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롱 테크] 가스통 이후 150년, 고전압 전기차도 포기 못하는 '12V 내연기관 배터리'

  • 입력 2023.01.09 08:49
  • 기자명 김아롱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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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배터리는 시동모터와 점화코일에 전원을 공급해 엔진을 크랭킹시키고  점화코일이 스파크플러그에 불꽃을 일으켜 엔진 시동을 걸어주는 데 꼭 필요한 부품입니다. 시동이 걸리면 엔진 동력으로 얼터네이터(발전기)가 자체적인 전기를 생산해 자동차의 주행 및 전장 시스템에 필요한 전원을 공급하고 남는 전력으로 배터리를 다시 충전해 줍니다. 

엔진 시동을 걸어주는 것이 배터리의 주 역할이지만 시동이 걸린 후 전기계통의 전압을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역할도 합니다. 또 램프류와 라디오, 히터 등과 같은 전장 시스템에서 얼터네이터 발전 용량보다 많은 전기부하를 사용할 경우 얼터네이터가 더 안정적인 전원을 공급할 수 있도록 전원을 보조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용 배터리는 이렇게 19세기 프랑스 물리학자 가스통 플랑테(Gaston Plante. 사진)가 이차전지인 납축전지를 개발한 지 150여 년이 지난 최근까지 원리나 구조에 큰 변화 없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죠. 

배터리의 기본원리는 (+)와 (-) 두 개의 전극이 전해액 속에서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전해액과 극판의 종류에 따라 납 배터리와 칼슘 배터리, 젤(Gel) 배터리, AGM(Absorbent Glass Mat) 배터리 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전해액의 비중을 체크해 전해액을 보충하는 방식을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전해액 보충이 필요하지 않은 MF(Maintenance Free) 배터리가 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대신 배터리 전원이 모터를 구동시켜 움직입니다. 그런데 순수 전기를 이용하는 전기차에도 여전히 내연기관차에서 사용되고 있는 12V 전원의 소형 배터리가 탑재되고 있는데요. 이유는 전기차에 탑재된 360V 고전압 배터리는 전장 시스템에 사용하기가 지나치게 용량이 높기 때문입니다. 

내연기관차뿐 아니라 전기차의 각종 램프류와 라디오, 인포테인먼트 등과 같은 전장 시스템은 12V 또는 24V(상용차의 경우) 전압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장 시스템을 전기차 배터리를 사용할 수 있는 고전압 기반의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들어갈 뿐 아니라 시스템의 안정성 측면에서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기 때문에 여전히 12V 기반의 전장 시스템을 적용하는 겁니다. 

대신 고전압 배터리는 구동 모터와 공조시스템, 충전시스템과 같은 고전압 시스템에 전원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수소전기차와 일부 전기차도 초창기에 12V 배터리를 탑재하는 대신 고전압을 12V로 변환해 전원을 저장하는 소형 리튬이온배터리를 고전압 배터리 내부에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2V 배터리를 유지보수하기 위해 고전압 배터리를 통째로 분리해 작업해야 하는 등 문제가 많아 최근에는 내연기관차처럼 차량 앞쪽이나 트렁크에 별도로 12V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기차는 구조상 내연기관차처럼 12V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얼터네이터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12V 배터리를 어떻게 충전할까요? 

전기차에는 얼터네이터 대신 저전압 직류 변환장치(LDC : Low Voltage DC-DC Converter)로 불리는 DC-DC 컨버터가 12V 배터리를 충전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고전압 배터리에서 공급되는 고전압의 직류(DC) 전원을 12V의 저전압 직류로 변환해 12V 배터리를 충전할 뿐 아니라 각종 전장 시스템에 전원을 공급해 주지요. 

참고로 고전압 배터리는 급속 또는 완속으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급속충전의 경우 급속충전기에서 공급되는 450~500V의 직류전압으로 고전압 배터리를 직접 충전합니다. 완속 충전의 경우 전기차에 탑재된 온보드 충전기(OBC, On-Board Charger)가 220V 가정용 전기 또는 380V의 공업용 3상 교류(AC)전원을 직류 전원으로 변환해 고전압 배터리를 충전해 줍니다. 

한편 전기차는 고전압 배터리를 이용해 12V 기반의 다양한 전기 및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V2L(Vehicle-to-Load) 기능을 갖추고 있기도 합니다. 현대차와 기아가 선보인 아이오닉5와 EV6의 경우 2열 시트 하단에 실내 V2L 포트를 설치해 운행 중에 다양한 전자기기를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차량 외부의 충전구에 야외용 V2L 커넥터를 연결해 최대 3.6kW의 전력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고전압 배터리가 100% 완충된 경우 일반가정에서 노트북, 전기포트, 전기밥솥, 전기 그릴, 전자레인지 등의 각종 가전제품을 약 4일(4인 가족 기준)간 사용할 수 있지요. 72kWh의 배터리 용량은 서울특별시의 가구당 하루 평균 전력 사용량이 7.3kWh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한 가정에서 약 10일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과 맞먹는 수준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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