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롱 테크] 동장군에 꼼짝 못 하는 전기차, 주행거리 늘릴 방법은 없을까?

  • 입력 2022.12.29 08:37
  • 기자명 김아롱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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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가 지속하면서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에는 전기차 주행거리가 100km 가까이 줄었다며 ‘전기차를 괜히 샀다’, ‘전기차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는 등 운전자의 성토 글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이상 기후로 인해 기록적인 한파를 기록한 미국에서는 40%까지 떨어진 전기차의 급속충전이 안돼는 일도 발생했지요.

전기차는 에어컨을 많이 사용하는 여름철이나 히터를 사용하는 겨울철에 주행거리가 감소합니다. 특히 여름철보다 겨울철에 배터리 성능 저하와 함께 히터 사용으로 주행거리가 급격히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에너지공단 자동차연비센터가 기온변화에 따른 전기차 연비 및 1회 충전 주행거리를 테스트한 결과를 살펴 볼까요.

겨울철(-7℃)에는 차량 실내온도조절(히터)에 소비되는 에너지가 발생해 연비가 낮고 주행거리가 짧은 반면 여름철(평균 25℃)에는 배터리 성능이 상승함에 따라 연비가 높을 분 아니라 주행거리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동차 조사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전기차 사용자가 뽑은 전기차의 단점’ 중 TOP5 모두 배터리의 충전 주행거리에 관련 내용이기도 했습니다.

배터리에 대한 전기차 운전자의 스트레스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지요. 겨울철 전기차 주행거리가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실내난방을 위한 히터사용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내연기관차는 엔진이 연료를 연소하면서 생기는 연소열과 각종 기계부품이 작동하면서 발생하는 마찰열 등 많은 열이 발생합니다.

또 엔진 주변을 순환하는 엔진냉각수가 이러한 엔진 열을 흡수해 엔진을 식혀주고 동시에 열교환기를 통해 히터를 작동하는데 사용되는 반면,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동일한 냉방장치를 사용하지만 엔진과 같은 열원이 없기 때문에 난방장치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전기차는 난방장치 대신 겨울철과 같이 추운 날씨 때 난방을 위해 난방장치 대신 냉방장치를 사용합니다. 히트펌프라고 불리는 이 시스템은 에어컨의 작동원리와 반대로 에어컨 컴프레서를 구동시켜 압축된 뜨거운 열을 실외(라디에이터)가 아닌 실내에 방출하고 증발 잠열을 차량 외부로 보냅니다. 

즉 에어컨 냉매의 순환경로를 변경해 고온, 고압의 냉매를 내연기관차의 엔진 열처럼 열원으로 사용하는 것이지요. 일부 전기차의 경우 히트펌프 대신 PTC(Positive Temperature Coefficient) 히터라는 전기난로를 사용합니다. PTC 히터는 고전압 배터리 전원을 사용하므로 히트펌프 적용 차량보다 상대적으로 배터리 소모가 빠를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주행거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지요. 난방효율도 히트펌프 대비 1/3 정도 낮습니다. 일부 전기차의 경우 고전압 배터리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히트펌프와 PTC 히터를 동시에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히트펌프와 PTC 히터는 전기적 부하가 클뿐 아니라 고전압배터리 전원을 이용하기 때문에 전기차의 주행거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PTC와 히트펌프를 동시에 적용하고 있는 전기차의 경우 PTC 히터가 약 6.3kW, 에어컴프레서가 8kW의 전력을 소모해 히터를 작동할 경우 최대 14kW의 전력을 소비합니다. 72kWh의 용량을 가진 전기차 배터리라면 이론적으로 주행하지 않고 히터만 사용해도 5시간 정도면 배터리가 전량 소비된다고 할 수 있지요.   

이처럼 겨울철 히터사용이 전기차의 겨울철 주행거리를 단축시키는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히터나 전장시스템 사용보다는 저온(-7℃ 기준)에서의 배터리 성능저하가 주행거리에 더욱 영향을 미친다고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외부기온이 배터리의 성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대부분 날씨가 추워지면 배터리가 빨리 방전된다고 알고 있지만 엄밀히 얘기하면 배터리의 방전속도보다는 배터리의 성능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배터리의 성능이 상온(20℃ 기준)에서 100%라고 가정할 경우 기온이 0℃로 떨어지면 배터리의 성능은 66%로 감소합니다. 

또한 –22℃일 경우 완전 충전된 배터리 성능의 44% 밖에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상온에서는 배터리가 10%만 충전되더라도 충분히 시동이 가능하지만 –10℃ 이하에서는 50%만 방전되어도 시동에 필요한 충분한 전원을 공급할 수 없기 때문에 겨울철에는 배터리 성능의 급속한 저하로 인해 시동이 걸리지 않게 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독일 자동차연맹(ADAC) 등 각종 연구기관에 따르면, 배터리의 충/방전문제가 최근 배터리 관련 문제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겨울철 배터리 성능저하는 전기차도 마찬가지인데요. 환경부가 국내에서 시판중인 전기차의 상온(20~30℃)과 저온(-7℃)에서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조사한 결과, 일부 차종의 제외하고 대부분의 차들이 겨울철 주행거리가 상온일 때보다 20% 가량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의 자체 실험결과에서도 겨울철 배터리 성능저하로 평소보다 주행거리가 20~30% 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겨울철 배터리의 성능저하는 전기차의 충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전기차는 일반적으로 외부온도가 낮을 경우 냉각수를 가열시켜 고전압배터리 온도를 올림으로써 충전효율을 높여줍니다. 

그런데 앞서 미국의 경우처럼 한파가 지속될 경우 급속충전기의 충전효율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대부분의 급속충전기들은 지하보다는 외부에 설치된 경우가 많은데요, 국내 한 자동차회사가 선보인 800V의 초급속충전기의 경우 상온(25℃)에서 배터리용량을 80%까지 충전하는데 최대 18분이 걸리지만 저온(-7℃)에서는 약 50분 이상 걸려 평상시보다 겨울철 충전시간이 약 3배가량 더 걸리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겨울철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겨울철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말합니다. 한 전기차 교육담당자는 “전기차 운전자들이 고민하는 저온 주행성능을 있는 방법은 자동차 회사에도 똑같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배터리의 성능이나 제어로직의 개선 등 저온 주행성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기술을 적용하고 있지만 배터리가 가진 고유한 특성을 개선하기 위한 물리적 방법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겨울철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히터사용을 자제하는 등 전기적 부하를 줄이는 수밖에 없지만 현실적으로 이것은 불가능하다. 평소보다 배터리 충전을 자주하고 외부보다 지하주차장에 주차하는 등 배터리 관리에 신경을 쓰는 방법이 최선이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원격시동이 가능한 전기차라면 미리 히터를 작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시동만 걸어놔도 배터리 온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겨울철 주행거리를 조금이나마 늘릴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한편 환경부는 올 초 국내에서 시판중인 전기차의 상온(20~30℃)과 저온(-7℃)에서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발표하면서, 올해부터 상온 대비 저온 주행거리가 65~70% 이상이어야 보조금을 지원하고, 내년부터는 65~75% 이상, 2024년부터는 70~80% 이상으로 기준을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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