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한 美 '인플레이션 감축법' 13조 원 내주고 팽 당한 정의선 회장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22.08.22 08:56
  • 기자명 김필수 대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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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현지 근로자가 자동차를 조립하고 있다. 미 행정부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으로 현대차와 기아 미국 생산 공장의 전기차 라인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 : Inflation Reduction Act 이하 IRA)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바이든 미 대통령 서명과 동시인 지난 16일부터 미국에서는 사실상 자국산이 아닌 전기차는 한대당 최대 7500달러에 이르는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한국산 전기차 모두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고 이에 따라 한대당 수 천만 원대의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법안이라는 것은 유예기간을 두고 사회적, 기업적 준비를 고려하여 완충 기간을 두고 시행하는 통상적인데 이번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마치 국가 비상조치처럼 즉각적으로 이뤄지면서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해외 기업들은 물론 미국 업체들 조차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문제는 이 법안이 정치적인 이유로 졸속 마련되면서 미국의 맹방과 우방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자유 시장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미 정부는 기후변화와 의료혜택 등 다양성을 포함한 법안이라고 주장하지만 핵심은 자국 우선주의와 논리로 무장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는 미국 내 생산을 보조금 조건으로 하고 오는 2024년부터는 배터리 원자재까지 미국,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 원자재를 40% 이상, 그리고 단계적으로 최종 80% 이상을 사용으로 제한했다. 중국산을 완전 배제하기 위한 조치들이다.

이 법 시행으로 당장 국산 전기차의 미국 수출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배터리도 당장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이지만 2024년부터 중국에서 공급받는 원자재를 미국 중심으로 대체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배터리 원자재는 종류에 따라 중국 의존도가 95%에 이르기도 한다. 따라서 규제 연도에 맞춰 미국산 대체가 가능할지도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당장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계기를 잡기 시작한 현대차그룹의 대미 전기차 수출이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됐다.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약 13조 원의 대규모 투자를 선물한 정의선 회장이 배신감을 느끼고도 남을 문제다.

이 법안은 중국보다 더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미·중 간 갈등의 불꽃이 엉뚱하게 한국에 튀면서 FTA 기조 등을 무력화하는 심각한 결격사유에도 강행됐다. 중국이 자국산 배터리만 지원하는 노골적 지원을 하면서 비난받았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이보다 수위가 더하다.

미국은 그래도 자유 시장 경쟁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믿어왔던 곳이어서 허탈함이 더하다. 미국 역시 우방은 물론 맹방도 경제적인 논리가 우선하며 FTA마저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같은 논리로 한국산 이외의 수입차를 규제하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자괴감이 들고 있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일이 아니다. 이제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할 때다. 우선 이번 법안은 미국 내 반발이 심한 사안이라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 전미자동차노조가 우려할 정도인 만큼 이런 반발을 활용해 최대한 시행 지연과 제외조항을 끌어내야 한다. 정부가 노력하겠지만 미국 내 반대 단체나 기관 활용이 최고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오닉5와 EV6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 현대차그룹의 빠른 대응도 필요하다. 앨라배마 공장과 조지아 공장을 전기차 라인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노조의 적극적인 협조와 동조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노조가 미국 현지 전기차 생산 확대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미국뿐 아니라 보호무역이 팽배하면서 앞으로도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같은 무식한 법안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따라서 다른 무엇보다 노조가 현명하고 미래 지향적인 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 현대차그룹의 미래 전략에 차질이 발생한 만큼 선제적이고 빠른 조치가 중요해졌다.

맹방이나 우방에 대한 정의가 모호해지는 시기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래서 정부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기업들의 위기 대응 능력도 이전과 차원이 다른 기민함이 필요해졌다. 이번 위기를 제대로 극복하는 모습을 정부와 기업이 보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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