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파리만 날리는 파리모터쇼...중국 전기차 심도있게 알릴 기회

  • 입력 2022.10.18 09:4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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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쇼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이유를 물으면 한결같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탓을 한다. 하지만 훨씬 전 시작된 일이다. 포드와 볼보 같은 주요 브랜드는 2010년 중반부터 지역을 가리지 않고 모터쇼 불참, 선별적 참가를 선언했다. 지엠(GM)과 토요타, 폭스바겐, 현대차 같은 대중 브랜드도 간판만 걸리면 달려갔던 모터쇼를 그 이전에 이미 가려가며 참가해 왔다.

과거 전시 면적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또는 목 좋은 곳을 차지하기 위해 벌였던 경쟁은 이제 무용담이다. 디트로이트(미국), 제네바(스위스), 프랑크프르트(독일), 파리(프랑스), 도쿄(일본) 심지어 세계 최대 시장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모터쇼에 불참하는 완성차도 많아졌다. 코로나 확산 전 얘기다.

길게는 130년 이상 유지해왔던 모터쇼 위상이 급격하게 추락하자 개최 시기, 지역을 옮기고 명칭까지 바꾸는데도 기업이나 관람객 반응은 차갑다. 전 세계를 돌며 일관된 모터쇼를 준비하는 '팀'을 해체하는 곳도 있다.

모터쇼 위상 추락은 들이는 삯에 비해 별 효과가 없어서다. 많게는 수 백억 원을 들이는데 돈 한푼 들지 않는 유튜브 라이브로 실시간 소통하며 신차를 출시하고 미래 전략, 기술 소개를 하면 마케팅 효과가 더 컸다. 이런데도 돈벌 궁리만 했던 주최자들의 인식도 한 몫을 했다. 그러는 사이 대부분 모터쇼는 '국제'라는 타이틀이 무색한 규모로 쪼그라 들었다. 

17일(현지 시각) 개막한 파리모터쇼(MONDIAL DE L’AUTO 2022)도 예외가 아니다. 1898년 시작해 프랑스 파리에서 격년으로 열리기 시작한 파리모터쇼는 유럽은 물론, 미국와 아시아 완성차가 경쟁적으로 참가해 관람객이 한 때 140만 명 이상을 기록했을 정도로 위상이 높았다.

그러나 파리모터쇼 역시 코로나 19 이전인 2018년, 120주년이라는 기념비적 의미가 있었는데도 직전인 2016년과 비교해 참가업체, 관람객 그리고 월드 프리미어 신차와 콘셉트카 모두 줄었다. 이 때부터 프랑크프루트 모터쇼는 뮌헨으로 자리를 옮기고 디트로이트 모터쇼는 CES를 피해 개최 시기 조정에 나섰다. 제네바모터쇼 규모가 줄기 시작한 것도 이 때다. 

올해 파리모터쇼는 초라한 정도다. 완성차는 프랑스 업체인 푸조와 르노, 지프, 그리고 중국 BYD와 장성, 베트남 빈테스트가 전부다. 유럽을 본거지로 하는 폭스바겐, 메르세데스 벤츠 그리고 토요타와 현대차그룹도 불참했다. 통상 2주간 이어졌던 전시 기간은 5일로 줄었고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유 (Porte de Versailles) 엑스포 대부분을 썼던 전시 면적도 절반으로 줄였다.

세계 3대 모터쇼로 불리며 이론은 있지만 세계 최초 모터쇼 위상은 간데없고 되려 유럽 진출이 절박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판을 만들어 줬다. 중국 전기차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야심차게 노려왔던 미국 진출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유럽을 주요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다. 

파리모터쇼에 주요 완성차가 대거 불참하면서 그나마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은 중국 전기차에 더 많이 집중할 수 있다. 유럽 자동차 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전동화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테슬라에 견주는 BYD, 만만치 않은 품질을 가진 빈테스트 전기차를 유럽 대중에게 심도있게 알리는 기회를 준 셈이다.

앞으로 열린 대부분의 모터쇼도 다르지 않을 듯 하다. 어쩌면 CES와 같은 전시회에서 자동차 테마 혹은 부대 행사로 모터쇼가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자동차 업체도 모터쇼에 연연하지 않는데다 전기차 전환이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모터쇼 위상은 추락할 것이다. 문제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사실이다.

세계자동차협회(OICA) 일정에 따르면 파리모터쇼는 올해 마지막 열리는 마지막 전시다. 자동차 역사와 함께 130년을 이어온 모터쇼는 마지막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1898년 파리모터쇼는 70여개 업체가 참여했고 이 때 전기차도 있었다. 전기차가 한 때 유럽에서 내연기관 이상으로 많이 팔리는 계기가 됐던 것이 파리모터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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