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vs. 오리지널] 05. BMW 미니 vs. BMC 미니 '21세기를 위한 진화'

로버를 인수한 BMW가 만든 '21세기의 미니'는 2000년 파리 모터쇼에서 확정된 양산 버전의 디자인이 공개되었다. 전체적 디자인은 오리지널 미니의 비례와 특징을 이어받았지만, 오리지널 미니가 추구한 '미니멀리즘'은 유전자 변형을 거쳐 반영되었다.

  • 입력 2022.07.07 14:45
  • 수정 2022.07.07 15:36
  • 기자명 류청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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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후반 영국을 대표하는 소형차 중 하나였던 미니는 1959년에 처음 나와 20세기 말까지 기본 차체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며 판매되었다. 데뷔 후 3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며 과거의 틀을 유지하면서 수명을 늘리는 것이 한계에 부딪치자, 마지막으로 미니를 손에 쥐고 있던 로버는 '21세기를 위한 미니' 개발의 필요성을 느꼈다. 프로젝트가 본격 시작된 것은 1993년의 일이었다.

오랜 경영난에 새로운 미니 개발은 지지부진했지만, 1994년에 BMW가 로버를 인수하며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달라진 분위기가 긍정적인 면만 있지는 않았다는 데 있었다. 미래에 미니를 어떤 브랜드로 꾸려나갈 지 갈피를 잡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옛 미니와는 다른, 현대적 패키징과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했고, 로버의 주인인 BMW는 21세기 미니 디자인을 위해 BMW와 로버, 외부 업체를 포함해 여러 디자인 스튜디오의 제안을 받았다.

로버를 인수한 BMW가 만든 새 미니는 프랭크 스티븐슨이 디자인했다 (출처: BMW)
로버를 인수한 BMW가 만든 새 미니는 프랭크 스티븐슨이 디자인했다 (출처: BMW)

새 미니 디자인을 위한 교통정리에는 시간이 걸렸고, 결국 BMW에서 일하고 있던 프랭크 스티븐슨의 디자인이 채택되었다. 그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만든 시제차는 1997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고, 2000년 파리 모터쇼에서 확정된 양산 버전의 디자인이 공개되었다. 차의 전체적 디자인은 오리지널 미니의 비례와 특징을 이어받았다. 낮고 듬직한 투 박스 스타일의 차체 형태, 차체 위에 얹어놓은 듯한 지붕, 크롬 도금한 그릴, 원형 헤드램프 등은 현대적 감각으로 구현한 미니의 모습 그대로였다.

물론 현대적 소형차의 기술적 뼈대 위에 그와 같은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접근도 이루어졌다. 근본적인 구조가 과거 미니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엔진룸은 물론 앞 펜더 위쪽까지 덮는 일체형 '조개껍질' 보닛을 달았고, 헤드램프도 보닛에 달려 있어 보닛을 열면 헤드램프도 함께 위로 올라갔다. 얇아진 그릴은 아래쪽이 돌출된 앞 범퍼에 걸쳐져 있었고, 방향지시등은 범퍼에 담았다.

새 미니는 차체 뒤쪽에 해치를 달았고 검게 처리한 필러로 플로팅 루프 디자인이 되었다 (출처: BMW)
새 미니는 차체 뒤쪽에 해치를 달았고 검게 처리한 필러로 플로팅 루프 디자인이 되었다 (출처: BMW)

현대적 구조 덕분에 차체 뒤쪽의 트렁크는 지붕까지 열리는 해치를 통해 접근할 수 있었다. 나아가 유리창도 모두 프레임리스 도어와 검게 처리한 필러 때문에 차체 위쪽 전체를 휘감는 듯한 모습이 되었다. 지붕이 차체 위에 떠 있는 듯한 플로팅 루프 디자인이 된 것이다. 아울러 오리지널 미니에서 일부 고성능 모델에만 달렸던 휠 아치 장식은 차체 아래를 한바퀴 두르는 검은색 플라스틱 재질 장식으로 바뀌어 모든 모델에 기본으로 들어갔다.

간결한 면과 요소들로 이루어진 겉모습과 달리, 실내는 원과 타원 요소를 이리저리 조합해 조금 복잡한 느낌을 줬다. 그러나 대시보드 가운데에 배치한 주요 계기는 옛 미니의 스타일을 변형한 것이었고, 금속 느낌의 곡선 요소들이 마치 뼈대처럼 자리를 잡고 있어 기능적 분위기를 자아냈다. 나아가 여러 장치를 토글 스위치로 만든 것은 고전적 분위기를 내기 위한 의도적 구성이었다.

새 미니의 실내는 옛 미니의 스타일을 변형해 원과 타원 요소를 조합한 구성이 특징이다 (출처: BMW)
새 미니의 실내는 옛 미니의 스타일을 변형해 원과 타원 요소를 조합한 구성이 특징이다 (출처: BMW)

BMW에 의해 새로 탄생한 미니가 완전히 다른 차가 됐지만, 많은 사람이 옛 미니를 계승한 차라고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디자인의 힘이었다. 그만큼 오리지널 미니의 개성 있는 디자인이 보는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작은 고급차'를 지향한 새 미니와는 달리, 옛 미니는 철저하게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탈것으로 디자인되었다. '설계=디자인'이라는 개념의 산물이었던 셈이다.

오리지널 미니는 1956년 수에즈 운하 봉쇄에 따른 유럽 석유수급 불안의 영향으로 탄생한 대중차였다. 엔진과 같은 기계적 요소를 최소화하고 탑승 공간을 극대화한 설계 덕분에 지금 기준으로도 전체 차체에서 엔진룸이 차지하는 비율은 무척 작았다.

오리지널 미니는 차체에서 기계적 요소를 최소화하고 탑승 공간을 극대화한 형태가 돋보였다 (출처: BMW)
오리지널 미니는 차체에서 기계적 요소를 최소화하고 탑승 공간을 극대화한 형태가 돋보였다 (출처: BMW)

두툼한 차체 앞쪽에 자리를 잡은 원형 헤드램프와 넓은 그릴은 당대 차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었지만, 일반적 세단의 돌출된 트렁크가 없는 모습이 신선했다. 무엇보다도 탑승 공간을 극대화하기 위해 차체 네 모서리로 최대한 바퀴를 밀어내 배치한다는 원칙이 미니의 상징적 모습을 만들어내는 바탕이 되었다. 그리고 그 원칙은 새 미니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새 미니에서 장식적 요소가 된 앞 펜더의 분할선은 오리지널 미니에서는 간단한 구조와 생산성에 대한 고려의 산물이었다. 앞 펜더는 물론 차체 뒤쪽 모서리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돌출부는 차체 패널의 접합부에 불과했지만, 그 역시 미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디자인 요소가 되었다. 필수 불가결한 계기만 한가운데 배치했던 1960년대 미니의 계기판도 마찬가지다.

오리지널 미니의 대시보드는 필수 불가결한 계기만 한가운데 배치해 아주 단순해 보였다 (출처: BMW)
오리지널 미니의 대시보드는 필수 불가결한 계기만 한가운데 배치해 아주 단순해 보였다 (출처: BMW)

그와 같은 디자인적 접근은 싼값에 누구나 살 수 있는 기본적 탈것을 만들기 위해 택했던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 미니에 전달되며 유전자 변형을 거쳐 '미니멀리즘'이라는 그럴듯한 표현과 함께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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