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vs. 오리지널] 25. 쌍용 토레스 vs. 뉴 코란도 '옛것의 디테일을 살린 명작'

쌍용 토레스의 디자인은 레트로 스타일로 분류하기에는 애매한 면이 있지만, 솔직하고 대담한 표현으로 과거 오프로더들에서 느낄 수 있었던 투박함이나 강인함을 잘 살리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뉴 코란도(KJ)의 스타일 요소를 재해석한 부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 입력 2022.09.19 07:46
  • 수정 2022.09.19 07:47
  • 기자명 류청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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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의 최신 모델인 토레스는 실차 공개에 앞서 디자인 스케치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화제가 되었다. 승용차 기반 차체구조를 쓰고 스타일에서 날렵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지향한 비슷한 크기와 성격의 다른 차들과는 대조적인 모습 때문이었다. 앞서 판매를 시작한 현대 아이오닉 5에 이어, 국내 업체가 양산차에 레트로 스타일을 반영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쌍용 토레스에서 복고적 분위기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은 앞모습이다 (출처: 쌍용자동차)
쌍용 토레스에서 복고적 분위기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은 앞모습이다 (출처: 쌍용자동차)

관점에 따라 해석은 달라질 수 있지만, 토레스의 디자인은 레트로 스타일로 분류하기에는 애매한 면이 있다. 몇 가지 요소를 빼면 형태에서 요소에 이르기까지 고전적이기보다는 현대적인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솔직하고 대담한 표현으로 과거 오프로더들에서 느낄 수 있었던 투박함이나 강인함을 잘 살리고 있다는 점이다.

토레스에서 고전적 분위기가 가장 뚜렷하게 구현된 곳은 역시 앞부분이다. 얇게 처리한 헤드램프와 주간주행등, 그릴이 만드는 인상은 과거 뉴 코란도는 물론 그 바탕이 된 CJ 지프와도 닮았다. 크기는 작지만 헤드램프를 원형 렌즈를 쓴 프로젝션 타입으로 처리했고, 헤드램프 아래를 감싼 뒤 바깥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주간주행등은 뉴 코란도에서 비슷한 위치에 있었던 방향지시등을 연상케 한다. 그릴에서는 '7 슬롯 그릴'을 상표로 등록한 지프와의 분쟁을 피하기 위해, 세로로 강조한 부분을 여섯 개로 만든 것이 눈길을 끈다.

부풀린 펜더와 테일램프, 테일게이트에서도 옛 차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출처: 쌍용자동차)
부풀린 펜더와 테일램프, 테일게이트에서도 옛 차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출처: 쌍용자동차)

앞뒤바퀴 주변의 펜더를 부풀린 모습도 옛 지프와 뉴 코란도의 특징을 현대적으로 반영한 부분이다. 앞 펜더 뒤쪽에 아래로 갈수록 뒤로 내려가는 사선을 넣은 것은 옛 지프의 앞 휠 오프닝과, 뒤 펜더 앞쪽에는 뒤로 갈수롤 위로 올라가는 사선을 넣은 것은 뉴 코란도의 펜더와 닮았다. 세로형 테일램프 역시 뉴 코란도의 것을 위아래로 뒤집어 놓은 모양이고, 가운데를 부풀려 예비 휠 커버처럼 보이게 만든 것도 뉴 코란도와 같은 옛 오프로더들의 분위기를 흉내낸 것이다.

겉모습과 달리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터치스크린이 큰 영역을 차지하는 내부는 지극히 현대적이고 간결하다 (출처: 쌍용자동차)
겉모습과 달리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터치스크린이 큰 영역을 차지하는 내부는 지극히 현대적이고 간결하다 (출처: 쌍용자동차)

반면 내부는 지극히 현대적이고 간결하다. 주요 인터페이스에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터치스크린을 써서 대시보드가 무척 단순하다. 이는 높이 솟은 대시보드를 대칭형으로 디자인해 멋을 부렸던 뉴 코란도보다는 최소한의 계기와 장치만 단순한 면(철판)에 노출되어 있던 CJ-5쪽에 더 가깝다. 물론 이는 고전적 스타일을 의도적으로 살렸다기보다는 현대적인 장비구성과 기능, 디자인 개념에 충실한 결과다. 즉 실질적으로 레트로 스타일이 반영된 부분은 겉모습이 거의 전부라 할 수 있다.

