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vs. 오리지널] 전동화로 자유롭게, 양산차 데뷔 앞둔 레트로 디자인 콘셉트카

  • 입력 2022.09.22 11:10
  • 기자명 류청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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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연재에서 살펴봤듯, 레트로 디자인은 지난 20여 년간 자동차 디자인 영역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여러 자동차 업체가 양산을 염두에 두고 만든 콘셉트 카들을 통해 그와 같은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지리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내연기관 자동차로 시작해 전기차 생산 대열에 뛰어든 업체들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활용해 과거의 인기 모델의 디자인을 현대화한 전기차를 내놓을 준비가 되어 있음을 알리고 있다. 동력원의 전동화가 디자인의 자유도를 높인 덕분이다.

2024년쯤 나올 예정인 르노 5 EV의 프로토타입. B 세그먼트 해치백으로 과거 인기 모델이었던 오리지널 R5의 디자인을 접목했다 (출처: Renault)
2024년쯤 나올 예정인 르노 5 EV의 프로토타입. B 세그먼트 해치백으로 과거 인기 모델이었던 오리지널 R5의 디자인을 접목했다 (출처: Renault)

대표적 예가 르노 5(R5) EV다. R5 EV는 르노가 2021년 1월에 '르놀루션(Renaulution)'이라는 이름의 중기 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프로토타입으로 처음 공개되었다. 전기차 전용 CMF-B EV 플랫폼을 바탕으로 만든 R5 EV는 전기 소형차로 장수한 조에를 실질적으로 대체할 모델이다. 유럽에서 인기 높은 B 세그먼트 해치백의 새 모델을 만들면서, 1970~80년대 큰 인기를 얻은 오리지널 R5의 디자인을 접목한 것이다.

르노 5 EV의 특징적 디자인 요소들은 대부분 오리지널 R5(왼쪽)에서 가져왔다 (출처: Renault)
르노 5 EV의 특징적 디자인 요소들은 대부분 오리지널 R5(왼쪽)에서 가져왔다 (출처: Renault)

R5 EV의 특징적 요소들은 대부분 오리지널 R5에서 가져왔다. 사각형 틀 안에 넣은 헤드램프와 헤드램프 높이 절반쯤에 놓인 보닛 분할선, 사선으로 기운 뒤 유리와 해치, 해치 양쪽으로 세로로 길게 자리를 잡은 테일램프, 두툼한 C 필러 등이 대표적이다. 앞뒤 바퀴 주변의 펜더를 부풀리고 넓은 면이 펼쳐진 앞 범퍼 등은 R5의 고성능 버전이었던 R5 터보의 이미지를 담은 것이다. 오리지널 R5는 산업 디자인 관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둔 모델인 만큼, 르노 입장에서는 레트로 디자인을 통해 재조명할 만하다. 양산 모델은 2024년쯤 나올 예정이다.

폭스바겐 ID. 라이프 콘셉트 카를 보면 1970년대 폴로나 골프가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다 (출처: Volkswagen)
폭스바겐 ID. 라이프 콘셉트 카를 보면 1970년대 폴로나 골프가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다 (출처: Volkswagen)

폭스바겐이 2021년 9월 IAA 뮌헨 모터쇼에서 공개한 ID. 라이프(ID. Life) 콘셉트 카도 크게 보면 레트로 디자인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물론 폭스바겐은 직접적으로 과거 모델에서 영감을 받았다거나 특정 모델의 현대적 재현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형적인 2박스 해치백 스타일인 차체 형태에 앞뒤 램프를 넓은 사각형 틀 안에 넣은 모습에서 1970년대 폴로나 골프를 연상할 수 있다. 아울러 ID. 라이프의 개념 자체는 크로스오버 SUV지만, 현대가 포니에서 영감을 얻은 아이오닉 5를 크로스오버 SUV로 만든 것과 맥락이 비슷하다.

