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vs. 오리지널] 07. 포드 GT vs. GT40 '미국 드라이버와 경주차 첫 우승'

포드 GT40은 1966년 르망 24시간 경주에서 미국인 드라이버가 미국 경주차로 우승한 첫 기록을 남긴 포드의 자랑거리였다. 포드 설립 100주년을 기념해 GT40을 현대적 감각으로 다시 디자인한 포드 GT는 승용차로서 실용성까지 고려한 점이 매력을 더했다.

  • 입력 2022.07.15 08:00
  • 수정 2022.07.15 09:33
  • 기자명 류청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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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는 오랫동안 시판용 미드엔진 스포츠카 개발을 시도했지만 양산까지는 이른 경우는 없었다. 그러던 중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 개발 계획이 구체화되었고, 1990년대 말에 본격적인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1960년대 포드의 기념비적 경주차인 GT40가 그 소재가 된 것은 자연스러웠다. 르망 24시간 경주에서 미국인 드라이버가 미국 경주차로 우승한 첫 기록을 남긴 포드의 자랑거리기 때문이다.

디자인 작업은 1999년에 시작되었다. 제이 메이스가 이끄는 포드 디자인 팀의 일원이었던 카밀로 파르도(Camilo Pardo)가 프로젝트 책임자였다. 2년 넘는 디자인 개발 과정을 거쳐 포드는 2002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GT40 콘셉트 카를 공개했다. 관람객과 언론매체의 반응은 좋았다. 포드 설립 100주년이 되는 2003년 출시를 목표로 양산차로 만드는 작업이 뒤를 이었다. 초기 콘셉트 카는 순수하게 디자인 제안이었기 때문에, 실제로 달리고 판매될 차를 디자인하는 만큼 구조와 성능 등 모든 면을 고려해야 했다.

포드 GT는 GT40의 비례를 최대한 살리면서 승용차의 실용성에 대한 고려도 반영되었다 (출처: Ford Motor Company)
포드 GT는 GT40의 비례를 최대한 살리면서 승용차의 실용성에 대한 고려도 반영되었다 (출처: Ford Motor Company)

차체는 GT40보다 더 컸다. 경주차가 아닌 시판차로, GT40처럼 경주차 규정에 맞춰 만들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오리지널 모델의 비례는 최대한 살렸고, 낮고 넓어 보이는 효과를 높이기 위해 지붕을 높이는 것은 최소화했다. 세부 요소는 GT40은 물론 콘셉트 카와도 달랐는데, 이는 대부분 공기역학 및 냉각 특성을 고려해 여러 요소의 디자인을 손질한 결과였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 포드 GT의 겉모습은 GT40의 분위기를 느길 수 있으면서 형태에서 요소에 이르기까지 훨씬 더 정돈된 분위기였다. 파드로는 포드 GT의 디자인을 '유기적이면서 기하학적'이라고 설명했다.

오리지널 GT40의 디자인 요소를 이어받은 부분 가운데에는 도어 윗부분이 지붕을 파고드는 클램셸 스타일 도어가 있었다. 디자이너인 카밀로가 GT40의 상징적 요소 중 하나로 여겨, 그와 같은 형태를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밀어붙인 결과였다. 양산차 생산에 쓰이는 방식으로는 그와 같은 크기와 형태의 도어 패널을 만들 수 없었기 때문에, 포드는 특별한 공법을 써야했다. 또한 도어 유리가 고정된 GT40와 달리 승용차에서는 유리를 위아래로 움직이게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개발 과정에서 도어 내부 설계도 조정해야 했다.

공기역학 및 냉각 특성을 고려해 여러 요소의 디자인을 손질했다 (출처: Ford Motor Company)
공기역학 및 냉각 특성을 고려해 여러 요소의 디자인을 손질했다 (출처: Ford Motor Company)

외부에 비하면 실내 디자인은 기능에 충실했던 GT40를 창의적으로 재해석하면서 특별한 차에 어울리도록 고급스럽게 꾸몄다. 일부 부품은 양산차의 것을 그대로 활용했지만, 고전적 형태를 바탕으로 현대적 감각을 더했다. 아울러 순수 스포츠카에 가까왔지만 소비자들을 고려해 실내 공간의 여유와 편의성도 고려해야 했다.

대시보드 한가운데까지 일렬로 늘어선 원형 계기와 스티어링 휠 오른쪽에 놓인 토글 스위치, 금속 느낌으로 처리한 센터 터널에서 솟아오른 기어 레버 등은 기능적이면서도 감각적이었다. 특히 계기판에는 일곱 개의 아날로그식 원형 계기를 나란히 배치했는데, 엔진 회전계는 스티어링 휠 너머에 두고 속도계는 맨 오른쪽으로 밀어 놓아 차의 성격을 반영했다.

고전적 형태를 바탕으로 현대적 감각을 더한 포드 GT의 실내 (출처: Ford Motor Company)
고전적 형태를 바탕으로 현대적 감각을 더한 포드 GT의 실내 (출처: Ford Motor Company)

미드엔진 구동계 배치를 이어받았다는 점을 빼면 섀시는 거의 백지상태에서 새로 설계했다.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 구조 위에 올라간 엔진은 포드의 고성능 트럭 SVT F-150 라이트닝에 쓰인 V8 5.4L 가솔린 슈퍼차저를 조율해 550마력의 최고출력을 냈다. 포드 GT는 2년간 4,038대가 생산되었다. 회사 규모에 비하면 극소수였지만, 생산 과정을 고려하면 대단한 성공이었다. 디자인만으로도 애호가들에게 환영받았다.

포드 GT의 디자인은 르망 24시간 경주에서 우승한 2세대 GT40의 모습에서 주로 아이디어를 얻었다 (출처: Ford Motor Company)
포드 GT의 디자인은 르망 24시간 경주에서 우승한 2세대 GT40의 모습에서 주로 아이디어를 얻었다 (출처: Ford Motor Company)

포드 GT의 디자인은 5세대까지 만들어진 오리지널 GT40 가운데 1세대(Mk I)와 1966년 르망 24시간 경주에서 1, 2, 3위를 모두 차지한 2세대(Mk II)의 모습에서 주로 아이디어를 얻었다. GT40는 원래 영국의 경주차 업체 롤라의 섀시를 바탕으로 포드의 조율을 거쳐 개발되었고, 포드가 디자인한 차체를 얹었다.

디자인은 FIA의 GT 경주차 규정을 지키는 범위 안에서 가장 뛰어난 성능을 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름인 GT40는 차체 높이를 규정에 따라 40인치(약 1,016mm)에 맞춘 것을 뜻했다. 그러나 포드가 만든 시제차는 고속에서 불안정했고 냉각에 문제가 있었다. 당시 회사 내부에 풍동시험 설비가 없었던 포드는 외부에 의뢰해 공기역학 특성을 면밀하게 검토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차체를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GT40의 디자인은 철저하게 기능을 추구하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 일종의 부산물이었다 (출처: Ford Motor Company)
GT40의 디자인은 철저하게 기능을 추구하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 일종의 부산물이었다 (출처: Ford Motor Company)

에어댐 역할을 하는 차체 앞 부분, 덕 테일(오리 꼬리)로 불리는 차체 일체형 리어 스포일러, 도어 뒤쪽에 자리를 잡은 냉각용 흡기구 등 GT40에 강인한 인상을 주는 대부분의 요소가 변화를 통해 더해졌다. 그리고 그런 요소들은 차의 전체적 인상을 바꿀 만큼 중요한 역할을 했다.

GT40의 디자인은 많은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철저하게 기능을 추구하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 일종의 부산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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