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vs. 오리지널] 18. 랜드로버 디펜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균형'
[레트로 vs. 오리지널] 18. 랜드로버 디펜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균형'
  • 류청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8.22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리지널 랜드로버의 계보를 잇는 마지막 모델이었던 디펜더는 2016년에 단종되었고, 3년 반의 공백 끝에 새로운 개념과 디자인, 완전히 새로운 설계의 뉴 디펜더가 나왔다. 뉴 디펜더의 여러 디자인 요소가 고전적 느낌을 주는 이유는 오랫동안 이어진 시리즈 디펜더의 유전자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70년 넘는 랜드로버 역사에서 브랜드 성격을 규정하고 발전의 밑거름이 된 모델은 디펜더(Defender)와 그 혈통이 시작된 시리즈 랜드로버다. 오리지널 랜드로버의 계보를 잇는 마지막 모델이었던 디펜더는 2016년에 생산을 마치고 한 시대를 마감했다. 그리고 새로운 개념과 디자인, 완전히 현대적인 설계로 재탄생한 뉴 디펜더는 3년 반의 공백 끝에 2019년 9월 LA 오토쇼에서 공개되었다.

랜드로버 브랜드의 성격을 규정하고 발전의 밑거름이 된 옛 디펜더(왼쪽)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의 뉴 디펜더 (출처: Jaguar Land Rover)
랜드로버 브랜드의 성격을 규정하고 발전의 밑거름이 된 옛 디펜더(왼쪽)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의 뉴 디펜더 (출처: Jaguar Land Rover)

랜드로버는 2011년 공개된 DC100 콘셉트 카를 통해 '미래의 디펜더'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보여준 바 있다. 한편으로는 DC100과 뉴 디펜더 사이에 공통점도 발견할 수 있지만, 콘셉트 카와 양산차라는 성격 차이 이상으로 뉴 디펜더는 오리지널 디펜더의 디자인을 재해석해 최신 랜드로버의 디자인 흐름에 알맞게 반영한 부분들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즉 과거와 현재, 미래의 균형에 더 신경을 썼고, 랜드로버 최고 디자인 책임자인 게리 맥거번이 의도한 바가 그런 것이었다.

앞모습은 현대적 충돌 및 보행자 안전 규제 대응을 위해 부드럽게 다듬었지만 옛 모습을 연상시키는 요소가 가득하다 (출처: Jaguar Land Rover)
앞모습은 현대적 충돌 및 보행자 안전 규제 대응을 위해 부드럽게 다듬었지만 옛 모습을 연상시키는 요소가 가득하다 (출처: Jaguar Land Rover)

차체 형태는 전형적인 2박스 왜건 스타일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옛 디펜더가 단종되고 뉴 디펜더가 개발된 이유는 현대적이고 점점 더 강화되고 있는 충돌 및 보행자 안전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 점을 고려해, 차체 앞쪽은 곡면으로 만들었고 모서리도 대부분 둥글게 처리했다. 범퍼 및 그릴 가드를 연상시키는 요소를 차체와 일체형으로 만든 것도 눈길을 끈다. 옛 디펜더의 특징 중 하나인 둥근 헤드램프와 보조 램프는 투명 커버 안에 넣었다.

수직에 가까운 차체 뒷부분은 예비 타이어를 뒤 도어에 달고 모서리를 둥글게 만든 사각형 램프를 위아래로 배치해 단단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한편 옛 디펜더의 분위기도 살렸다. 그 밖에 범퍼를 비롯해 다른 부분을은 옆부분과 마찬가지로 간결하게 마무리했다. 옆모습은 옛 디펜더의 특징 중 하나였던 지붕 모서리의 사파리 윈도우를 재현했는가 하면 뒤 도어 위쪽에 차체색 플로팅 필러와 같은 새로운 장식적 요소로 재치있게 마무리했다.

실내는 현대적이고 고급스럽지만 기본 디자인과 장식적 요소에서 옛 디펜더의 분위기가 엿보인다 (출처: Jaguar Land Rover)
실내는 현대적이고 고급스럽지만 기본 디자인과 장식적 요소에서 옛 디펜더의 분위기가 엿보인다 (출처: Jaguar Land Rover)

실내는 매우 현대적이면서도 랜드로버의 다른 모델들과 구분되는 개성이 드러난다. 가로로 뻗은 대시보드와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아래의 기능 조절부에서는 옛 디펜더의 분위기가 엿보인다. 부분적으로 기계적 느낌을 주는 장식이 더해진 것은 어느 정도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내장재가 거의 없이 철판과 기계적 요소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던 시리즈 랜드로버를 떠오르게 하기도 한다.

