 프랑스에서 키운 소를 손님상에 내놨으니 장사가 되겠느냐"게 그의 지적이다.

닛산의 기술, 부품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필해왔던 르노삼성차가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프랑스 르노를 선택하면서 빚어진 '참사'라고까지 했다.

와규 맛을 볼려고 식당(르노삼성차)을 찾은 손님들이 국산 한우보다도 양(출력과 토크)이 적은 프랑스 소를 내어 놓는 식당을 굳이 찾겠냐는 논리다. 최근 르노삼성차가 내 놓은 야심작(?) 뉴 SM3도 와규 전문식당이 팔고 있는 프랑스산 소고기와 다르지 않다.

이런 이유로 뉴 SM3는 지난 달 1458대 밖에 팔리지 않았다. 전월인 8월 1388대보다 5% 가량 늘어나기는 했지만 전년 9월 2831대와 비교하면 무려 48.5%가 줄어든 수치다. 신차급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라고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내 세우기에는 초라한 성적이다.

르노삼성차의 앞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마케팅인사이트가 지난 9월 발표한 품질만족도에서 부분적으로 여전히 상위권에 포진을 하는데 성공했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심각하다.

영업만족도와 내구품질에서 간신히 1위 자리를 지키기는 했지만 이는 앞으로 먹고 살아가야 하는 문제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품질스트레스와 디자인 평가에서 전 업체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년도 A/S만족도, 영업만족도 등 2개 부문에서 10년 연속 1위, 초기품질과 내구품질 1위를 차지했던 명성도 눈에 띄게 퇴색하고 있다.

이 곳 관계자는 따라서 "르노삼성차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와규집 간판을 내리든지, 아니면 진짜 와규를 팔아야 한다"고 강조를 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평가되는 쌍용차가 르노삼성차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비결은 나름의 특성을 살린 정직한 제품을 시장에 내 놓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금처럼 프랑스산 소고기를 와규로, 적어도 와규인척 팔아서는 더 큰 위기감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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