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글로벌 완성차, 경영 위기 호소하면서 가격 올려 최대 이익 실현

  • 입력 2022.08.01 10:50
  • 수정 2022.08.01 11:3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테슬라는 올해 물가 상승, 원자재 가격 상승 및 공급 부족 따위를 이유로 무려 6차례나 차량 가격을 기습 인상했다. 국내 가격을 기준으로 수 백만 원 가격이 오른 모델 3는 국산 모델 현대차 아이오닉 5(5005만 원) 두 배에 근접한 9000만 원대 전기차가 됐다. 메르세데스 벤츠 EQE(9560만 원)와 맞먹고 BMW i4(8490만 원)보다 비싼 전기차다. 

테슬라 정도는 아니지만 글로벌 완성차 대부분이 같은 이유로 큰 폭이든 작은 폭이든 가격을 올렸다. 국내 일부 수입차 그리고 미국과 유럽 소비자들은 출고 적체 심화를 핑계로 웃돈을 요구하는 딜러 횡포까지 견뎌야 했다. 소비자들은 가격 인상이 달갑지 않으면서도 비상 경영을 선포하고 강도 높은 구조 조정을 추진하는 걸로 봐서 불가피하다고 공감하며 감내하고 자동차를 샀다.

그런데 최근 나온 글로벌 완성차들의 분기 경영실적은 위기 상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지표가 좋다. 테슬라가 지난 2분기 기록한 순이익은 22억 6000만 달러(2조9700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분기 기록한 순이익의 두 배다. 같은 기간 포드는 19% 증가한 6억 6700만 달러(약 8700억 원), 제너럴모터스(GM)는 16억 9000만 달러(약 2조 2040억 원)를 각각 기록했다. 

국내 완성차도 다르지 않다. 현대차 영업 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58.0% 증가한 2조 9800 억원, 기아는 50.2% 증가한 2조 2341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코로나 이슈 이후 부진했던 기저 효과를 감안해도 국내ㆍ외 대부분 완성차는 기록적인 영업 이익을 실현했다. 그런데 자동차 판매량이 늘어야 매출액이 늘고 영업 이익이 증가했다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대부분은 판매량 감소에도 영업 이익이 급증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너나 할 것없이 대 놓고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다. 일부는 연식변경, 상품성 개선, 심지어 별다른 변화없이 가격을 올려 수익을 극대화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소비자들이 집단 저항에 나서기도 했다. 국산차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은 현대차 그랜저만 해도 2022년형이 나오면서 많게는 100만 원이 올랐다. 한국지엠은 이런 저런 명분도 없이 주요 모델 가격을 최근  기습적으로 올렸다.

신차 계약을 하고 받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데 그 사이 가격이 올라 인상분 추가 납부를 통보 받는 일도 있었다. 완성차들은 부품 수급 차질과 재고부족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완성차 주장대로라면 부품 협력사가 가격을 올린 탓이 크다. 그런데 경남 창원에 있는 한 부품사 대표는 "가격을 올려? 어림도 없는 소리"라고 했다. 그는 "깎자고 하지 않는 것이 다행인데 언제 그런 소리가 나올지 매일 걱정스럽다"라고 말했다.

단순히 생각할 문제는 아니지만 부품 수급 차질이 가격 인상의 명분은 아닌 듯했다. 재고가 부족한 것과 가격 인상은 또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이런 걸 경제학적으로 풀 수 있는 깜냥은 아니지만 제 때 신차를 내 주지도 못하는 주제에 자동차와 같은 고가 소비재를 농사가 잘 된 배추나 재고가 바로 사라지는 포겟몬빵과 같은 단순 소비재처럼 가격을 올리는 게 맞는 일인지 싶다. 그렇다고 배춧값처럼 농사가 잘 됐다고 찻값이 내린 걸 본 적이 없다.

국내 한 완성차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높은 상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고수익 차량 중심의 판매 구조와 인센티브 축소를 통한 ‘제값 받기’ 가격이 매출과 수익성이 확대에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여기서는 제값 받기가 핵심으로 보인다. 부품은 부족해도 납품 가격은 그대로인데 이런 이유로 가격을 올려 팔다 보니 판매량이 줄어도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같은 조건에서도 가격을 손 대지 않은 토요타 영업이익은 크게 줄 전망이다. 그래서 소비자에게 모든 부담을 떠안기고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고 자랑하는 국내ㆍ외 완성차가 눈꼴스럽다.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인상폭은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흔히 말하는 고통 분담을 부품사와 소비자만 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진다. 자랑을 말든가.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