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싹 쓸어 가는 '중국산 폴스타ㆍ미국산 테슬라'를 막을 수 있는 방법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22.09.04 09:56
  • 수정 2022.09.04 10:10
  • 기자명 김필수 대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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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자동차 산업에 최근 악재가 줄을 잇고 있다. 국내는 정치적 이슈, 경제적 부담, 코로나, 지정학적 고민 등이 겹친 상황이다. 국제적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글로벌 불안감과 유가 급증, 원자재 가격 상승, 수요 공급의 불안감, 차량용 반도체 등 어느 때보다 혼잡스러운 상황이다.

이 보다 최근 자국 중심의 보호주의가 팽배하면서 수출 비중이 큰 우리 자동차 산업에 더 큰 악재가 되고 있다. 특히 보조금 의존도가 큰 전기차가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노골적으로 자국의 토종 배터리 기업만 보조금을 준다. 자국산 전기차까지 이중으로 보조를 해주면서 해외 기업은 제외하는 편법까지 쓰고 있다.

해외 기업이 중국 기업에 투자한 배터리도 보조금을 주지 않는다. 미국도 다르지 않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자국산 전기차만 보조금을 주고 향후에는 자국산 배터리, 심지어 배터리의 원자재 비율까지 정해놨다. 2023년부터 40% 이상, 미국 또는 FTA 체결국 원자재를 사용한 배터리를 탑재해야만 보조금을 준다.

미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던 현대차와 기아 전기차는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모두 제외됐다. 3개월 전 방한해 현대차 그룹에서 약 14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뒤통수를 때린 냉엄한 상황이 벌어져다. 정부가 뒤늦게 FTA 위반, WTO 제소 등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통할 리 만무하다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이런 일이 중국과 미국에서만 벌어지는 건 아니다. 일본은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는 하이브리드 기술을 이용해 교묘한 방법으로 자국 차종에 인센티브를 더 주고 있다. 경·소형 전기차 기반의 차종이 많은 프랑스는 해당 모델에 보조금을 더 주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종이 시장의 약 15% 차지하는 독일 역시 해당 차종에 더 많은 보조금을 지원한다. 선진 시장 대부분이 자국산에 유리한 법안으로 보조금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국내산, 수입산 구분 없이 공평한 지원을 하고 있다. 무리한 자국 우선주의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것이 이유다. 수출을 기반으로 하는 강소국의 처지이자 비애다. 전기차 보조금이 수입차 배만 불리고 세금을 낭비한다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국 우선주의가 만연되기 시작하면서 냉정한 국제 사회의 논리 개념으로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고민하고 우리 기업과 산업에 도움을 주는 보조금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기 전,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는 방법도 있다. 노골적인 자국 우선주의를 시행하기 어려운 만큼 FTA 기조를 살리면서 실용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중국산이 점령한 버스의 경우 수소전기버스 보조금을 늘려야 한다. 시장에서 강점을 가진 수소전기버스 보급을 일정 부분 촉진하고 실질적인 보조금을 더 많이 받게 하면 중국산 전기버스에 쏠리는 보조금을 막고 상용차의 수소화를 앞당기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국산·수입산 구분 없이 지원하는 일반 승용전기차도 문제다. 특히 수입 승용 전기차는 주행거리와 가격, 성능에서 국산차와 특별한 차이가 없어 보조금에 차이를 두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충전 인프라와 정비 서비스를 함께 묶어 보조금을 차별할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국내에는 충전 인프라를 많이 설치하고 있지만 아직은 전기차 활성화에 가장 불편한 부분인 만큼 전기차 판매와 함께 충전 인프라 의무 설치 기준을 강화하고 이에 맞아야만 보조금을 지원하는 식이다. 충전 인프라 기술은 우리가 가장 뛰어나고 대기업 기반으로 재무장하고 있으며, 현대차 그룹도 이피트(E-Pit) 등 뛰어난 충전 인프라 기술을 가지고 있어 '더불어 장치'로 활용하면 된다.

충전 인프라 설치는 이미 환경부에서 지니고 있는 기준을 참고로 설치하면 될 것이고 국내 충전 인프라 기업을 활용해야 하는 만큼 지급된 보조금으로 우리 충전기를 구매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전기차와 더불어 충전 인프라 활성화와 보조금을 국산 충전 인프라 기업에 다시 투자하고 지원하는 측면에서도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 정비 서비스도 같은 관점에 바라보면 된다.

마이크로 모빌리티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 분야 역시 중국산 점유율이 높은데 국내 중소기업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보조금 정책을 측면 지원하면 된다. 국내 중소기업에 세제 혜택은 물론 지원 정책을 활성화하는 방법이다. 전기 이륜차 중국산이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정 주행 거리 이상의 성능을 가진 모델에만 보조금을 주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중국산을 포함한 수입산 대부분의 주행 거리가 60~70km에 불과한 만큼 전기 이륜차 차종별 주행거리를 크게 늘려 이를 충족하는 경우에만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법이다. 주행거리와 등판능력 등 여러 면에서 강화하는 방법을 충분히 고민하자는 것이다. 우리의 강점을 살릴 방법이다. 최근 국내 중소기업에서 주행거리를 같은 배터리 용량으로 30~50% 늘릴 수 있는 전기 이륜차용 7단 변속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내년부터 양산할 계획을 하고 있을 정도로 국산 전기 이륜차 기술의 장점을 살려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면 된다.

지금은 자국 우선주의를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다. FTA 기조를 기반으로 우리에게 유리한 방법으로 국민의 혈세인 보조금을 활용하면 국내 산업 활성화는 물론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할 뿐 아니라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산업기반도 조성된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각종 방법은 충분히 고민해 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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