커다란 원형 헤드램프와 수직형 그릴, 펜더 앞부분을 감싸는 방향지시등이 레트로 분위기를 자아냈던 뉴 코란도 (출처: 쌍용자동차)
커다란 원형 헤드램프와 수직형 그릴, 펜더 앞부분을 감싸는 방향지시등이 레트로 분위기를 자아냈던 뉴 코란도 (출처: 쌍용자동차)

토레스 디자인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차는 역시 1996년에 쌍용이 내놓은 뉴 코란도(KJ)다. 뉴 코란도는 국내 출시에 앞서 1995년 9월에 열린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먼저 공개되었다. 신진자동차 시절인 1969년에 생산을 시작한 '신진지프'의 혈통을 이어받은 오리지널 코란도가 26년 만에 완전한 새 설계와 디자인으로 탈바꿈한 모델이었다. 프레임 위에 차체를 얹는 전통적 방식의 구조였지만, 이전 CJ 기반 코란도와는 전혀 다른 설계였다.

'코란도'라는 이름이 처음 쓰인 거화 시절의 옛 모델은 오리지널 지프의 모습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출처: 쌍용자동차)
'코란도'라는 이름이 처음 쓰인 거화 시절의 옛 모델은 오리지널 지프의 모습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출처: 쌍용자동차)

사실 뉴 코란도는 국내 업체가 만든 첫 레트로 스타일 양산차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물론 앞서 나온 아시아 록스타나 나중에 나온 아시아/기아 레토나처럼 지프 스타일의 군용차를 바탕으로 만든 모델들이 있다. 그러나 그 차들의 스타일이 바탕이 된 모델을 부분적으로 변형하는 데 그친 것과 달리, 뉴 코란도는 처음부터 지프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새롭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뉴 코란도의 앞모습은 CJ 지프의 특징적 요소를 변형해 담았으면서도, 전체적으로는 곡면을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당시 유행하던 스타일을 반영했다. 특히 그릴에서 펜더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곡선과 가로로 긴 방향지시등과 뒷바퀴 주변을 부풀린 블리스터 펜더는 뉴 코란도에 특징적인 인상을 부여했다.

영국에 수출된 초기형 뉴 코란도. 테일램프 내부 요소들이 모두 각진 형태였다 (출처: 쌍용자동차)
영국에 수출된 초기형 뉴 코란도. 테일램프 내부 요소들이 모두 각진 형태였다 (출처: 쌍용자동차)

초기 모델은 그릴에 수직 방향으로 일곱 개의 구멍이 뚫려 있었고 한가운데에 세 개의 원으로 이루어진 쌍용 엠블럼이 놓였다. 그러나 그릴 형태가 지프가 상표등록한 7 슬롯 그릴과 겹쳐, 1차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큰 구멍에 가로 막대를 넣은 형태로 바뀌었고 나중에는 그릴 안에 십자형 막대를 넣고 테두리에 크롬 장식을 더한 모습으로 다시 바뀌었다. 테일램프도 처음에는 모든 요소가 각진 모습이었지만 나중에는 방향지시등과 후진등을 원형 틀 안에 넣은 모습으로 바뀌었다.

KJ 뉴 코란도는 오리지널 CJ 지프의 이미지를 현대화하면서 쌍용의 독자 캐릭터를 창조한 기념비적 모델이었다. 그 덕분에 같은 뿌리에서 시작되었으면서도 지프의 혈통을 이어받은 랭글러와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새 계보를 만들 수 있었다. 토레스는 정통 오프로더의 성격에서는 벗어났지만, 적어도 뉴 코란도의 디자인을 창의적으로 재창조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토레스는 쌍용 브랜드 차들의 디자인에서 과거와 미래를 잇는 전환점으로서 큰 의미가 있는 모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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