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아이오닉 6 "못 생겼다니요, 전비 7.5km/kWh 전기차가 흔한가요?"

  • 입력 2022.09.22 09:05
  • 수정 2022.09.29 09:59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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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비(電費) 이야기부터 한다. 전기차를 고를 때 얼마나 멀리 가는 것보다 중요한 게 바로 전비여서다. 대부분이 전기차의 핵심 가치를 1회 충전 주행 거리로 보지만 이는 고전압 배터리 용량을 키우면 동네 카센터도 쉽게 해결할 문제다. 그러나 내연기관이 0.1km/ℓ의 연비(燃費) 향상을 위해 전사적 노력을 펼치는 것처럼 같은 용량의 배터리로 누가 더 많이 달릴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전기차 전비 역시 제조사 기술력과 직결되는 문제다.

아이오닉 6의 비공식 최고 기록=현대차 아이오닉 6 전비는 최고 6.2km/kWh(스탠더드 18인치), 가장 낮은 것이 4.8km/kWh(롱 레인지 AWD. 20인치)다. 폴스타의 폴스타2 전비는 3.8~4.8km/kWh, 대부분 전기차 전비가 이런 수준이고 가장 뛰어나다는 테슬라 모델 3는 5.1~6.1km/kWh다.

반환점을 돌아오는 시승 구간에서 가는 길, 오는 길을 다르게 운전 했다. 가는 길에서는 속도를 높이고 가속감도 맛보고 군데 군데에 있는 와인딩 코스를 거칠게 공략해 봤다. 오는 길은 가능한 경제 운전을 해 보기로 했다. 제한 속도를 지키고 회생제동 강도를 도심과 고속도로 상황에 적절하게 맞춰가며 아이오닉 6를 다뤘다.

운전 방법에 따른 차이는 엄청났다. 시승차는 20인치 타이어를 장착한 롱레인지(AWD)로 레벨에 표시된 복합 전비는 4.8km/kWh. 가는 길, 평범한 것보다 거칠게 몰았는데도 65km를 달려 반환점에 도착했을 때 전비가 6.1km/kWh를 찍었다. 이날 미디어 시승에서 나온 아이오닉 6 전비 최고 기록은 7.3km/kWh였다.

반환점을 돌아 출발지로 돌아갈 때 정석대로 경제 운전을 했다. 가속 페달을 부드럽게 다루고 일반 도로에서는 회생제동 강도를 최고 레벨인 i-페달, 고속도로에서는 가능한 한 낮춰 타력을 활용해 주행 거리를 늘렸다. 감속과 제동을 확실하게 하면서 달린 아이오닉 6 전비는 7.5km/kWh였다. 비공식 최고 기록이다. 아이오닉 6에 탑재된 고전압 배터리 용량은 77.4kWh, 전비로 따지면 500km를 달리는 것도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못생긴 디자인에서 나오는 효율성=열이면 아홉은 아이오닉 6 생김새가 못생겼다고 답했다. 세단의 모습을 하고는 있는데 공기역학과 효율성을 강조하면서 조금은 낯선 디자인에 호불호가 갈린다. 그러나 아이오닉 6가 보여준 놀라운 전비는 이 못생긴 외관의 기여도가 크다.

낮고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지는 후드와 루프 그리고 트렁크 라인으로 공기의 저항을 낮추고 디지털카메라로 대체한 아웃 사이드미러, 벨트라인, 측면의 사이드 캐릭터 라인, 차체 하부의 마감까지 세밀하게 계산된 것들이다. 알아서 전개되고 닫히는 프런트 범퍼 액티브 에어플랩, 다운포스 효과가 뚜렷한 리어 스포일러, 전·후 휠 하우스와 휀더로 연결되는 휠 갭 리듀서(Wheel Gap Reducer) 등을 적용해 달성한 아이오닉 6의 공기저항 계수는 0.21Cd다.

지금까지 공기저항계수 1위는 0.20Cd의 메르세데스 EQS로 알려져 있다. 아이오닉 6의 공기저항계수는 포르쉐 타이칸과 같다. 따라서 모든 자동차를 망라해도 최상위권 수준으로 볼 수 있다. 공기 저항을 줄이면 자동차는 같은 에너지로 더 빨리 달리고 멀리 갈 수 있게 된다. 아이오닉 6가 뛰어난 전비와 함께 기분 좋은 운전을 할 수 있게 해 준 데는 이렇게 못생긴 디자인이 큰 몫을 한 셈이다.

너무 조용해서 거슬리는 것들=전기차는 무조건 조용하겠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평소에 들리지 않는 소음을 거슬려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연기관에서는 적당한 진동 소음과 배기음에 묻혀 들리지 않았던 소리들이다. 타이어가 구르는 소리, 바람이 부닥치는 소리, 모터의 회전음이 상대적으로 크게 들리는 것을 불편해 하는 것이다.

아이오닉 6는 1열에 이중접합흡차음 유리를 사용하고 유선형 디자인으로 외부 풍절음을 효과적으로 막아줬다. 피렐리 20인치 타이어 소음도 적당한 편, 그런데 의외로 저속에서 모터 소음이 크게 들린다. 이제껏 경험한 전기차 가운데 볼륨이 가장 높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개인적 성향의 차이가 아닐까"라고 했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초기 하이브리드카에서 났던 모터의 소음과 비슷했다.

내연기관으로는 맛볼 수 없는 힘=아이오닉 6 모터 최고 출력은 239kW, 최대 토크는 350Nm이다. 환산하면 최고 출력은 320마력(ps), 최대토크는 61.7kgf.m로 내연기관 스포츠카 수준의 제원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발휘되는 순간 가속력(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은 5.1초에 불과하다.

그러니 필요한 때 원하는 가속력을 언제든 끌어낼 수 있다. 핸들링도 만족스럽다. 전·후 오버행이 짧고 전고(1495mm)가 높은 약점에도 배터리와 같은 무거운 것들이 하부로 집중 배치되면서 무게 중심이 낮아지고 리어 스포일러, 넉넉한 타이어 사이즈로 코너의 진입과 탈출이 매끄럽고 안정적으로 이뤄진다. 반면 조향감은 무난한데 스티어링 휠은 고속 영역조차 지나치게 가벼운 성격을 보여준다. 

풍부하게 사용된 안전 운전보조시스템(ADAS), 친근해질 시간이 필요한 전자식 사이드미러 디스플레이, 칼럼식 기어로 깔끔해진 콘솔부, 12.3인치 클러스터와 AVNT 디스플레이를 일체형 커버 글라스로 묶어 놓은 실내는 아이오닉 5에서 보여준 파격보다 무난한 것에 집중한 모습이다. 다만 실내 마감 소재에서 고급스러운 것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총평) 아이오닉 6가 지난 부산모터쇼를 통해 세계 최초로 공개됐을 때, 뭘 닮았다는 얘기가 많았다. 그러나 자동차가 도달해야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서는 디자인이 닮아갈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요즘 나오는 자동차들이 전후 범퍼와 그릴부, 사이드미러, 휠과 휠 하우스, 후드와 루프, 트렁크로 이어지는 라인과 마감이 비슷해져 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모두가 공기 저항을 가장 많이 받는 곳들이다. 그래서인지 못생겼다는 악평에도 아이오닉 6는 불티나게 팔렸다. 사전 계약 첫날 3만 7446대, 이 추세가 이어지고 있단다. 이것 역시 개인 취향 차이겠지만 아이오닉 5보다 자동차 본류에 더 가까운 못 생긴 디자인 효과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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