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K9, 자동차 전문 교수 3인의 ‘3色 평가’

  • 입력 2012.09.25 07:25
  • 수정 2016.08.15 07:5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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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의 럭셔리 세단 K9은 디자인과 성능 면에서 뿐만 아니라 품질 경쟁력 역시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9 구매자들은 지금까지 최고급차로 꼽혀온 BMW나 메르세데스-벤츠 등에 비해서도 K9의 상품성은 부족함이 없다는 반응이다. 그렇다면 국내 자동차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은 K9을 어떻게 평가할까.

김필수 교수(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박정룡 교수(아주자동차대학 모터스포츠과), 구상 교수(국립한밭대학교 공업디자인학과) 등 이 분야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교수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서울에서 강릉을 오가는 왕복 500여㎞의 만만치 않은 구간을 직접 달려본 그들이 내린 K9의 평가를 가감없이 소개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프리미엄 수입차와 대결할만한 충분한 자격"

최근 디자인, 품질 등 모든 면에서 급상승하고 있는 기아차 K시리즈는, 성공 모델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그 정점 모델이 바로 K9이다.

앞쪽 라디에이터 그릴부터 뒤쪽 콤비네이션 램프까지 이어지는 늘씬한 실루엣은 항상 보아도 지겹지 않은 부드러운 모습이다. 운전석에 앉자마자 다가오는 안정된 느낌을 받으면서 가속페달을 밟았다. 부드럽게 이어지는 가속력과 안정된 승차감은 물론이고 밟는 대로 원하는 속도와 흐름을 보여주는 K9은 이전 그대로의 느낌이었다.

속도를 높여봤다. 시속 140~150km를 넘나드는 속도임에도 외부의 잡음이나 거스른 소리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정숙함을 느낄 수 있었고 필자는 속도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과속을 하기도 했다. 치고 나가는 맛이 고급 프리미엄 수입차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느낌 그대로다.

여기에 진보된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시각적 안정감과 차선 이탈경보장치 등으로 인한 시트 진동 등 각종 안전장치에 의한 안전성은 최고급 프리미엄에서도 찾기 힘든 장치임에 틀림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강릉 목적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세계 최상급 IT 기술이 접목된 차세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유보(UVO)’를 동작시켜 봤다.

센터와 직접 연결되면서 목적지에 대한 답변을 실시간으로 보내왔고 내비게이션에 목적지가 자동으로 설정됐다.편의성과 안정성을 피부로 확인하면서 다양한 안전 및 편의장치를 동작시켜봤다. 운전의 편의성과 안전성,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역동성, 여기에 중후하면서도 볼수록 탐나는 실내외 디자인 등 완벽한 최고급 모델임을 다시 한번 느끼는 계기가 됐다.

K9은 국내 자동차 역사에서 중요한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기종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소비자에게 다양한 첨단 기능을 탑재한 ‘고급차’ K9의 진면목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소소한 단점을 잠재울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소유한 차종이 바로 K9이다.

그리고 K9을 논하기 전에 꼭 시승해보기를 바란다. K9의 본래의 모습을 보려면 직접 타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K9은 프리미엄 수입차와 대결할만한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 간혹 디자인도 수입차 일부와 유사하다고도 한다. 그러나 확실히 K9은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고 기아차를 대변하는 디자인과 기술의 정점에 도달한 차다.

기술적인 부분은 특히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세계 프리미엄 명차에 장착되는 첨단 옵션이 모두 있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여기에는 하나하나 업그레이드 요소가 반영되어 있고 유일하게 개발되어 장착된 독자 시스템도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국산차에서 지적되어 온 마무리 등도 대단하고 완성도가 기존의 고급차와 차별화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운행상의 특성도 전혀 부담이 없고 도리어 일부 특성은 더욱 우수한 부분도 많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눈여결 볼 대목은 연비다. 복잡한 서울 시내를 빠져나와 영동고속도로를 거쳐 강릉, 경포대로 이어진 구간에서 K9은 13.6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과거와 달리 요즘 프리미엄급 승용차 운전자들도 내 차의 연비가 얼마나 좋은지를 따지는 시대라고 봤을 때 K9의 또 다른 경쟁력이자 구매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구 상 국립한밭대학교 공업디자인학과 교수 "고성능 이미지 담은 역동적이고 스포티한 車"

부드러운 승차감과 고요한 실내, 푹신한 가죽 시트, 나뭇결로 도배된 실내 디자인 등등…, 아마도 저런 요소들이 전통적(?)인 고급 승용차의 구성요소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특징들에는 자동차로써의 본질적인 기능은 들어있지 않다. 자동차의 본질적 기능, 달리고 돌고 멈춘다는 자동차의 본질적인 기능에 충실한 차는 물론 고급 승용차 이전에 고성능 승용차일 것이다.

