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vs. 오리지널] 17. 혼다 e vs. 시빅...순수 전기차로 부활한 복고의 원조

혼다의 도시형 순수 전기차인 혼다 e는 초대 시빅을 비롯한 옛 소형차를 떠오르게 하는 외부 스타일과 북유럽 가구와 실내 공간에서 영감을 얻은 실내가 어우러져 간결함의 미덕을 보여준다

  • 입력 2022.08.18 14:46
  • 수정 2022.08.18 15:01
  • 기자명 류청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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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에 제2차 세계대전 후 자동차 생산에 뛰어들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은 업체는 몇 되지 않는다. 그 중 하나가 혼다다. 혼다의 첫 자동차는 1963년에 선보인 경 트럭 T360이다. 그러나 자동차 분야에서 혼다의 위상을 세계구급으로 끌어올린 것은 1972년에 처음 나온 시빅(Civic)이었다. 특히 시빅은 첫 석유파동 이후 미국 시장에서 크게 인기를 얻으며 일본차가 미국에 깊이 뿌리내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고, 이후 지금까지도 미국 시장 동급 판매 상위권을 맴돌고 있다.

혼다가 2012년에 내놓은 경차 N원에도 레트로 스타일이 쓰인 바 있다 (출처: Honda)
혼다가 2012년에 내놓은 경차 N원에도 레트로 스타일이 쓰인 바 있다 (출처: Honda)

혼다가 첫 도시형 순수 전기차로 내놓은 혼다 e에 초대 시빅을 떠오르게 만드는 스타일을 반영한 것은 그와 같은 배경이 작용했다. 다만 혼다 e가 레트로 스타일을 반영한 혼다의 첫 차는 아니다. 그보다 앞선 2011년에 선보인 N박스와 2012년에 출시한 N원 등 경차는 각각 1972년에 나온 라이프 스텝 밴과 1967년에 등장한 N360을 바탕으로 한 레트로 스타일을 먼저 보여준 바 있었다.

혼다 e는 2019년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양산 모델이 처음 공개되었다. 일본이 아닌 독일에서 양산 모델을 공개한 것은 도시형 소형차 수요가 많은 유럽을 최우선 시장으로 고려했기 때문이다. 개발 과정에서도 전기차 선호도가 높은 북유럽 도시의 환경과 생활에 주목했다고 한다.

혼다 e는 초대 시빅을 비롯해 과거 혼다의 대표적 소형차들의 스타일이 엿보인다 (출처: Honda)
혼다 e는 초대 시빅을 비롯해 과거 혼다의 대표적 소형차들의 스타일이 엿보인다 (출처: Honda)

양산 모델은 2017년 9월에 같은 모터쇼에서 공개된 어반 EV 콘셉트 카와 거의 같은 모습이었는데, 제품 개발책임자 히토미 코헤이(人見康平)에 따르면 양산차 개발이 먼저 시작되었고 그 뒤에 콘셉트 카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는 혼다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다만 콘셉트 카에서 긍정적 반응을 얻은 요소들을 양산차에도 반영한 것은 있다고 한다.

혼다는 혼다 e를 개발하면서 전기차를 전제로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자동차가 가진 틀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 이동수단을 염두에 두고 생활 공간을 그대로 이동 공간으로 옮겨놓는 데 주력했다고 한다. 겉모습은 도심에서 쓰기 편리한 크기의 차체에 초대 시빅과 시티 등 혼다의 과거 소형차를 떠올릴 수 있는 디자인을 담았다.

도어 핸들을 숨긴 뒤 도어와 앞모습과의 통일성을 추구한 뒷모습이 눈길을 끈다 (출처: Honda)
도어 핸들을 숨긴 뒤 도어와 앞모습과의 통일성을 추구한 뒷모습이 눈길을 끈다 (출처: Honda)

거의 비슷한 모습인 어반 EV 콘셉트 카는 경첩이 뒤쪽에 달린 2도어 스타일이지만, 양산 모델인 혼다 e는 뒷좌석 승하차 편의성을 고려해 뒤에도 도어를 달았다. 다만 도어 핸들을 유리창 모서리에 배치해 2도어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아울러 원과 사각형 안에 담은 원을 주로 사용해, 원의 친근함과 사각형의 든든함을 엮었다. 또한 차체색과 검은색이 대비를 이루도록 했다. 검은색 영역에는 안쪽에 여러 센서와 충전 관련 장치들을 넣으면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단순화했다.

