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자동차 생산 현장 인력 "줄이지 않으면 다 죽는다"
[김흥식 칼럼] 자동차 생산 현장 인력 "줄이지 않으면 다 죽는다"
  • 김흥식 기자
  • 승인 2022.06.16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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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이 끝났다. 파업의 이유였던 '최저 운임제'와 아무 관련 없는 자동차 산업은 5000대 이상 생산 차질로 2500억 원에 달하는 피해를 봤다. 화물연대가 공장 문을 막아 부품 반입을 저지하고 완성차 수송을 방해하면서 라인이 멈추기도 했지만 완성차 노조는 바라만 봤다. 자동차 산업이 지금 처한 상황으로 봤을 때 바라볼 일이 아니었다.

자동차 산업은 경쟁의 영역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장했다. 불과 2~3년 사이 전기차,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3대 핵심 분야로 전선이 넓어지면서 미래 생존을 위해 대비해야 할 일들이 많아졌다. 10년도 더 된 훨씬 전, 제주에서 만난 현대차 고위 임원이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같은 얘기를 했었다. 

그래서인지 자동차 산업계는 견고한 대비를 했던 모양이다. 국내 완성차의 전기차,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분야 기술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는 더 말할 것도 없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무인 주행이 가능한 레벨4 자율주행차가 테헤란로를 달리고 있다. 차량 커넥티드의 핵심인 IT 분야도 다르지 않다.

이런 기술적 우위에도 우려되는 것이 있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이다. 미래차 전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따라야 하는 것이 생산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를 줄이는 일이다. 자율주행, 커넥티비티가 전기차를 중심으로 성장한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전기차는 부품 수가 내연기관차의 60% 정도만 필요하고 조립 공정도 확 줄어든다.

여러 자료를 취합해 보면 3만 개 이상인 내연기관차 부품이 전기차에서는 2만 개 아래, 조립 공정은 많게 봐도 80% 수준으로 줄어든다. 그만큼 인력이 필요 없게 된다. 업계에서는 전기차의 특성상 모듈화가 필수적이어서 완성차 필요 인력은 더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글로벌 완성차의 전동화 전환 전략 핵심은 생산 기반 확장 이상으로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폭스바겐은 오는 2023년까지 8000명, 지엠(GM)은 1만 4000명을 줄일 계획이다. 아우디는 9500명, BMW도 6000명의 인력 구조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산차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곳들이다. 

16일 열린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KAIA) '자동차 관련 규제 개선을 위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김강식 한국항공대 교수는 "과잉 인력과 노동 경직성 해소 없이는 글로벌 경쟁업체 및 내연기관차 대비 전기동력차 가격경쟁력 확보 없이는 곤란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가뜩이나 낮은 노동 생산성 지표를 가진 한국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 할 일이다.

김 교수는 "파견근로, 대체근로 및 해고 불가, 노조와 사전협의에 따른 인력 전환 배치와 공장간 물량조정 곤란, 주 52시간 근로제 등 높은 노동 경직성과 높은 생산비용이 전기차 전환의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경쟁국 대부분은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해고가 가능하다. 또 근로 시간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으며 전환 배치가 가능하고 파업할 때 대체 근로자를 투입하고 생산 물량을 시장의 수요에 맞춰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파견 근로를 아예 허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전환 배치와 생산 차량의 조립라인을 바꾸는 일조차 노조가 손을 들어줘야 한다. 국내 완성차 평균 임금은 일본과 독일보다 10% 이상 높다. 그런데도 완성차 노조는 강경 기조를 버리지 않는다.

자동차는 지금 반도체 이슈, 주요 원자재 공급 불안, 여기에 스테그플레이션, 환율, 고유가, 수요 감소 등 국제 경기의 빠른 위축으로 다중적 위기에 닥쳐 있다. 하지만 완성차 노조는 인력을 줄여야 하는 판에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마이너스 판매로 수익성이 급감했는데도 급여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미국 투자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세우고 있다.

김 교수는 미래차 전환의 격변기 국내 완성차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우선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노조의 파업할 때 대체 근로를 인정하고 사용자나 노조원에 부당한 행위를 강요할 때 강력한 처벌과 함께 시설 점거 행위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쟁의 행의 찬반 투표를 1회로 하고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을 미래차 전환 완료할 때까지 또는 5년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노동시장의 경직을 풀기 위한 규제 완화가 당장 필요한데도 정부 인식이 느슨하다는 데 있다. 특히 전기차 생산 확대에 따른 인력 감축의 문제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시급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완성차의 전기차 생산량이 늘어나는 만큼 기업은 과잉 인력을 유지하는데 막대한 비용을 들여야 하고 그만큼 수익성이 떨어져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된다.

그 결과가 너무 뻔하다. 따라서 완성차 노조의 올해 하투는 임금의 인상이 아니라 앞으로 발생할 잉여 인력을 어떻게 정리하고 숙련된 인력을 미래의 자동차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것인지에 우선 중점을 둬야 한다. 노동자의 생존과 기업과의 공존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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