그렇다면 저러한 본질적 기능을 감성적으로 충실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고급 승용차의 디자인이며, 우리들이 공감하는 시각적 가치를 제공해 줄지도 모른다.

K9의 차체를 보면 그 비례에서 역동성을 추상적인 방법으로 반영하고 있다. 차체 측면에서 후드의 길이가 긴 것이 가장 두드러진다. 차체 길이 대비 후드의 길이는 28%로써, 통계적으로 중립적이라고 할 수 있는 비례 25%보다 길어서 고성능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한편 일반적으로 트렁크의 길이는 후드 길이의 절반일 때 중립적 이미지를 주고 그보다 길면 보수적인 이미지를, 그보다 짧으면 스포티한 이미지를 가지는데, K9의 트렁크 비례는 전체 길이 대비 10%로 후드의 1/2보다 짧아 매우 역동적이고 스포티하다.

물론 최근의 승용차들의 차체 스타일 경향이 차 등급이나 크기에 상관없이 트렁크가 짧아지면서 점점 스포티한 경향을 가지는데, K9 역시 그러한 경향을 가지고 있다. 사실 이런 특징은 최근 기아자동차의 차체 디자인의 특징이다. 젊고 역동적인 성격을 추구하는 긴 비례의 후드는 K5와 K7에 이어 K9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게다가 측면의 그린하우스의 비례도 높은 벨트라인에 의해 역동적인 이미지를 준다. 실제로 벨트라인이 낮아서 유리창이 넓어지면, 개방적인 이미지를 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유아적이고 귀여운 이미지를 주게 되고, 반대로 벨트라인이 높아져서 측면 유리가 좁아지면 성숙한 이미지 또는 공격적인 인상을 주게 된다.

그런 점에서 K9의 벨트라인은 높게 설정돼 있고, 그로 인해 측면 유리창은 가늘고 긴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 한층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차체에서 유리창 면적 변화에 따라 이처럼 이미지가 변화되는 것은 자못 신기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리어 뷰 미러가 설치된 앞 도어 섀시 처리에서의 세부적인 디자인은 지나치기 쉬운 디테일에서 세심한 처리를 보여준다.

이런 디테일은 휠에서도 보인다. 휠 너트를 모두 커버하는 캡은 형태를 정리해주는 것 뿐 아니라, 휠의 도난도 예방해 준다. K9의 디테일은 앞 펜더에서도 나타난다. 차체의 캐릭터 라인과 조합된 그릴 디자인이 측면의 역동성을 강조하고 있다.

차 앞모습의 인상을 좌우하는 헤드램프 역시 강렬한 눈매를 만들어주는 면 발광 방식의 포지셔닝 램프와 샤프하게 구획된 렌즈의 형태와 크게 경사져 배치된 두 개의 사각형 프로젝션 방식의 렌즈 형태, 또는 네 개의 LED가 조합된 헤드램프 형태 또한 역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트렁크 리드와 맞닿은 매우 낮게 경사진 뒤 유리창은 스포츠 쿠페의 차체 자세를 보여준다. 그리고 역동적인 커브에 의한 C 필러의 형태는 스포티한 성격의 후륜구동 세단의 이미지를 어필하고 있다.
새로운 K9은 지금까지의 보수적인 디자인 언어로 일관되어 있던 우리나라의 고급승용차의 디자인에 수혈된 젊은 피(?) 역할을 하면서, 스포티함과 역동적 감성이 또 다른 고급을 상징하게 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K9 실내는 디테일들이 먼저 눈에 들어와

승용차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부드러운 우레탄 재질을 이용한 풀 패드 방식이 촉감이나 시각적 재질감에서 유리하지만, 고급 승용차가 아니면, 풀 패드 방식을 인스트루먼트 패널 전체에 쓰기는 어렵다.

그런데 K9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풀 패드 방식을 쓰고 있다. 그리고 전체적인 이미지에서 본다면 기존의 국산 고급 승용차들이 우드 그레인을 넓게 쓰는 등의 보수적인 이미지와는 다르게 모던한 재질감을 중심으로 하는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대체로 유럽의 디자인을 지향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완전히 그런 것은 또한 아니라는 느낌을 신형 차를 타보면 받게 되기도 한다. 디테일을 중시하면서도 전체적인 형태 변화를 추구하는 성향이 그것을 말해준다.

