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vs. 오리지널] 10. 닷지 챌린저 '당대 미국서 최고의 호평 들은 포니 카'

1969년에 선보인 닷지 챌린저는 닷지뿐 아니라 포니 카 역사에도 굵은 흔적을 남겼지만 단명했다. 2008년에 부활한 새 닷지 챌린저는 디자인뿐 아니라 옛 차의 성격도 잘 재현한 덕분에 오랜 공백을 뛰어넘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 입력 2022.07.25 07:31
  • 수정 2022.07.25 09:41
  • 기자명 류청희 칼럼니스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64년에 포드가 머스탱을 내놓으면서 시작된 포니 카(pony car)의 인기는 금세 모든 미국 자동차 브랜드로 번졌다. 포니 카는 젊은 소비자를 겨냥해 그리 비싸지 않은 값으로 내놓은 승용차 기반의 스포티한 차들로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그런 가운데 크라이슬러 계열 브랜드인 닷지는 1969년에 선보인 챌린저로 한발 늦게 포니 카 경쟁에 뛰어들었다.

1세대 챌린저는 닷지뿐 아니라 포니 카 역사에도 굵은 흔적을 남겼지만 단명했고, 4년여의 공백을 깨고 나온 2세대 모델은 미츠비시의 중소형 쿠페에 닷지 엠블럼을 단 차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1983년에 단종되어 챌린저의 명맥은 끊어지는 듯 했지만, 2006년 선보인 콘셉트 카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2008년에 부활하면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다.

3세대 닷지 챌린저는 2006년 선보인 콘셉트 카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2008년에 부활했다 (출처: Stellantis)
3세대 닷지 챌린저는 2006년 선보인 콘셉트 카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2008년에 부활했다 (출처: Stellantis)

3세대 챌린저는 크라이슬러 300, 닷지 차저 등과 크라이슬러 LX 플랫폼을 공유했다. 4도어 세단 보디인 크라이슬러 300이나 닷지 차저와 달리, 챌린저는 휠베이스를 줄인 2도어 쿠페 전용 보디였다. 디자인은 당연히 자동차 애호가들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1세대 챌린저를 기준으로 삼았다. 디자인의 바탕이 된 것은 챌린저 중에서도 고성능 모델인 R/T였다. 디자이너들은 옛 챌린저를 단순히 재창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리지널 모델의 불완전함을 완전히 털어내기를 원했다고 한다.

바탕이 된 오리지널 챌린저의 주요 특징은 새 챌린저에 현대화된 모습으로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긴 보닛과 짧은 트렁크로 이루어진 간결한 차체 형태는 물론, 앞과 뒤, 옆모습도 금세 오리지널 모델을 떠올릴 수 있을 만큼 닮았다. 다만 현대적 차에 어울리는 개발 과정을 거친 만큼, 충분한 성능을 낼 수 있도록 공기역학 특성을 고려해 차체 형태를 손질했다. 오리지널 모델만큼 깊이 들어가지 않은 그릴과 트렁크 리드에 단 립 스포일러 등이 그와 같은 손질의 결과였다.

테일램프도 옛 모델의 분위기를 살려 가로로 넓게 이어지는 형태로 만들고 한가운데에 닷지 레터링을 넣었다 (출처: Stellantis)
테일램프도 옛 모델의 분위기를 살려 가로로 넓게 이어지는 형태로 만들고 한가운데에 닷지 레터링을 넣었다 (출처: Stellantis)

차체 안쪽으로 움푹 들어가 나란히 배치된 두 쌍의 원형 헤드램프와 얇은 직사각형 그릴은 바탕을 검은색으로 처리했다. 그와 더불어 보닛 가장자리가 헤드램프 일부를 덮은 것처럼 보이는 효과도 냈다. 범퍼는 차체와 매끈하게 이어지는 형태로 만들고, 단순한 형태의 가로형 공기 흡입구와 둥근 안개등으로 고전적 분위기를 살렸다. 한편, 오리지널 챌린저는 B 필러가 없는 하드톱 형태였는데, 새 챌린저는 B 필러는 있지만 프레임리스 도어를 써서 밖에서 보면 비슷한 분위기였다.

테일램프도 옛 모델의 분위기를 살려 가로로 넓게 이어지는 형태로 만들고, 한가운데에 닷지 레터링을 넣었다. 아울러 크롬 범퍼는 사라졌지만 현대적인 형태로 만들면서도 램프 아래쪽을 감싸는 모양을 살린 것은 앞뒤 모습에 오리지널 모델의 분위기를 담는 데 적잖은 역할을 했다.

