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로 오해 받은 쌍용차 토레스 "무쏘처럼 우직하게, 티볼리처럼 길게"

  • 입력 2022.07.26 08:00
  • 수정 2022.07.26 11:59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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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녘, 여물 재촉하는 소 울음이 얼마나 깊고 힘찬지 들어 본 사람은 안다.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에 가면 시화방조제 완공으로 갯벌이 굳어 거대한 갈대밭으로 변한 초원의 북쪽 끄트머리에 우음도가 박혀 있다. 이 작은 섬 생김새가 소(牛)를 닮았는데 시도 때도 없이 소 울음 소리가 들려 우음도라고 했단다. 끝도 잘 보이지 않는 들판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좁은 도로 남쪽 끝에는 1억 년 전 중생대 백악기 때 것으로 추정되는 공룡알 화석이 벌건 바위에 드문 드문 박힌 곳이 나온다. 

여기 방문자 센터 주차장에 쌍용차 토레스가 자리를 잡자 나이 지긋한 아무개가 다가와 묻는다. "이 거 수입차죠?" "쌍용차 토레스인데요." "어 이런 차도 있었나." 그 사이 몇 몇이 더 모여 들어 한 마디씩 한다. "야 이건 팔리겠네." "광고보다 무지 커." "저건(사이드 스토리지 박스) 뭐지." 궁금한 것들이 많다. 그래도 돌아서기 전 끝 말은 한결 같다. "그래서 가격이 얼마?" "3000만 원 중반 정도로 보시면 될 겁니다." "와 싸네...잘 팔리겠어."

이날 토레스를 만난 건 사방이 막힌 곳에서 있었던 디자인 품평회에 이은 두 번째다. 그 때와 느낌이 전혀 다르다. 당당하다. 우선은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디테일을 찾는 재미가 쏠쏠했다. 후드 가니쉬, 범퍼 주변, 외부로 노출한 사이드 스토리지 박스 그리고 북두 칠성을 형상화한 전조등, 태극기 건곤감리(乾坤坎離)에서 불을 의미하는 리(離)를 형상화한 후미등은 좋은 의미를 담아 잘 버무려놨다.

하이라이트는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뭘 닮았다는 얘기가 많은데 사진 처럼 견고한 성(城)에서 활이나 총을 쏘는 총안(銃眼) 그리고 옹성(甕城)을 빼 닮았다. 쌍용차 디자인 센터 이 강 상무는 "철옹성 같은 성벽을 그대로 옮긴 것"이라고 말했다. 토레스가 짊어지고 있는 막중한 책임감이 라디에이터 그릴에서 읽힌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욕심을 부린 듯 전면의 범퍼, 테일게이트, 측면, 루프에 요즘의 다른 차보다 장식과 선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호불호를 가리는 요소다.

실내는 인위적 버튼을 센터패시아 2개 디스플레이에 모두 담은 덕분에 간결하고 정돈감이 뛰어나다. 3분할 디지털 클러스터, 센터패시아 상단 12.3인치 터치식 디지털 디스플레이, 그 아래 에어벤트와 공조 장치를 메인으로 하는 8인치 버튼 리스 디지털 통합 컨트롤 패널이 차례로 자리를 잡았다.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하지만 터치 반응이 빠르고 폰트와 배경도 세련됐다.

실내 하이라이트는 클러스터다. 베젤 없이 얇은 모양이어서 앞 시야가 탁 트인다. 전장판도 낮게 자리를 잡고 있어 윈드 글라스가 100% 개방된다. 다만, 내비게이션 모니터의 위치가 낮아 운전 중 시선을 낮게 가져가는 것이 불편했다. 이런 불편을 보완할 수 있는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필요해 보인다. 도어 안쪽도 가니쉬로 기교를 부렸고 2열의 넉넉함, 트렁크 공간의 여유도 충분했다.

토레스 휠베이스는 기아 스포티지보다 조금 짧은 2680mm지만 골프백 4개, 보스턴백 4개 정도는 실을 수 있어 보인다. 트렁크 기본 용량은 703ℓ, 6대4로 접히는 2열로 1662ℓ까지 확보할 수 있다. 시트의 착좌감도 무난한 편이다. 다만, 물리적 버튼을 없애 센터패시아를 간결하게 가져 간 것과 다르게 센터 콘솔부 정돈감이 떨어지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가솔린 1.5 T-GDI는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28.6kgf·m의 성능을 발휘한다. 배기량으로 보면 평범한 제원이지만 달릴 때 발휘되는 체감 성능은 그 이상이다. 1500rpm에서 시작하는 최대 토크도 인상적이고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와의 궁합도 예상했던 것보다 찰떡이다. 다만 기분 좋게 속도를 올려 주고 일정하게 유지하는 정도에 그친다. 끈기나 탄력은 배기량의 한계를 넘어 서지 못했다. 

고장력 강판을 아낌없이 쓴 덕분에 차체 거동은 매우 견고한 특성을 보여준다. 과격하게 방향을 틀어도 대수롭지 않게 받아주고 움직임도 크지 않다. 고급스러운 소음 진동 사양이 없는데도 외부 풍절음, 엔진 진동 소음, 노면을 긁는 소리가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만 들린다. 승차감이 나쁘지 않은 이유다. 20인치 타이어, 사륜구동으로 제법 중후한 주행 감성을 보여준 것도 인상적이다.

그래도 배기량을 더 늘렸으면, 아무리 아이신 것이라고 해도 6단으로 끝나는 변속기는 아쉬웠다. 주행 모드는 노말, 스포츠, 윈터로 설정이 가능하다. 노말과 스포츠 변별력은 페달 반응이 조금 빨라지는 정도로 보면 된다. 

​<총평> 시승한 토레스는 T7 트림이다. 기본 가격 3020만 원, 여기에 4륜구동, 무릎 에어백, 딥 컨트롤 패키지, 사이드스텝, 사이드 스토리지 박스, 하이디럭스 패키지, 투톤 익스테리어 패키지 등의 옵션을 추가해 총 가격이 3625만 원이다. 옵션을 추가하지 않은 현대차 투싼 최고가보다 싸다. 같은 기준 현대차 싼타페 최고가는 4321만 원이다. 사양 구성에 꿀릴 것이 없는 이 가격에 시장이 열광하고 있다. 사전 계약이 5만 대를 바라보고 있단다. 지난 2021년 쌍용차 연간 총 판매량은 5만 6000대다. 토레스 하나로 1년 장사를 다 한 셈이다. 남은 과제는 이런 시장 반응, 잘 되기를 바라는 소비자에게 쌍용차는 이전과 다른 자세로 대응해야 한다. 전력을 다해 출고 시간을 단축하고 신차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품질 문제는 소비자 입장에서 적극 대응하고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위기 때마다 한 방을 터트려줬던 코란도와 티볼리처럼 오래도록 신차 효과를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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