K9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을 보았을 때의 느낌이 그러했다. 특히 조수석 쪽에서 바라본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비행기 날개 모양의 위쪽 형태와 아래쪽 글러브 박스 부분의 볼륨이 마치 교차되듯이 지나가는 형태로 디자인되었는데, 이것은 디자이너들이 우선 전반적인 형태를 기존의 차들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를 먼저 만드는 접근 방법을 보여주는 것이다.

K9의 실내를 보면 처음에는 디테일들이 눈에 띄면서 전체적인 형태가 한눈에 파악되지는 않는다. 그것은 어떤 면으로 본다면 과거의 우리나라 차들이 실내의 디테일에서 부족한 면도 있었기 때문에, 디테일 형태에서 많은 공을 들인 K9에 타게 되면 디테일들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K9의 뒷좌석은 높은 벨트라인에 의해서 도어 트림이 마치 높은 울타리 같은 느낌을 준다. 최근에는 소형 승용차에서부터 대형 승용차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옆 창문이 도어 패널과 만나는 벨트라인(belt line)이 높게 디자인되다 보니, 대부분의 차들이 뒷좌석에 앉으면 벨트라인이 거의 어깨 높이까지 올라온다.

벨트라인의 높이는 마치 넥타이의 폭이 넓어지거나 좁아지는 것처럼 일종의 유행으로, 실용성보다는 이미지를 더 중시하는 디자인요소이다. 1960년대에는 벨트라인이 높고 창문이 좁은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1980년대 전후로는 낮아져서 창문이 넓은 것이 또한 트렌드였다. 그런데 요즘은 다시 좁아지는 추세인 것 같다.

전체적으로 본다면 새로이 등장한 K9의 실내 디자인은 시대의 흐름이 형태에 반영되어 나타나고, 여기에 질감 좋은 재료와 신기술이 간결한 이미지 통일 작업과 결합되어 지금까지 보수적이었던 고급 승용차의 이미지와는 다른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박정룡아주자동차대학 모터스포츠과 교수 "K9, 대관령 옛길 고속 레이스 빠르고 민첩했다"

대형 세단은 특별함을 갖춰야 한다. 스타일과 인테리어의 고급감은 물론, 특히 성능에서 요구되는 특별함은 대형세단이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조건이다.

기아차 플래그십 K9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치가 큰 이유다. 서울에서 강릉을 왕복하는 꽤 먼 거리의 시승에서 결론부터 이야기 한다면, K9이 과거의 기아차, 그리고 기존의 국산차와는 매우 다른 특별함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3.8 엔진은 상용 영역대(2000~3000rpm)의 토크가 충분했고 대관령 옛길의 가파른 코스를 치고 오르는 가속성능도 동급의 수입차 경쟁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8단 수동겸용 자동변속기의 변속 타이밍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보인다. 변속기의 연결감이 매우 뛰어났고 킥다운 반응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메르세데스 벤츠, BMW와 같은 고급 수입차의 8단 자동변속기와 비교해도 전체적인 퀄리티가 전혀 뒤처지지 않다고 봐도 좋다.

대관령 옛길을 내려 올 때 레이싱 수준의 과격한 운전을 했는데도 빠르게 반응하는 엔진브레이크의 응답성 역시 수준급이다. 큰 차체의 K9을 이 정도로 민첩하게 제어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솔직히 기대이상이었다. 스티어링의 조작성과 직진성도 빠르고 정확하다. 대형 세단이지만 스포트 모드에서의 민첩한 핸들링도 만족스럽다.

 

또 다른 장점은 대형승용차에서는 보여줄 수 없는 믿기 힘든 코너링 성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급격한 코너를 빠른 속도로 탈출하고 내 달려도 믿음이 간다. 서스펜션의 무르기도 적당한 편이다. 한국 시장과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적절하게 세팅을 했다.

K9의 실내 정숙성은 놀라운 수준이다. 적극적이고 세심한 NVH(소음 진동) 대책으로 노면진동을 흡수하는 능력과 외부소음을 차단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덕분에 실내에서는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제동능력도 뛰어나다. 짧고 반복적인 코너가 길게 이어진 대관령 옛길을 빠른 속도로 달리면서 발휘된 부분제동에서 K9은 운전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반응을 했다.

종합적으로 평가를 하면 K9은 대형차로서 안락한 승차감과 수준급의 달리기 성능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많은 자동차의 달리기 성능을 직접 체험해 봤는데, K9도 동급의 수입 대형세단과 크게 다르지 않은 퍼포먼스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믿음이 가는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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