실내는 거실 공간을 옮겨 놓은 느낌으로 디자인해, 가로로 넓은 디스플레이와 넓은 나뭇결 무늬 장식으로 넓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특히 하나의 틀에 세 개의 넓은 디스플레이를 넣어 동반석에서도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은 소형차에서는 보기 드문 접근 방법이다. 아울러 디스플레이 양쪽에는 사이드 미러를 대체하는 카메라의 영상을 표시하는 디스플레이도 더했다.

실내 너비만큼 넓게 펼친 디스플레이는 거실 공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출처: Honda)
실내 너비만큼 넓게 펼친 디스플레이는 거실 공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출처: Honda)

특히 스칸디나비아 가구에서 영감을 얻어 멜란지 소재의 좌석은 소파 느낌이 들게 만들었고, 모노톤 색조를 바탕으로 부분적인 강조색을 더함으로써 아늑한 분위기를 살렸다. 특히 뒷좌석은 단순한 패턴으로 디자인해 그와 같은 느낌을 더 뚜렷하게 만들었다. 감각적인 디자인에 힘입어 혼다 e는 2020년 레드닷 어워드 최우수 자동차 디자인 상과 스마트 제품 상, 2021년 독일 올해의 차 최우수 상 및 세계 올해의 차(WCOTY) 도시형 차 부문 상 등 여러 상을 받았다.

초대 시빅은 당시 일본 소형차에서 보기 드문 유럽 스타일이 돋보였다 (출처: Honda)
초대 시빅은 당시 일본 소형차에서 보기 드문 유럽 스타일이 돋보였다 (출처: Honda)

혼다 e의 스타일에 영향을 준 초대 시빅은 당시 일본 소형차에서는 보기 드문 유럽 스타일이었다. 2도어 세단을 시작으로 차차 다양한 가지치기 모델이 추가되었지만, 주력 모델은 2도어 해치백이었다. 2년이라는 짧은 기간과 한정된 개발 비용 때문에 엔지니어와 기술자 모두 애를 먹었다는 이야기는 혼다 웹사이트에서도 접할 수 있다.

디자인은 앞서 내놓은 N360과 라이프, Z 등 혼다 경차들과 비슷한 맥락이었지만, 커진 차체 규격에 맞춰 좀 더 안정감 있으면서 단단한 느낌을 주도록 사다리꼴을 바탕으로 차체 형태를 만들었다. 또한 당시 일본 소형차에서 흔치 않았던 앞 엔진 앞바퀴굴림 구동계 배치를 쓰고 실내 공간을 넓혀 실용성을 높였다. 일본차 특유의 과장된 장식을 최소화한 것을 비롯해 은은한 곡선과 곡면을 주로 쓴 차체 형태, 2단으로 만든 대시보드 위쪽이 실내를 감싸듯 휘어진 모습으로 만들어진 것도 신선했다.

초대 시빅은 2도어 세단(사진)을 시작으로 다양한 가지치기 모델이 나왔다 (출처: Honda)
초대 시빅은 2도어 세단(사진)을 시작으로 다양한 가지치기 모델이 나왔다 (출처: Honda)

시빅은 이후로 여러 세대에 걸쳐 원형의 모습을 찾기 어려울 만큼 발전했지만, 전기차 시대를 맞은 혼다의 새로운 시도인 혼다 e에서 발견할 수 있는 초대 시빅의 스타일 요소들은 여러모로 흥미롭다. 자동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며 간결함으로 다른 업체들과 차별화했던 혼다의 옛 디자인 철학을 최신 모델에서 다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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