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차 신형 그랜저 다 좋은데, 운전자를 곤경에 빠트린 심각한 오류

  • 입력 2022.12.09 10:32
  • 수정 2022.12.09 11:13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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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로 이어지는 라인업으로 우리나라 세단 시장을 지배해왔다. 지금은 아니다. 어느 때부터 힘이 빠지기 시작해 기아 K 시리즈에 역공당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기 시작했다. 대중차인 아반떼와 쏘나타의 생김새가 지나치게 어려워지기 시작한 때부터라고 본다.

그랜저는 달랐다. 여전히 잘 팔렸다. 아반떼, 쏘나타와 다르게 비교적 편하고 차분한 생김새를 유지한 덕분이라고 본다. 그런데 신형 그랜저는 그것들보다 더 난해한 생김새를 갖고 있다. 철갑을 두른 듯, 각진 직선으로 이뤄진 선들, 이전 세대의 것들도 버무려져 있다. 

신형 그랜저는 전, 측, 후면에서 전혀 다른 느낌이 든다. 전면부는 후드 전부를 가로지르는 조명, 에어 인테이크 홀까지 내려온 같은 패턴의 그릴부, RV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각형 램프로 혼란스럽다. 취향에 따라 다르게 보고 해석할 수 있겠지만 존재감은 있어도 카리스마는 느껴지지 않는다.

측면은 다르다. 5m가 넘는 전장, 오버행을 줄이고 뒤쪽 기둥에서 트렁크 리드로 이어지는 선의 각을 최대한 눕혀 놓은 덕분에 스포츠 세단 또는 쿠페처럼 매끈한 모습을 하고 있다. 프레임이 없는 창문, 플래시 도어 핸들로 깔끔하게 마무리한 것도 인상적이다.

후면부에는 전작의 요소가 많이 반영된 듯하다. 휀더나 조명에서 그런 느낌이 드는데, 정갈한 것이 특징이다. 외관에서 각 세대의 특징들을 부분마다 반영한 것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뒤쪽 기둥 오페라 글라스는 1세대의 것, 옆 거울은 3세대 것을 모티브로 했다. 서로 다른 세대의 것들인데, 어색하지 않게 잘 버무려 놨다.

실내는 2895mm 동급 최장 휠베이스에서 나오는 여유로운 공간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계기반과 내비게이션 화면을 하나의 테두리에 가두고 공조 전용 10.25인치 화면을 적용해 하이테크 감성을 극대화했다. 기어 노브가 칼럼 타입으로 바뀌면서 운전석 주변이 깔끔해진 것도 장점이다.

센터 콘솔 부에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와 컵홀더, 수납공간이 전부다. 대신, 스티어링 휠 주변이 복잡해졌다. 기본적인 것들 이외에 변속 레버, 드라이브 모드 변환 버튼, 음성 명령을 내릴 때 반응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작은 LED도 배치돼 있다. 복잡해 보이지만 동선을 줄여 운전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원 스포크 스티어링 휠 역시 1세대 그랜저를 모티브로 했다.

좋고 편안한 것들이 많이 보이는데, 그중 압권은 시트였다. 이전에 봐왔던 것과 다른 패턴으로 마감했는데 등 쪽 감촉이 좋았다. 천연 염색했다는 시트에는 위에서 아래로 폭이 좁아지는 패턴을 사용했다. 이 패턴은 운전에 좋은 자세를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촉감을 포함한 착좌감 전체, 특히 상하, 전후로 꽤 넓은 범위의 위치 조절이 가능하게 한 것도 장점으로 꼽는다. 

그랜저에 처음 탑재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ccNC(connected car Navigation Cockpit)의 기능도 만족스럽다. 실시간으로 전방 상황과 도로의 진행 방향을 알려주는 증강현실로 웬만해서는 가야 할 곳을 놓치지 않게 한다. 다만, 안내 멘트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 예를 들어 다른 방향의 진입로가 각각 따로 있는 램프에서 첫 번째 길이 맞는데 '두 번째 진입로로 진입하세요'라고 안내하는 식이다. 

초보운전, 낯선 길에서는 헷갈릴 수 있고 음성안내를 믿었다가 엉뚱한 길로 들어설 수 있다. 대부분 자동차 전용도로나 고속도로 같은 곳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방심라고 믿었다가는 크게 낭패를 볼 수 있는 오류다. 덕분에 아주 먼길을 돌아와야 했다. 이 밖에 디지털 키, 지문 인증 시스템 등등의 여러 사양도 있다고 하는데, 워낙 짧은 시간과 거리의 제한된 시승이어서 체험은 하지 못했다.

달리는 맛은 흠잡을 것이 없다. 3.5리터 GDI 가솔린이 발휘하는 최고 출력 300마력, 최대 토크 36.6kgf·m의 넉넉한 성능 제원은 속도의 영역 대 없이 일관성 있는 주행 질감으로 이어진다. 엔진 회전수를 높게 끌어 올렸을 때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기도 하지만 일상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신경 쓸 일은 아니다.

조향에도 호불호가 있을 듯하다. 강한 피드백을 선호하는 성향이라면 밋밋할 듯하고 부드러운 것을 원한다면 만족스럽겠다. 중량(1800kg, AWD/20인치)과 크기로 보면 가볍게 반응한다는 얘기다. 승차감을 결정하는 서스펜션 튜닝은 완벽했다.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의 덕을 보고 있겠지만 노면 충격의 질이 다르다. 충격과 진동, 좌우 흔들림까지 강하게 누르고 정제해 전달해 준다. 장담하는데, 일본이나 독일차 이상으로 하체 반응이 견고했다.

정숙성도 뛰어나다.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또 프레임리스 도어 주변을 3중 실링으로 틀어막고 오페라 글라스 그리고 2열 창문까지 전부 이중접합차음유리를 사용해 흠잡을 데 없이 조용하다. 대신 노면 소음이 살짝 거칠게 들어 온다. 보닛 아래의 진동 소음, 풍절음이 차단되면서 상대적으로 크게 들린 탓도 있을 듯하다.

[총평] 아반떼와 쏘나타가 '난해한 생김새' 때문에 고전하기 시작했다는 관점으로 보면 신형 그랜저도 그래야 한다. 하지만 사전 예약에 10만 명이 몰렸다. 요즘 나오는 신차마다 사전 예약이 몰리는 건, 신차 출고 적체가 워낙 심하니까 일단 계약부터 하는 현상도 한몫을 했을 듯하다. 그런데도 이런 반응은 예전에도 앞으로도 없을 듯하다. 그랜저니까 가능한 일이다. 생김새를 개인 취향의 문제로 놓고 보면, 실내의 구성, 버릴 것 없는 긴요한 사양과 달리는 맛은 '천하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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