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vs. 오리지널] 23. 폭스바겐 ID.버즈 vs 타입 2 "그때 있었고 지금도 있다"

폭스바겐이 전기차 전용 MEB 플랫폼을 활용해 만든 첫 미니밴인 ID.버즈는 2차대전 전후 독일 부흥과 1960년대 미국 히피 문화라는 시대상이 반영되어 상징성이 큰 타입 2 T1의 디자인을 현대화한 모습이 특징이다

  • 입력 2022.09.08 08:00
  • 기자명 류청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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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은 2017년에 전기차 전용 MEB 플랫폼의 확장성을 보여주면서 브랜드 역사와 상징성을 나타내기 위해 콘셉트 카로 ID.버즈(ID. Buzz)를 내놓은 바 있다. 그 디자인을 바탕으로 만든 양산 모델은 5년이 지난 2022년 3월에 처음 공개되었다. 폭스바겐 디자인 책임자 요제프 카반은 "ID.버즈를 통해 1950년대 폭스바겐의 아이콘이었던 미니버스 T1의 DNA를 전기 모빌리티 시대에 전달하려 했다"고 이야기했다.

폭스바겐의 상징적 모델 중 하나인 타입 2 'T1'(왼쪽)과 ID.버즈 (출처: Volkswagen)
폭스바겐의 상징적 모델 중 하나인 타입 2 'T1'(왼쪽)과 ID.버즈 (출처: Volkswagen)

폭스바겐은 ID.버즈 이전에도 T1의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구현한 콘셉트 카를 여럿 내놓은 바 있다. 2001년의 마이크로버스(Microbus), 2011년의 (Bulli), 2016년의 버드이(BUDD-e)는 모두 T1을 떠올리는 개념과 디자인이 특징이었다. 즉 ID.버즈의 디자인은 T1 이미지에 직접 반영된 면도 있지만, 이전 콘셉트 카들의 개념과 요소가 발전된 면도 있다.

ID.버즈의 디자인은 고전적 느낌보다는 현대적 느낌이 강하다. T1과 비슷하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앞 범퍼 위의 U자 모양 패널, 차체 외부의 투톤 도색과 허리를 감싸는 캐릭터 라인, 차체 패널은 넓고 유리 부분은 얕은 옆 모습 정도다. 공기역학 특성을 고려해 비스듬히 누운 앞 유리와 달리, 보닛 부분을 덜 기울인 것도 옛 차 분위기를 반영한 부분이다.

승용 개념인 ID.버즈(왼쪽)와 상용 개념인 ID.버즈 카고가 함께 생산된다 (출처: Volkswagen)
승용 개념인 ID.버즈(왼쪽)와 상용 개념인 ID.버즈 카고가 함께 생산된다 (출처: Volkswagen)

ID.버즈는 MEB 플랫폼을 활용해 만든 첫 미니밴이기도 하다. 그래서 앞서 나온 다른 ID 시리즈 전기차들과 공통된 디자인 요소도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날렵한 좌우램프와 그 사이를 잇는 길고 가는 조명 띠로 이루어진 앞뒤 모습이 대표적이다. 또한, 형태 자체는 T1의 최신 후계 모델인 T7과도 닮았다. 즉 폭스바겐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ID.버즈는 승용 개념의 ID.버즈와 상용 개념의 ID. 버즈 카고로 나오는데, 기본 구조와 동력계 구성은 같다. 최대 아홉 명까지 탈 수 있었던 T1과 달리, ID.버즈는 2열 좌석 구성에 최대 다섯 명까지 탈 수 있다. 대시보드와 1열 좌석 주변 디자인은 두 차가 거의 같다.

대시보드 형태는 아주 단순하지만 현대적 기능과 장비를 갖춰 분위기는 T1과 전혀 다르다 (출처: Volkswagen)
대시보드 형태는 아주 단순하지만 현대적 기능과 장비를 갖춰 분위기는 T1과 전혀 다르다 (출처: Volkswagen)

T1 만큼은 아니어도, ID.버즈의 대시보드 형태는 아주 단순하다. 다만 현대적인 기능과 장비를 갖춰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수동변속기의 기어 레버가 바닥에서 튀어나와있던 T1과 달리, ID.버즈의 변속 노브는 계기판 패널 옆으로 살짝 튀어나와 있다. 그 덕분에 앞좌석 발 주변 공간이 넉넉하고, 그 점도 T1과의 공통점이다.

ID.버즈에 영감을 주었다는 T1은 폭스바겐 다목적 차의 1세대에 해당하는 차로, 타입 1 '비틀'의 동력계를 활용해 만든 폭스바겐의 두 번째 모델이어서 타입 2라고도 알려져 있다. T1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파괴된 시설 복구와 경제 부흥을 위해 절실했던 상용차로, 네덜란드의 폭스바겐 수입업자 벤 폰(Ben Pon)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볼프스부르크 공장에서 부품 운반용으로 쓰던 비틀 개조차를 보고 상용차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T1은 2차대전 후 독일에서 절실했던 상용차로 인기를 얻었지만 1960년대 미국에서 히피 문화와 만나 상징성이 커졌다 (출처: Volkswagen)
T1은 2차대전 후 독일에서 절실했던 상용차로 인기를 얻었지만 1960년대 미국에서 히피 문화와 만나 상징성이 커졌다 (출처: Volkswagen)

초기 프로토 타입은 공기저항이 너무 심해, 풍동시험을 통해 개선을 거쳤다. 대표적 변화는 앞 유리로, 두 장으로 나누어 가운데를 돌출된 V자 형태로 만든 것.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낼 때 저항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  V자 모양으로 굴곡을 준 앞 부분과 대형 폭스바겐 로고, 원형 헤드램프와 방향지시등 배치가 독특한 모습을 만들어,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정도로 중요한 시각적 특징이 되었다.

처음에는 콤비(Kombi)라는 이름의 탈착식 좌석을 갖춘 다인승과 1열 좌석만 있는 밴만 생산되었지만, 1950년에 마이크로버스가 추가된 것을 비롯해 픽업트럭, 패널 밴, 캠퍼 밴 등 다양한 가지치기 모델이 추가되었다. 그 가운데 마이크로버스는 실내 분위기를 밝게 만들기 위해 지붕 모서리에 여러 개의 창을 더한 모습이 특이했다.

초기형 T1 밴. 1950년대와 60년대에 걸쳐 다양한 변형 모델이 나왔지만 기본 모델은 밴이었다 (출처: Volkswagen)
초기형 T1 밴. 1950년대와 60년대에 걸쳐 다양한 변형 모델이 나왔지만 기본 모델은 밴이었다 (출처: Volkswagen)

1949년 말부터 생산된 T1은 여러 변형 모델이 만들어졌고, 부분 변경을 거듭하며 독일에서는 1967년까지, 브라질에서는 1975년까지 생산되었다. T1은 1960년대 중후반 미국을 휩쓴 히피(Hippie) 문화의 일부로서 큰 인기를 얻으며 상징성이 더 커졌다. 레트로 디자인 모델이 대부분 그렇듯, 오리지널 모델과는 성격이 크게 다르다. T1이 대중적인 탈것으로 인기를 얻었던 것과 달리 ID.버즈가 독특한 분위기를 내세운 MPV 시장의 틈새 모델이 된 것도 같은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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