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그룹 '유리' 사재기, 러시아 가스 무기화로 글로벌 공급 대란 대비

  • 입력 2022.09.01 14:08
  • 기자명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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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좀처럼 완화되지 않는 가운데 유럽 자동차 업계가 새로운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국제 사회의 제재가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러시아는 국영 가스 회사 가스프롬(Gazprom)을 통해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연합으로 향하는 천연 가스 공급을 줄이는 일명 '에너지 무기화' 정책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올 겨울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전망되는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에너지 위기가 글로벌 유리 공급망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유리 공예업자를 비롯해 자동차 제조업체, 병 제조업체, 건설업체 등 다양한 유럽 기업들이 러시아산 가스 손실로 생산이 제한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유리 부족에 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폭스바겐그룹의 경우 이미 막대한 양의 자동차용 유리 비축에 돌입하고 차량용 측면 창과 앞유리 부품 재고를 늘리고 있을 뿐 아니라 유럽 외 국가에서도 공급 업체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유리 생산에는 규사, 소다회, 석회석 등을 고온에 녹여 제작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유럽에선 이를 위해 천연 가스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해 왔다. 최근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줄어들며 공급에 차질이 예고된 상황이다. 지난달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유리 제조업을 천연 가스 공급 우선권을 가질 수 있는 산업 목록에 포함시켰다.

관련 업계는 유리 비축은 그 동안의 자동차 생산 방법과 상충되는 것으로 최신의 자동차 조립 라인은 공간 확보와 시간 절약을 목적으로 적시에 부품이 공급되는 프로세스를 거쳐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론적으로는 필요할 때 부품이 공장에 도착해 즉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원칙처럼 여겨져 왔다고 강조하며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부 원자재 공급망 위기와 함께 이 같은 트렌드도 변화를 겪고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유럽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위기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며 더욱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포르쉐는 헤드램프 공급의 부족으로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한 바 있으며 BMW 역시 지난 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하반기 생산 전망을 낮추며 매우 불안정한 글로벌 시장 환경에 대해 경고했다. 이들은 연간 수익 목표 달성에 두 가지 불안 요소로 유럽의 에너지 위기와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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