옛 디펜더만큼이나 간결한 뉴 디펜더의 뒷모습(출처: Jaguar Land Rover)
옛 디펜더만큼이나 간결한 뉴 디펜더의 뒷모습(출처: Jaguar Land Rover)

물론 꾸밈새는 옛 디펜더와 비교할 수 없을만큼 고급스럽고, 현대 SUV 소비자들의 취향을 고려해 최신 편의장비와 기능을 튀지 않게 배치해 실용성을 높였다. 전반적으로는 실내외 모두 간결함이라는 측면에서 옛 디펜더의 특징을 이어받았지만, 구현은 현대적 감각으로 이루어졌다. 소비자들의 평은 엇갈리지만 전문가들의 평은 좋은 편이었고, 이는 2021년 세계 올해의 카 디자인(World Car Design of the Year)으로 선정된 데에서도 잘 드러난다.

뉴 디펜더 디자인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옛 디펜더는 시리즈 랜드로버의 마지막 세대인 시리즈 III의 발전형으로 1983년에 처음 나왔다. 그러나 디펜더라는 이름이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91년의 일로, 그 전까지는 휠베이스 길이를 인치 단위 숫자로 쓴 90과 110, 127/130으로 불렸다.

옛 디펜더는 1991년이 되어서야 디펜더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크게 보면 시리즈 III을 개선해 1983년에 나온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출처: Jaguar Land Rover)
옛 디펜더는 1991년이 되어서야 디펜더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크게 보면 시리즈 III을 개선해 1983년에 나온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출처: Jaguar Land Rover)

디펜더는 기본 구조는 시리즈 III 랜드로버와 거의 같았지만, 엔진과 서스펜션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들이 발전한 것은 물론 외관상 차이점도 있었다. 이전까지 안으로 움푹 들어가 있었던 그릴은 헤드램프를 품은 펜더와 같은 면에 배치되었고, 전체를 여러 개의 가로 막대로 덮었다. 보닛도 길어져 그릴 위를 덮는 모양이 되었다. 아울러 달라진 서스펜션과 넓어진 휠 트랙을 고려해 휠 아치에 덮개를 달았다. 그밖에도 레버형이었던 도어 핸들도 그립형으로 바뀌는 등 소소한 변화들도 곳곳에 반영되었다. 그럼에도 전체 형태는 1948년에 나온 첫 랜드로버의 틀을 유지했다.

많은 변화를 겪었음에도 첫 랜드로버의 틀을 유지한 전체 형태가 디펜더의 이미지를 굳혔다 (출처: Jaguar Land Rover)
많은 변화를 겪었음에도 첫 랜드로버의 틀을 유지한 전체 형태가 디펜더의 이미지를 굳혔다 (출처: Jaguar Land Rover)

실내는 여전히 간결하고 기능 중심으로 만들어졌지만, 대시보드에 플라스틱 내장재를 덮는 한편 대시보드 한가운데에 있었던 주요 계기를 스티어링 휠 너머로 옮겼다. 아울러 스테이션 왜건 모델에는 도어와 천장에도 내장재를 넣는 등 전반적으로 승용차 느낌이 들도록 고급화했다. 뉴 디펜더에서도 볼 수 있는 대시보드 모서리의 손잡이가 처음 등장한 것과 두 장이었던 앞 유리가 한 장의 통유리로 바뀐 것도 옛 디펜더부터였다.

디펜더라는 이름이 처음 쓰인 시기는 그 원형인 시리즈 랜드로버가 처음 생산된 지 40여 년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새 이름을 얻은 뒤에도 디펜더의 모습은 21세기까지 이어졌다. 랜드로버의 모델 계보에서 비교적 신형에 가까운 옛 디펜더에서 비롯되었으면서도, 뉴 디펜더의 여러 디자인 요소가 고전적 느낌을 주는 이유는 오랫동안 이어진 시리즈 디펜더의 유전자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