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죽거나 다치거나, 내연기관차 보다 세 배 많은 전기차 화재 사고 인명 피해

  • 입력 2022.12.28 11:07
  • 수정 2022.12.28 12:1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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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화재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 전기차 특성상 화재 진압에 엄청난 소방 인력과 장비, 시간과 소화수가 필요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량 전소 또는 탑승자 사망으로 이어지는 일이 많아서다. 27일에는 서울과 부산에서 연이어 화재가 발생해 전기차의 구조적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많아졌다. 

전기차 화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막연한 공포감'이 확산하면서 계약을 취소하거나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한다. 현대차와 기아는 또 애먼 표적이 됐다. 전기차 모델이 해외 시장에서 의미 있는 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전할 때마다 화재 관련 댓글과 이미지가 따라 붙고있다.

우리나라 전기차 화재 건수는 내연기관차의 1% 수준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차량 화재 건수는 이 달 27일 기준 4152건, 이 가운데 전기차 화재는 47건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화재 건수에 비해 인명 피해가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대부분 불이 난 차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발생한 인명 사고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더한다.

전기차 화재가 우리나라, 현대차와 기아 모델에서만 발생하는 건 아니다. 테슬라 차량 화재 정보를 제공하는 '테슬라 파이어(Tesla Fire)' 통계를 보면 두렵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통계의 신뢰성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테슬라는 올해 미국에서만 55건의 화재 사고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22명이 사망했다. 전체 화재 사고 차량의 절반가량 탑승자가 사망자로 기록됐다.

화재 원인도 다양했다. 충돌에 의한 화재 이외에도 운전 중, 주차 중, 전시 중, 충전 중 다양한 원인으로 불이 났다. 2013년 이후 테슬라 차량 화재는 미국 기준 168건, 사망자는 50명으로 기록됐다. 그런데도 테슬라는 "내연기관차 화재보다 10배 이상 비율이 낮은 것"이라고 항변한다. 

NHTSA는 미국의 전기차 화재가 10만 대당 25건, 내연기관차는 10만 대당 1530건이라는 통계를 내기도 했다. 전기차 보급율이 높은 영국도 3300만 대의 등록 차량 가운데 지난 5년 전기차 화재는 300건 정도에 불과했다. 어느 나라의 제조사든 이런 통계를 내 세워 적어도 화재 발생에서는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안전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충돌 사고가 화재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은데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올해 통계를 보면, 총 4467건의 국내 차량 화재 가운데 엔진룸에서 가장 많은 2054건, 적재함이 516건으로 뒤를 잇는다. 화재 전문가들은 내연기관의 엔진룸 화재가 많은 이유를 가연성 연료, 배기계의 열 그리고 복잡한 구조가 충돌시 강하고 순간적인 마찰로 발생하는 열 때문으로 본다.

가연성 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전기차는 대신 배터리팩 손상에 따른 열 상승이 화재로 이어지곤 한다. 더 우려스러운 건 전기차 화재는 안타까운 인명 피해와 충전을 할 때, 주차를 해 놓은 상태 등 비주행 화재에 따른 더 많은 재산상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화재 진압이 어려워 불이 다른 곳으로 옮겨 붙기 쉽고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독성 물질을 배출하는 문제도 있다.

특히 전기차 화재는 발생 건수에 비해 인명 피해가 많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내연기관차 화재 사고 인명 피해 발생률은 0.5%인 반면, 전기차는 13%나 된다. 무려 세배 가까운 비율인데 화재 발생의 원인도 명확하게 밝혀진 적이 없다. 그러니 공포감이 있는 게 당연하다. 우리나라만 전기차에 불이 나는 건 아니라며 내연기관차보다 화재가 적다며 넘어갈 일이 아니다. 

리튬 이온 배터리 팩이 갖고 있는 구조적 취약점을 리튬 인산철 배터리와 같은 대안품으로 해결하려는 노력, 배터리 열폭주를 막는 다양한 연구, 화재를 진압하고 정비하고 관리하는 전문 인력과 장비 확보 등을 통해 무엇보다 인명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배터리 성능을 높이고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보다 사용자 생명을 지키는 일이 더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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