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융합과? 이름만 그럴싸, 교보재는 고사하고 교수조차 없는 자동차학과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23.01.08 09:00
  • 기자명 김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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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모빌리티 산업이 급변하고 있지만 전국 40여 개 자동차 관련학과는 여전히 내연기관차 중심으로 교과 과정이 이뤄지고 있다. 대학 교수진 95% 이상은 내연기관차 전공이고 미래 모빌리티 관련 기본적인 교보재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은 대학도 수두룩하다. 세상이 전기차와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로 가고 있는데, 우리 대학의 자동차 학과에서는 기초적인 연구나 교육조차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교수를 대상으로 인스트럭터 교육을 할 수 있는 기관도 거의 없어 각 거점의 관련 직장인 교육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전국 약 4만 5000여 곳 정비업 종사자 약 20만 명은 전기차에 대한 기본 교육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고 있지만 예산 편성도 제대로 돼 있지 않다. 

대학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예산도 없고 교육도 받을 수 없는 구조이고 따라서 미래의 학과 존재 여부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올해 정규 입학생의 과반만 채운 대학이 상당수이고 지방은 학과 운영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입학생 수가 확실히 줄다 보니 과목도 줄고 시수도 줄어 강사와 겸임교수, 심지어 전임교수도 가르칠 과목의 시수조차 확보하기 어렵게 됐다.

이런 상황이 오기까지 일차적 책임은 대학에 있지만 지난 15년간 등록금 동결로 원인을 제공한 정부의 책임이 더 크다. 대학 교수 월급도 동결된 지 오래고 이 때문에 교수직을 포기하는 사람이 즐비하다. 지방대는 학과 불문하고 학생 수가 줄고 그나마 있는 학생도 휴학 등은 물론 수도권 대학으로 이동하고 있다. 교수도 살기 위해 수도권 대학 신임 교원 임용에 지원하고 있다.

교육부가 학과 정원과 신설의 유연성을 높이기로 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등록금을 계속 동결키로 한 것은 유감이다. 대학은 이미 망하고 있고 예산도 없고 변화나 혁신을 할 수 있는 역량도 고갈돼 있다. 등록금 동결은 심각한 규제다. 정부는 부조리, 부정 입학 등 근본적인 문제를 관리·감독하는 기관이고 등록금은 대학이 결정할 문제다.

정부가 규제한다면 모두 국립대학으로 전환시키고 지원해 주는 것이 마땅하다. 대학도 모두가 교육받을 수 있는 교육기관이 아닌 선택적 교육기관이다. 따라서 정부 간섭은 부조리 등 최소화해야 한다. 똑똑한 대학을 인정해야 명문대학이 탄생하고 한 명의 천재가 수만 명, 수십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게 된다.

지금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수년 후 자동차 관련학과가 몇 개나 존재할 수 있을까? 수도권을 중심으로 여러 대학에서 ‘미래 모빌리티과’, ‘모빌리티 융합과’ 등의 명칭으로 신생 학과가 탄생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명칭만 그럴싸할 뿐, 내실은 없고  준비가 안된 대학이 대부분이다. 교보재 하나 제대로 없을 뿐 아니라 교수조차 준비가 안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동차 학과가 살아날 방법이 있을까? 

지금까지 인재 양성으로 수십 년간 선진국으로 도약한 대한민국이 과연 미래 인재를 통한 지속적인 시스템이 과연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일생을 대학에 몸담고 정년이 몇 년 남지 않았지만 누구든 교수가 되려는 것을 말리고 싶은 심정이다. 대학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 암담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수십 년 봉직한 대학 정교수의 연봉이 현장 생산직 평균 연봉보다 못한 직업으로 전락한 것이 현실이다. 살기 위해 ‘교수노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처럼 자동차 관련 학과도 풍전등화 상황이다. 정부는 물론 대학 자체를 비롯한 모두가 ‘혁신’을 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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