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트로 vs. 오리지널 ] 02. 재규어 S-타입 ' 정돈된 곡선 및 곡면의 우아함'

누가 봐도 레트로 스타일임을 알 수 있는 재규어 S-타입의 외모는 1960년대 재규어의 중형 세단 중 하나였던 오리지널 S-타입에서 영감을 얻었다. 오리지널 S-타입은 그리 흥한 모델은 아니었고, 현대화된 새 S-타입도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 입력 2022.06.27 08:10
  • 수정 2022.06.27 08:16
  • 기자명 류청희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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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역사상 최대의 자동차 업체였던 BLMC에서 분리해 민영화된 이후 어려움을 겪던 재규어는 1989년 11월에 포드를 새 대주주로 맞이해 자회사가 되었다. 모처럼 든든한 모기업의 품 안으로 들어간 재규어는 브랜드의 색깔을 지키면서 더 많이 팔릴 수 있는 차를 만들어야 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대형 세단 XJ와 GT 성격의 XKS가 라인업의 전부였던 재규어는 포드 덕분에 좀 더 대중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아랫급 모델들을 만들 수 있었다. 그 첫 타자가 1998년 버밍엄 모터쇼에서 데뷔한 S-타입이었다. S-타입은 포드가 내어준 뒷바퀴굴림 DEW 플랫폼을 써, 포드 선더버드, 링컨 LS와 기본 뼈대가 같았다. 물론 재규어가 브랜드 성격에 맞춰 많은 부분을 손질했다.

1998년에 데뷔한 재규어 S-타입은 포드 플랫폼을 바탕으로 만든 첫 재규어였다 (출처: Jaguar Land Rover)
1998년에 데뷔한 재규어 S-타입은 포드 플랫폼을 바탕으로 만든 첫 재규어였다 (출처: Jaguar Land Rover)

S-타입은 디자인으로도 화제가 되었다. S-타입의 디자인은 1984년 이후 재규어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었던 제프 로슨(Geoff Lawson)의 지휘로 탄생했다. 그가 디자인을 이끈 X300 XJ과 신형 XK 등은 호평을 얻었을 뿐 아니라 재규어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래서 S-타입에 대한 재규어 팬들과 모기업 포드의 기대도 컸다.

누가 봐도 레트로 스타일임을 알 수 있는 S-타입의 외모는 1960년대 재규어의 중형 세단 중 하나였던 오리지널 S-타입에서 영감을 얻었다. 오랫동안 명맥이 끊어졌던 재규어 중형 모델을 되살리면서 대가 끊기기 전 마지막 모델이었던 오리지널 S-타입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되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반원을 그리는 센터 페시아도 오리지널 S-타입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출처: Jaguar Land Rover)
반원을 그리는 센터 페시아도 오리지널 S-타입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출처: Jaguar Land Rover)

특히 양쪽으로 원형 헤드램프를 두 개씩 거느린 세로 그릴, 뒤로 가면서 부드럽게 꺾이는 유리 선, 절묘한 곡면으로 이루어진 차체 뒷부분은 오리지널 S-타입의 이미지를 새 S-타입에 부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내부도 독특한 반타원형 센터 페시아 위에 우아한 곡면으로 이루어진 대시보드가 올라타 있는 모습이 고전적이면서 개성이 있었고, 앞뒤 좌석도 풍요로운 분위기의 곡면이 일품이었다.

디자인 자체는 딱히 흠잡을 곳이 없었지만, 보는 이들의 평가는 호불호가 갈렸다. 현대적 플랫폼에 고전적 스타일을 훌륭하게 담아낸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과거의 모습에 지나치게 안주한 탓에, 현대적이거나 미래적인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새로 만들었지만, 옛날 차 느낌을 주는 디자인이었던 셈이다.

오리지널 S-타입은 1963년에 나왔지만 1950년대 스타일의 연장선에 있었다 (출처: Jaguar Land Rover)
오리지널 S-타입은 1963년에 나왔지만 1950년대 스타일의 연장선에 있었다 (출처: Jaguar Land Rover)

S-타입에 영감을 준 오리지널 S-타입은 1959년에 나온 중형 세단 마크 2(Mark 2)의 후속 모델로 1963년에 나왔다. 기술적으로는 차체를 키우고 새로 설계한 독립 서스펜션을 쓰는 등 큰 변화를 겪었지만, 디자인은 비슷했다. 즉 오리지널 S-타입은 1960년대 재규어의 중형 모델 자리를 지켰지만, 디자인 자체는 1950년대 스타일의 연장이었던 셈이다.

물론 1960년대 기준으로도 S-타입은 뛰어난 비례와 정돈된 곡선 및 곡면에서 비롯되는 고급스럽고 우아한 분위기가 일품이었다. 특히 절제의 아름다움이 오리지널 S-타입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외부에 크롬 장식이 쓰인 부분은 휠, 앞뒤 범퍼와 그릴, 앞뒤 램프 테두리와 번호판 주변, 도어 핸들뿐이었고, 그조차도 대부분 가늘었다. 실내에서도 손이 닿는 스위치나 조작부를 제외하면 크롬 장식을 찾기 어려웠다. 대시보드와 도어에 쓰인 목재도 일부러 장식을 하지 않아 지극히 단순했다.

오리지널 S-타입이 보여준 절제의 아름다움은 실내에서도 엿볼 수 있다 (출처: The Car Spy via Wikimedia Commons CC BY 2.0)
오리지널 S-타입이 보여준 절제의 아름다움은 실내에서도 엿볼 수 있다 (출처: The Car Spy via Wikimedia Commons CC BY 2.0)

다만 오리지널 S-타입은 그리 흥한 모델은 아니었다. S-타입에 자리를 넘겨줬어야 할 마크 2의 인기가 식지 않았던 탓이었다. 심지어 마크 2는 1967년까지 계속 생산되었고, S-타입은 1968년에 재규어 세단 라인업이 완전히 새로운 모델인 XJ6으로 통합될 때까지 1년 남짓 수명을 이어갔을 뿐이다. 공교롭게도 현대화된 새 S-타입도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재규어다운 달리기는 인정받았을지언정, 낮은 품질과 유지보수의 어려움에 대한 불만은 S-타입이 판매되는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S-타입을 디자인한 로슨은 1999년 6월 24일, 54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S-타입 이후로도 재규어는 그가 디자인을 총괄했던 X-타입과 알루미늄 보디의 X350 XJ로 레트로 디자인을 이어 나갔다. 그 두 모델 역시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고, 이후 재규어는 라인업 디자인 전반의 방향을 새롭게 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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