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도 놀란 ‘ES 돌풍’, 직접 타보니

  • 입력 2012.09.17 10:24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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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제천] 독일산 디젤 차량들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올 들어 수입 디젤 차량은 1월에서 8월까지 총 4만1214대가 판매되면서 가솔린 등을 포함한 전체 수입차의 유종별 시장 점유율이 49.3%에 달하고 있다.

같은 기간 판매된 수입차가 총 8만3583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수입차 10대 가운데 5대가 디젤 차량인 셈이다.

베스트셀링 톱 10에 이름을 올린 모델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총 누적 판매대수 5249대로 1위를 지키고 있는 BMW 520d를 비롯해 BMW 320d, 폭스바겐의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 골프 2.0 TDI, 아우디 A6 3.0 TDI 콰트로까지 5개 모델이 이름을 올려놨다.

5개 모델을 모두 더하면 1만4455대나 된다. 톱10 전체 모델의 올해 누적 판매대수가 2만786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이다.

독일 디젤 차량의 인기는 수입차라는 프리미엄과 함께 연비의 경제성이 크게 부각된 때문이다. 디젤 특유의 힘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성능과 가솔린 모델 못지않게 개선된 정숙한 승차감도 한 몫을 했다.

상대적으로 디젤 라인업이 약한 미국과 일본 브랜드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도요타는 공격적인 마케팅과 함께 자신들의 최대 강점인 '하이브리드'로 독일 디젤 모델을 공략하겠다고 선언을 했다.

그리고 캠리 하이브리드와 프리우스가 시장에 안착했다고 판단한 도요타는 최근 렉서스 브랜드의 야심작인 ‘뉴 제네레이션 ES’를 출시했다.

시작은 순조롭다. 이미 사전 예약 대수가 1000대를 넘었고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 모델인 300h의 비중은 70%를 차지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모델로 독일산 디젤 차량을 잡겠다는 전략의 성공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도요타 렉서스 관계자조차 "우리도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라고 말할 만큼의 돌풍이고 수입 신차가 이런 기록을 세운 사례 역시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경이적인 연비에 착한 가격=ES 300h의 초반 돌풍은 렉서스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이 큰 몫을 했다. 렉서스 ES 350의 가격은 5630만원부터 그리고 ES 300h는 5530만원이다.

디젤 차량인 BMW 520d가 6130만원, 아우디 3.0 TDI 콰트로가 6780만원부터 시작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5000만 원대의 ES 300h는 파격에 가깝다.

가솔린 모델인 ES 350도 동급의 BMW, 벤츠, 아우디 등에 비해 수천만 원 저렴하다.

가솔린 모델을 베이스로 개발한 하이브리드 모델의 가격을 더 낮게 책정하는 일 역시 매우 드물다. 렉서스가 독일 브랜드를 잡기 위해 얼마나 고민을 했고 작심을 했는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또 하나의 장점은 동급의 모델 가운데 가장 뛰어난 연비다. ES 300h의 연비는 16.4km/ℓ(구연비 기준 21.8km/ℓ)에 달해 BMW 520d(19.9km/ℓ)보다 높다.

동급의 가솔린 또는 디젤 모델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더 높은 연료 효율성의 장점만이 ES 초반 돌풍의 원인은 아니다.

과거 '강남 쏘나타'로 불리며 특정 계층의 전용 모델로까지 불렸던 이미지를 벗어나 타깃 층을 넓히기 위해 시도한 디자인과 감성가치, 특히 달리는 맛에서의 변신이 시장에 먹혀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렉서스는 서울에서 충북 제천까지 총 200km가 넘는 꽤 먼 거리의 시승 코스를 제공했다.

 

날카로운 페이스, 스핀들 그릴의 뚜렷한 존재감=앞서 출시된 GS와 마찬가지로 렉서스가 멍에처럼 갖고 있는 '강남 쏘나타' 이미지는 새로운 패밀리 룩 ‘스핀들 그릴’로 어느 정도 벗어나 있다.

ES는 특히 과거와는 다르게 분명하고 절도 있는 헤드램프와 안개등, 심플한 보닛의 전면부로 더욱 역동적인 모습을 갖고 있다.

발광 다이오드(LED)가 적용된 헤드램프의 주간전조등, 입체감을 살린 디자인의 안정감도 완성도가 높다. 가솔린, 하이브리드 모델의 외관은 머플러와 리어 스포일러로 차별화했다.

실내 인테리어는 고급스럽고 넉넉하다. 45mm 길어진 휠베이스로 눈에 보이는 실내 공간은 꽤 여유롭고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고급감, 고급 소재의 마감, 다양한 기기를 안정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각종 버튼류의 배치까지 렉서스다운 세심함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운전 포지션의 설정도 극대화됐다. 시트의 앞 뒤 조절간격과 높이의 범위를 크게 늘리고 스티어링 휠의 각도를 더 낮출 수 있도록 만들어 운전자의 신체조건에 상관없이 최적의 시트 포지션 설정이 가능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다만 뒷좌석은 레그룸에 꽤 여유가 있는 반면, 신장이 큰 탑승자는 머리가 닿는 불편을 이야기했다.

 

예리한 핸들링, 300h의 아쉬운 제동력=ES는 서스펜션과 차체의 강성을 보강하고 응답성을 높이기 위한 스티어링의 기어비를 통해 핸들링의 정확성을 크게 높였다고 강조했다.

가냘프고 밋밋했던 주행 감성을 활력 있게 바꿔 예전보다 남성적인 본성을 갖도록 했다는 의미다.

서울을 출발, 영동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를 거쳐 청평호의 굽은 도로를 달리면서 ES의 이러한 특징은 비교적 잘 나타난다. 굽은 도로를 벗어날 때의 안정감, 직진성도 탁월하다.

고속에서의 핸들링, 답답한 정체 구간을 지나 제법 과격하게 액셀러레이터를 압박해도 ES는 매번 차분하고 경쾌하게 받아들였다.

서스펜션과 차체 강성이 강화되면서 출렁거림은 덜해졌지만 BMW나 벤츠와 같은 기계적인 맛은 아직 덜했다. 하지만 거친 운전이 아니라면 ES는 오히려 승차감과 안락감에서 경쟁모델을 충분하게 압도하는 매력은 충분하다.

가솔린 모델과 하이브리드 모델은 기본적으로 비슷한 주행능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가솔린 모델은 스포츠 모드로 설정했을 때 가히 폭발적인 주행성능을 보여준다.

 

급가속을 하면 넘치는 힘을 주체 못하겠다는 듯 앞 쪽부터 들려 질주하는 듯한 에너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만 300h의 제동 능력은 하이브리드 타입 차량의 특성상 여전히 답답하다. 정확한, 생각하고 예측하는 만큼의 정지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ES의 성공 가능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 크다. 구간별로 350은 13km/l, 300h는 17.0km/l의 놀라운 평균 연비를 기록했다, 여기에다 경쟁모델보다 저렴한 가격의 경제성이 부각되면서 렉서스의 또 다른 가치가 인정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강남 쏘나타’에서 ‘강북 아저씨’, 더 나아가 프리미엄 수입차의 대중화까지 노리면서 경쟁사를 위협하고 있는 렉서스의 변신, 시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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