내부 디자인은 계기판 주변을 빼면 LX 플랫폼 기반의 다른 차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출처: Stellantis)
내부 디자인은 계기판 주변을 빼면 LX 플랫폼 기반의 다른 차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출처: Stellantis)

내부 디자인은 오리지널 모델과 차이가 컸다. 스티어링 휠 뒤에 크고 작은 원형 계기 네 개를 배치하고 일체형 덮개의 형태를 다듬은 것을 빼면, 실내 나머지 부분은 LX 플랫폼 기반의 다른 차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스포티한 스타일의 앞좌석 정도가 스포츠카 분위기를 더하는 요소였지만, 오리지널 모델을 연상시키는 요소는 아니었다. 실내 디자인은 옛 차의 카리스마를 잃은 대신 다섯 명이 타기에 부족하지 않은 공간을 얻었다.

3세대 챌린저의 이미지 리더는 고성능 모델인 SRT8이었다. 초대 챌린저처럼 강력한 성능을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였다. 1969년 가을부터 생산되기 시작한 초대 챌린저는 먼저 시장에 나온 포드 머스탱과 쉐보레 카마로를 의식해 더 강력한 엔진과 박력 있는 스타일을 갖췄다. 생산은 5년 남짓 이어졌지만, 당대 미국에서 최고의 호평을 들은 포니 카였다. 배기량이 큰 고성능 엔진을 얹기 위해 경쟁 모델보다 더 큰 차체 구조를 바탕으로 만든 덕분에 존재감이 더 컸다.

1세대 닷지 챌린저. 차체는 전형적인 롱 노즈 숏 데크 스타일에 차체 측면에 굽이치는 캐릭터 라인을 넣었다 (출처: Stallantis)
1세대 닷지 챌린저. 차체는 전형적인 롱 노즈 숏 데크 스타일에 차체 측면에 굽이치는 캐릭터 라인을 넣었다 (출처: Stallantis)

디자인은 1960년대까지 유행했던 제트기 이미지를 반영하려는 모습이 엿보였다. 차체는 전형적인 롱 노즈 숏 데크 스타일에 차체 측면에 굽이치는 캐릭터 라인을 넣었다. 이는 3세대 챌린저에도 단순화된 형태로 재현되었다. 아울러 차체 전반에 각을 살리면서도, 앞 부분은 제트기 공기 흡입구를 연상시키는 형태로 주변을 다듬고 안쪽을 검정색으로 처리했다. 헤드램프는 안쪽에 단 것이 바깥쪽 것보다 깊이 설치되었고, 그릴은 그보다 더 깊이 자리를 잡았다. 아래로는 크롬 범퍼가 차체를 감싸는 듯한 형태로 자리를 잡았다.

차체 뒤쪽도 앞쪽과 비슷한 방식으로 처리했다. 가로로 넓은 면을 안쪽으로 움푹 파인 형태로 만들었고, 테일램프도 가늘게 만들어 넣었다. 가운데 부분을 잘라 영문 닷지 로고를 넣고 후진등을 배치했다. 뒤 범퍼도 앞 범퍼처럼 움푹 파인 부분 아래를 받치듯 차체를 감싸는 형태로 만들었다. 내부는 당시로서는 운전자 중심으로 꾸몄다. 특히 긴 직사각형 패널 안에 같은 크기의 원형 계기를 나란히 배치한 계기판이 특징이었다.

차체 뒤쪽도 앞쪽과 비슷한 방식으로 가로로 넓은 면을 안쪽으로 움푹 파인 형태로 만들었고, 테일램프도 가늘게 만들어 넣었다 (출처: Stallantis)
차체 뒤쪽도 앞쪽과 비슷한 방식으로 가로로 넓은 면을 안쪽으로 움푹 파인 형태로 만들었고, 테일램프도 가늘게 만들어 넣었다 (출처: Stallantis)

3세대 챌린저는 개선된 새 플랫폼을 쓰면서도 외모에 큰 변화 없이 지금도 계속 생산되고 있다. 디자인의 뿌리가 된 1세대 챌린저의 몇 배는 더 장수하고 있고, 누적 판매량도 네 배가 넘는다. 시장 반응에서도 알 수 있듯, 디자인뿐 아니라 옛 차의 성격도 잘 재현한 덕분에 챌린저는 오랜 공백을 뛰어넘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