골프(사진)가 비틀의 틀에서 벗어나 앞 엔진 앞바퀴굴림 방식으로의 전환을 이룬 것처럼, ID. 라이프 콘셉트 카도 앞바퀴굴림 MEB 플랫폼을 제안했다 (출처: Volkswagen)
골프(사진)가 비틀의 틀에서 벗어나 앞 엔진 앞바퀴굴림 방식으로의 전환을 이룬 것처럼, ID. 라이프 콘셉트 카도 앞바퀴굴림 MEB 플랫폼을 제안했다 (출처: Volkswagen)

디자인뿐 아니라 구조 관점에서 봐도 옛 차들과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오리지널 폴로와 골프는 폭스바겐이 비틀 이후 타입 3, 타입 4에 이르기까지 고수해왔던 공랭식 엔진과 뒤 엔진 뒷바퀴굴림 구동계 배치의 틀을 벗어나 수랭식 엔진을 차체 앞쪽에 얹고 앞바퀴를 굴리는 구조로 전환하기 시작한 모델들이었다. 그와 비슷하게, ID. 라이프는 MEB 플랫폼을 활용한 전기차면서, 이전까지 뒷바퀴굴림 중심의 전기 모터 배치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앞바퀴굴림 중심의 동력원 배치를 보여주었다. 양산 시기는 2025년 전후가 될 듯하다.

토요타의 장수 인기 4WD였던 랜드 크루저 FJ의 디자인 특징은 컴팩트 크루저 EV(사진)에도 반복되고 있다 (출처: Toyota)
토요타의 장수 인기 4WD였던 랜드 크루저 FJ(위)의 디자인 특징은 컴팩트 크루저 EV(아래)에도 반복되고 있다 (출처: Toyota)

토요타가 2021년 12월에 배터리 EV 전략을 발표하면서 공개한 17대의 콘셉트 카 중에도 레트로 디자인이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FJ 시리즈 랜드 크루저에서 영감을 얻었음을 알 수 있는 컴팩트 크루저 EV(Compact Cruiser EV)가 그 주인공이다. 토요타 역사에서 세계 시장에 가장 널리 그리고 오랫동안 인기 있었던 오프로더가 랜드 크루저였던 만큼, 전기차 시대에도 그 이미지를 이어받을 모델을 만드는 것은 자연스럽다.

1960년대 말에 머슬카로 인기를 끈 닷지 차저(위)를 떠올리게 하는 닷지 차저 데이토나 SRT 콘셉트 카(아래) (출처: Stellantis)
1960년대 말에 머슬카로 인기를 끈 닷지 차저(위)를 떠올리게 하는 닷지 차저 데이토나 SRT 콘셉트 카(아래) (출처: Stellantis)

스텔란티스가 지난 8월에 열린 닷지 스피드 위크 행사에서 공개한 닷지 차저 데이토나 SRT 콘셉트 카는 전기차 시대의 미국식 머슬카에 대한 제안이다. '지루한 배터리 전기차 패러다임을 깬다'는 선언과 더불어, 전기차면서도 다단 변속기를 쓰고 SRT 헬캣 엔진의 배기음을 재현한다는 아이디어로 전통적인 머슬카 애호가들을 자극하는 점이 흥미롭다. 모델 이름은 1969년에 차저 라인업에 추가된 데이토나에서 가져왔지만, 디자인은 1968년부터 1970년까지 나온 일반 차저의 분위기를 살렸다.

메르세데스-벤츠 EQG 콘셉트 카(아래)는 레트로 디자인이라기보다는 현행 G-클래스(위)의 고전적 디자인을 그대로 이어받은 모습이다 (출처: Mercedes-Benz)
메르세데스-벤츠 EQG 콘셉트 카(아래)는 레트로 디자인이라기보다는 현행 G-클래스(위)의 고전적 디자인을 그대로 이어받은 모습이다 (출처: Mercedes-Benz)

메르세데스-벤츠가 2021년 선보인 EQG 콘셉트 카는 조금 독특한 경우다. 메르세데스-벤츠가 내놓은 일부 전기차들처럼 현행 모델을 바탕으로 전기 동력계를 얹고 디자인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40여 년간 큰 디자인 변화 없이 계속 생산되고 있는 G-클래스의 디자인과 설계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레트로 디자인이라기보다는 클래식 디자인이라고 이야기해도 좋은 모습이다. 콘셉트 카라고는 하지만 2024년쯤 출시될 것으로 보이는 양산차에서도 큰 변화는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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