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 300만원, 기아 노조 '평생 신차 30%할인 요구' 부담은 소비자 몫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22.10.09 08:44
  • 수정 2022.10.09 08:58
  • 기자명 김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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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말할 것 없이 매우 높다. 작은 충격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특히 우리 자동차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 뿐 아니라 세계는 지금 자국 우선주의와 강대국 논리가 힘을 얻는 상황이어서 정부와 기업 모두 능동적 대처와 일사불란한 움직임이 더욱 요구되는 시기가 지금이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국제 사회의 불안과 물가 급등,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차량용 반도체 이슈로 신차 공급 차질이 해소되지 않은 것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래도 힘이 됐던 건 국내 완성차 임단협이 원만하게 타결됐다는 점이다. 그러나 가장 믿었던 기아 임단협이 아직 최종 타결되지 않아 아쉬움과 심각성을 키우고 있다.

기아 임단협이 결렬된 가장 큰 이유는 임금이나 작업 환경 요건이 아닌 '퇴직자 평생 신차 할인'제도다. 지금까지 기아는 근속연수 25년이 넘으면 평생 신차 가격의 약 30%를 2년 6개월마다 교체할 수 있는 혜택을 줬다. 올해 협상에서 사측이 이를 현실적으로 조정을 제안하고 평생을 75세로, 2년 6개월 간격은 3년으로, 할인 폭을 30%에서 25%로 줄이는 합의안을 이끌어 냈지만 이전의 혜택을 줄일 수 없다며 찬반 투표에서 부결됐다.

워낙 파격적인 혜택이 있었다는 사실에 일반인은 황당해했다. 기아는 물론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도 부정적이었다. 개선안도 생각하기 힘든 혜택인데 이마저 거부하는 노조의 행태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기아 생산직 평균 연봉은 1억 300만 원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분야의 억대 연봉은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 더욱 꿈같은 얘기다.

귀족 노조라는 지적에도 평생 2년 6개월마다 30% 할인된 가격의 신차를 구매할 수 있는 혜택까지 받는 부분은 납득하기 힘들다. 우리 사회에서 억대의 연봉을 받는 건 어느 직종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40대 초반까지 공부하고 학위를 받아 정교수로 일하고 있지만 정년도 보장받지 못하고 매년 평가받아야 하고 급여는 오른 지 14년이 된 입장에서 보면 더 허탈하다.

기아 노조의 요구에는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우선 75세 이상은 신체적 한계로 운전이 어렵다고 보고 면허를 반납하자는 운동도 활발한 상황이다. 그 이상 혜택은 본인이 아니라 가족, 일정 기간 경과 후 중고차로 팔아 버리는 신차 장사라는 비난에서 벗어나지 않게 된다. 물론 기아 노조원, 그리고 퇴직자가 평생 받는 혜택의 부담은 일반 소비자, 국민이 갖게 된다.

평생 혜택이란 개념은 이미 다른 기업도 폐지한 제도라는 점도 참고해야 한다. 대표적인 기업이 퇴직자에게 평생 의료보험 혜택을 줬던 미국 지엠(GM)이다. 누적 퇴직자가 100만 명이 넘으면서 파산할 위기에 처하자 2000년 극심한 진통 끝에 이를 폐지했다. 지금의 지엠으로 부활하는 계기가 된 것도 평생 의료보험 혜택 폐지였다.

따라서 기아 노조가 평생 신차 할인을 이유로 임단협을 깨는 건 미국 IRA 시행에 따른 위기 상황이라는 점, 부품과 물류 이슈, 세계적 경기 침체 등으로 심각한 수출 문제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기아 경쟁력, 브랜드를 바라보는 국민과 소비자 인식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기아 역시 생떼를 쓰면 들어준다는 학습 효과를 멈추기 위해서라도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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